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법원 상고부 제도에 대한 오해

<사법개혁 리포트> 대법원 직접 상고 사건, 고액·중죄사건으로 제한 기사입력:2005-12-08 16:40:45
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
김선수 사개추위 단장

고등법원 상고부 제도와 관련하여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대법원에 직접 상고할 수 있는 사건을 민사사건의 경우, 소송물 가액이 5억원 이상인 고액의 사건, 형사사건의 경우 징역 3년 이상의 실형(무기징역 및 사형 포함)이 선고된 중죄사건으로 제한한 것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대법원이 위와 같이 고액사건과 중죄사건만을 관할하고 그에 미치지 않는 서민의 사건을 관할하지 않는다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부자와 강력범죄자만을 위한 법원인가? 서민과 사회적 약자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기회조차도 없는가? 노동사건이나 명예훼손사건 등은 대부분 대법원에 직접 상고할 수 있는 기준을 넘기 어려울 것인데, 그렇다면 위와 같은 사건은 대법원의 심리대상에서 아예 배제되는 것인가?

소송물 가액이 5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민사사건이나 징역 3년 미만의 형이 선고된 형사사건이라도 모든 사건은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나아가 그러한 사건 중에도 심오한 법리판단을 내포하고 있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에 직접 상고할 수 있는 사건을 소송물 가액이나 선고형량으로 결정하는 것은 부적절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송신청 당부(當否) 관련 대법원 판단 받아볼 권리 인정

그러나 대법원에 직접 상고할 수 있는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기회가 완전히 박탈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에 직접 상고할 수 있는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이라 하더라도 법령해석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거나 사회적·경제적으로 중대한 정책적 의미를 갖는 경우에는 고등법원 상고부가 대법원으로 이송하거나 대법원이 직권으로 이송시킬 수 있고, 나아가 당사자가 대법원에 직접 이송신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였습니다.

당사자가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아보길 원한다면 고등법원 상고부에 상고를 제기하는 한편으로 대법원에 이송신청을 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었습니다. 다만, 이 경우 모든 소송기록이 대법원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고, 대법원은 이송신청서와 1심 및 2심 판결문만을 검토하여 이송신청의 당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대법원에 대한 이송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그 사건이 대법원에서 판단하여야 할 법리적 또는 정책적 쟁점을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소송물의 가액이나 선고형량의 법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대법원의 판단조차 받아볼 기회가 없다는 것은 정확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송신청의 당부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권리가 인정되고 있는 것이고, 나아가 대법원이 판단하여야 할 쟁점이 있는 사건이라면 이송신청이 받아들여져 본안에 대해서도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는 것입니다.

고법 상고부 재판, 오히려 당사자에 더욱 충실할 수도

고등법원 상고부의 재판도 상고재판으로서 대법원의 재판 못지않게 비중이 있고 어떤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대법원의 재판보다 당사자에게 더욱 충실하게 운영될 수도 있습니다.

고등법원 상고부는 대법관에 준하는 정도의 경력과 능력이 있는 법관들로 구성될 것입니다. 고등법원 상고부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외부인사가 참여한 법관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법관회의의 의결을 거쳐서 상고부 법관을 선출하도록 함으로써 상고부 법관 선출절차를 투명화 하였습니다. 또한 보직 임기를 4년간 보장함으로써 상고부 법관의 독립성을 강화하였습니다.

그리고 고등법원 상고부에는 부장판사를 두지 않고 대등한 경력의 법관으로 재판부를 구성하여 보다 충실한 심리와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하였습니다. 고등법원 상고부에 재판연구관을 두도록 하여 상고부 법관의 업무를 보조하도록 하였고, 상고부 판결에는 대법원 판결과 마찬가지로 소수의견을 기재하도록 하였습니다.

심리불속행제도 폐지로 상고이유에 대한 실체적 판단 가능

고등법원 상고부 제도를 도입하면서 심리불속행제도를 폐지하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심리불속행제도는 대법원의 심리를 신속하게 할 목적으로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에 중대한 법령위반이나 판례위반 등의 사유를 포함하지 않는 경우에 더 나아가 심리하지 아니하고 판결로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대법원이 처리하는 전체 상고사건의 약 45% 정도가 심리불속행으로 종결되고 있는데, 보통 그 이유를 길게 쓰지 않고 한 줄로 이유 없으므로 상고를 기각한다고만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심리불속행으로 종결되는 사건의 당사자는 자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대법원의 실체적인 판단을 전혀 받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등법원 상고부 제도를 도입하면서 위와 같은 심리불속행제도를 폐지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등법원 상고부는 당사자의 상고이유에 대해 판결로써 답을 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상고이유에 대한 실체적인 판단을 받지 못한 채 심리불속행으로 종결되는 사건의 경우 고등법원 상고부에서 심리를 받음으로써 충실한 세 번의 법원심리를 받게 되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81년 도입돼 국민저항으로 90년 폐지된 상고허가제

고등법원 상고부 제도를 도입한 것은 대법원의 정책판단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함입니다. 대법원이 우리 사회의 법적 가치와 기준을 제시하는 정책판단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대법원이 처리하는 사건의 수가 적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대법원이 1년에 처리하는 사건수가 2만 건이 넘고 대법관 1인당 사건수가 1400~1500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의 정책판단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대법원이 처리하는 사건수를 대폭 감소시키기 위한 방안으로는 상고허가제의 도입, 고등법원 상고부 제도의 도입, 대법관의 대폭 증원 등의 방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상고허가제는 대법원이 당사자의 상고허가신청서를 검토하여 이유 있다고 판단한 일정한 사건에 대해서만 상고를 허가하여 실체적인 판단을 하는 제도로서 우리나라에서는 1981년에 도입하였다가 1990년에 폐지된 바 있습니다. 상고허가신청이 기각되는 사건의 경우에는 당사자가 주장한 이유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없기 때문에 상고허가제도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대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도 마찬가지인 바, 상고허가제를 도입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입니다.

