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도 마찬가지다. 주민등록번호가 개인정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 이메일이 개인정보인가? 개인 서명은? 얼굴 사진은? 유전자 정보는? 그렇다면 사생활과 개인정보가 다른 점은 무엇인가?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쪽에서 보면 더 헷갈린다. 수사기관 입장에서 보면 전과기록 등은 개인정보이기에 앞서 공공의 안전과 국민 보호를 위해서 활용되어야 할 공공정보라고 생각하기 쉽다. 또 기업 입장에서 보면 마케팅을 위한 통계자료와 개인정보를 구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 글을 쓰는 첫째 목적은 이런 개인정보의 개념을 법적인 관점에서 구체화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법적인 관점에서’ 구체화하는 것이다. 개인정보는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일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이 다양한 개념을 모두 다룰 수는 없으므로, 필자가 변호사로서 연구하고 토의하고 싶은, 법적인 개념과 관련된 문제들만을 다룬다.
둘째 목적은, 개인정보로 인한 법률분쟁, 즉 개인정보 침해 및 구제이다. 이전에는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이, 사회가 변하면서 더 이상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다. 가령 '물(water)'과 같은 것이다. 필자가 어릴 적만 해도 돈을 주고 물을 사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필자도 이제 사먹는 생수를 애용(?)하고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 문제는 디지털 시래가 도래함으로써 새롭게 논의돼야 하는 독립된 법 분야의 하나가 되었으며, 실제로도 많은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개인정보 침해 및 그 구제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일 것이고, 이 글을 쓰는 궁극적인 목적이기도 하다.
셋째 목적은, 개인정보 활용이다. 이후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현대적인 개인정보보호 모델은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 외에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이다. 개인정보는 보호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있어서 개인정보는 일정 부분 수집, 처리되어 이용될 수밖에 없다.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그것을 절대 비밀로 하고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면 개인들은 재화 및 용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분명히 현대 사회에 있어서 일정한 사회 활동을 하기 위해선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을 식별할 수 없다면 어떻게 물건을 배달하고, 건물 출입을 허용한단 말인가? 따라서 개인정보의 합리적인 이용, 즉 개인정보 보호라는 테두리 안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문제는 이제 생성되기 시작한 법 분야이다. 따라서 반드시 ‘이 사안에선 이렇다’ 할 사례와 법 이론이 풍부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통일적인 개인정보보호법도 없다. 따라서 필자가 여기에서 논의할 사항도 필자의 개인적인 연구와 경험에 따른 생각일 뿐, 확립된 법 이론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