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27)씨는 지난 7월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B(여)씨와 서로 호감을 갖고 사귀기 시작한 후 B씨의 집으로 자주 놀러 갈 정도로 서로 관계가 좋았으나, 한 달 뒤 B씨로부터 갑자기 ‘헤어지자’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에 A씨는 헤어지려고 하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B씨의 오피스텔로 찾아 갔다가 오피스텔 앞을 배회하던 L씨를 우연히 만나 말을 건네다가 1년 전부터 B씨와 사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순간 A씨는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B씨가 짓밟아놓았다는 생각에 B씨에게 L씨와 관계를 따지자 B씨가 사과는 하지 않고 오히려 나무라자 치솟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복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A씨는 인근 셀프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한 다음 B씨에게 조용한 곳으로 가서 얘기하자며 승용차에 태워 고속도로를 달리다 갓길에 정차해 차에서 내려 다시 말다툼을 하다가 끓어오르는 증오심을 참지 못하고 휘발유를 B씨의 온몸에 뿌린 후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B씨는 지나가던 차량에 탄 사람들의 신고로 119구급차량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이날 숨졌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부(재판장 서경희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국가나 사회가 보호해야 할 최상의 가치이므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고, 소중하고 존엄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피고인의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반사회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은 방화 살인인데, 이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극악무도한 범행수법인 점, 피해자가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상태로 사망한 점, 피해자는 자신의 몸이 불에 타고 있는 것을 느끼고 보면서 죽는 순간까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인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방법 중 가장 가혹하고 잔인한 방법 중 하나를 택해 살해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수법의 잔혹성은 피해자의 생명권 박탈이라는 개인적 법익에 대한 침해를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과 충격을 자아내는 것으로 그 행위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이 휘발유를 준비하고 피해자를 유인해 고속도로 상에서 범행에 이른 일련의 과정이 피해자에게 교제하는 다른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2시간 정도에 걸쳐 이루어진 것으로 범행의 계획 및 실행에 피고인의 비이성적인 정서상태가 일부 영향을 미친 점,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