대법관 증원, 대법원의 정책판단기능 약화 가능성

대법관의 대폭 증원은 많은 재원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정책판단형 최고법원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또 대법원 안에 다수의 재판부가 병존함으로써 법령해석의 통일을 기하기 어려워지며 전원합의체 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중요한 법률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정책판단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되었습니다.

위와 같은 사정을 감안하여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에서는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에 고등법원 상고부 제도를 도입할 것을 다수의견으로 건의하였던 것입니다. 고등법원 상고부를 설치하여 대부분의 상고사건을 고등법원 상고부에서 담당하도록 하고, 대법원은 법령해석의 통일을 기하거나 판례변경을 통해 해석기준을 제시하거나 정책적 판단을 하여야 하는 중요한 사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소송가액·선고형량 외 대법원 직접 상고사건 기준 찾기 어려워

상고심 법원을 대법원과 고등법원 상고부로 구분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사건의 관할을 정해야만 합니다.

가장 원론적인 방법은 판례가 없거나 판례를 변경해야 하는 사건 또는 중요한 정책적 판단을 해야 하는 사건의 경우에는 대법원이 담당하고, 그러한 쟁점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구체적인 해결이 타당한 것인가를 판단해야 하는 사건의 경우에는 고등법원 상고부가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일 것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방식을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데, 그 객관적인 기준으로 소송물 가액과 선고형량 이외에 다른 기준을 찾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대법원에 직접 상고할 수 있는 사건의 기준으로 민사사건의 경우 소송물 가액 5억원 이상, 형사사건의 경우 징역 3년 이상의 실형선고 등을 제시한 것입니다.

소송물 가액이나 선고형량을 기준으로 하지 않을 경우의 해결책으로 모든 상고사건을 원칙적으로 고등법원 상고부 관할로 하고 이송제도를 활용하여 대법원에서 중요사건을 선택해서 심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이송제도는 고등법원 상고부가 이송하거나 대법원이 직권으로 이송하도록 하거나 당사자에게 대법원에 이송신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 모두가 포함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와 같은 방안을 채택하면 소송물 가액이나 선고형량을 기준으로 한 차별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고등법원 상고부 제도를 처음 도입하면서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을 고등법원 상고부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것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 직접 상고 사건 많아질수록 이송제도 실효성 떨어져

그렇다면 대법원에 직접 상고할 수 있는 사건의 범위를 일정하게 정하고, 나머지는 고등법원 상고부에서 담당하되 이송의 방법으로 대법원에서 담당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에 직접 상고할 수 있는 사건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이송제도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많아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대법원에의 직접상고사건이 많아지게 되면 대법원이 직접상고사건을 처리하기에도 벅차서 이송사건을 인용하는데 인색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적당한 범위 내에서 직접상고사건을 인정하되 이송제도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적절한 절충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개추위는 위와 같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적정한 선으로 민사사건의 경우 소송물 가액 5억원 이상, 형사사건의 경우 실형 3년 이상의 기준을 제시한 것입니다. 위 기준은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다시 조정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사개추위의 실무위원회에서는 민사사건의 경우 소송물 가액 10억원 이상, 형사사건의 경우 실형 1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건으로 의결하였던 것인데 본 위원회에서 위와 같이 완화하여 의결한 것입니다. 다만 대법원에의 직접상고사건의 기준을 정함에 있어서는 직접상고사건을 지나치게 많게 함으로써 대법원의 정책판단적 기능을 강화한다는 본래의 목적에 반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배려하여야 할 것입니다.

대법원 구성 다양화 통해 약자·소수자 관점 반영 가능

대법원에 직접 상고할 수 있는 사건의 범위를 소송물 가액이나 선고형량을 기준으로 하여 정했다고 해서 그것이 기준 이하의 사건을 대법원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의미도 아니고, 대법원이 부자나 강력범죄자만의 법원으로 되겠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직접상고사건의 일정한 제한은 대법원의 정책판단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 할 수 있고, 직접상고사건의 제한으로 인한 문제점은 이송제도를 통해 충분히 보완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동사건 등 사회·경제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과 관련된 사건에서 대법원이 올바르게 기능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대법원에 직접 상고할 수 있는 사건의 범위를 확대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대법원의 구성을 다양화하여 약자와 소수자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대법관이 되어야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대법관이 이송신청사건 중에서 대법원의 입장을 밝혀야 할 사건을 선택하여 심리를 함으로써 약자와 소수자의 관점이 반영되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은 청와대 통신 <청와대 사람들>에 8일 실린 것으로 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인 김선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장의 동의 아래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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