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은 이어 헌법재판소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민변은 “헌재의 기능은 국민의 인권보장과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수호하는 것으로 헌재가 정치적 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런데 헌재는 국민의 인권보장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행정수도 특별법 위헌판결에서 보듯이 정치적 문제에 무리한 법 이론을 들이대면서 개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변은 “헌재는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이 위헌적이라면 그 법률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릴 수 있으나 그런 결정은 헌재의 본래 기능과 본분에 따른 결정이어야 한다”며 “관습헌법이라는 법이론으로 오히려 성문헌법을 훼손하면서까지 현실정치에 관여해 정파적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또한 민변은 “헌법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게 하고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며 “그러나 헌법재판관은 국민이 선출하지도 않고,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지도 않는 등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고, 나아가 고위 경력직 법관 일색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은 국민들과 유리돼 폐쇄적이고 자족적인 관료 시스템으로 변질되어 왔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사법 권력도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헌법재판관 선임도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제도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함에도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의 인선에 관여하는 것을 ‘사법권 독립 훼손’ 운운하며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국민주권원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며 “국민과 동떨어진 사법부 구성과 결정은 관료사법과 기득권 유지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민변은 또 “헌재는 2004년 8월 국가보안법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처벌해 온 병역법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며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은 존중돼야 하고, 기본권 중에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닌 양심의 자유는 최대한 보호돼야 하는 만큼 사회적으로 다양한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이 헌법재판관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헌재는 법원과 검찰 인사들로 구성돼 철저한 내부 서열에 따라 구성원 충원이 이루어져 온 결과 시대 상황의 변화에 따른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와 이념적 가치들을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법원, 검찰 출신 뿐 아니라 학계와 기타 직역에서 충분한 검증을 받은 인사들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변은 이어 “헌법이 보장하는 다양한 가치에 대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관이 변호사 자격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며 “공인된 대학교수나 국가기관 등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등 전문식견을 갖춘 자도 헌법재판관이 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법과 법원조직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민변은 “헌법재판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에 대한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검증 절차가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만큼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자유로운 추천이 보장돼야 하고, 각계에서 추천되는 후보자의 공개 및 검증이 있어야 적절한 헌법재판관 인선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따라서 대법관 인선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관도 ‘인선자문기구’를 두고, 국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