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88년 11월 LG전자에 입사해 94년 대리로 승진했고, 99년 1월부터 컴퓨터시스템고객지원팀에서 근무했는데 한 달 뒤 과장 진급에서 누락되자 강하게 반발하다가 고객지원팀장, 실장 등 상급자들과 심한 마찰을 빚었다.
이후 명예퇴직 권고대상자로 선정되자 정씨는 회사가 강제로 쫒아내려 한다면서 더욱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고객지원실장이 정씨를 고객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내근직으로 변경하자 실장과의 불화는 더욱 심해졌다.
그러던 중 실장은 팀원들에게 정씨를 집단 따돌림 시키는 이른바 ‘왕따 메일’을 보내도록 지시했다.
그 내용은 ‘정 대리가 PC를 사용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하고 만약 정 대리가 PC를 사용하는 상황이 발견될 시 PC 담당직원과 주변에 있는 직원은 책임을 묻겠다’는 것과 ‘팀원 내부 메일에서 정 대리를 수신인 대상에서 반드시 빼라. 회사비품을 정 대리에게 빌려주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에 회사는 정씨의 동료 및 상급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99년 11월 고객지원실장을 대기발령하고, 정씨는 컴퓨터기술지원팀으로 전보했다. 당시 정씨는 완강히 거부했다.
그 후 회사는 2000년 2월 업무수행거부, 직무태만 등 여러 사유를 내세워 정씨를 징계해고했고, 정씨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으로 다퉜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정씨는 2001년 1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승인을 하면서 자신이 재작성한 ‘왕따 메일’을 제출했고, 또한 회사 징계담당자에게 ‘왕따 메일’을 보낸 직원의 징계의결을 요구했다.
그러자 회사는 2000년 7월 정씨가 ‘왕따 메일’을 변조해 행사했다는 요지의 고소장을 서울지검 남부지청에 제출했다. 이로 인해 정씨는 2000년 11월 사문서위조 및 행사 혐의로 기소됐으나, 2002년 7월 무죄판결을 받았고, 2003년 6월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정씨는 “회사의 잘못된 고소로 기소됐다가 무죄판결을 받아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며 3,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
이와 관련, 한범수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당시 회사 대표이사로서 임직원을 보호하고 지휘 및 감독할 총책임을 지고 있으며 업무집행에 관해 최종적인 권한이 있는 자로서 회사 내부에서 직원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발생한 문제를 둘러싸고 임직원들이 다른 직원을 상대로 대표이사 명의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고소하거나 위증을 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 막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한 판사는 “특히 정씨가 피고에게 직접 탄원서를 제출하고 경과보고를 받은 만큼 피고는 정씨가 다른 직원들과의 관계나 문제점 등을 알고 있었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해고된 원고를 상대로 대표이사 명의로 사실과 다른 내용의 고소를 하고 증인이 위증하도록 방치한 이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정씨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한 판사는 “이 사건 고소와 위증으로 인해 정씨가 입은 정신적 피해는 원고와 피고의 관계, 고소와 위증에 이른 경위, 사건 전후의 정황 등을 참작해 위자료 액수는 2,000만원이 적당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