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안경환 인권위원장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

“가슴에 품은 작은 칼을 벼르면서 검무 펼칠 대명천지 기다리자” 기사입력:2009-07-08 17:59:59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국가인권위원회 제4대 수장인 안경환 위원장(서울대 법대교수)이 3년 법정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년8개월 만에 물러났다.

새 정부 들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한 번도 하지 못한 그는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는 말로 MB정부에 직격탄을 날리며 “제각기 가슴에 품은 작은 칼을 벼리고 벼리면서, 창천을 향해 맘껏 검무를 펼칠 대명천지 그날을 기다리자”는 말을 남기고 위원회를 떠났다.

8일 국가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안 위원장은 먼저 자신이 물러나기로 결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새 정부의 출범 이래 발생한 일련의 불행한 사태에 대한 강한 책임을 통감함과 동시에, 정부의 지원 아래 새로 취임할 후임자로 하여금 그동안 심각하게 손상된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인권의 위상을 회복하고 인권선진국으로서의 면모를 일신할 전기를 마련해 드리고 싶은 강렬한 소망과 충정 때문입니다”

안 위원장은 “인권이란 이념적 좌도 우도 아니고, 정치적 진보도 보수도 아닌 모든 사람이 일용할 양식인 인류보편의 가치라는 믿음을 안고 살았고, 국가인권기구 수장으로 지켜야 할 가장 으뜸가는 업무수칙으로 삼았다”며 “그러나 이러한 소신과 노력은 극단적인 분리와 대립이 항다반사가 되어버린 세태 아래 빛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념적 지향이나, 정치적 입장을 떠나,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존중받는 일상의 인권을 신장하기 위해 쏟은 노력은 정권교체기의 혼탁한 정치기류에 막혀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설치 근거나 법적 업무와 권한에 대한 성의 있는 이해를 애써 외면하는 듯한 몰상식한 비판, 무시, 편견, 왜곡의 늪 속에서 갈무리할 수 없는 분노와 좌절을 겪은 사람이 저 혼자만이 아니다”고 개탄했다.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자신의 소회를 속속들이 드러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고 전제한 안 위원장은 “그러나 막연히 먼 장래를 기약하면서 홀로 가슴 속에 담아두기에는 너무나도 간절한 소망이 있기에 감히 몇 마디 당부와 호소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는 말로 이어갔다.

그는 “우리나라는 아주 짧은 기간에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룩한 경이로운 나라로 국제사회의 평가를 받아왔고, 군사독재의 질곡을 벗어던지고 대다수 국민이 일상적 자유의 공기를 만끽하는 나라로 발전해 후발 국가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돼 많은 나라의 시샘과 부러움을 사던 자랑스러운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근래에 들어와서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부끄러운 나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MB정부를 겨냥했다.

이어 “인권의 고귀한 가치는 정권의 교체나 연장에 따라 달라질 수 없고, 결코 국민은 인권의 탄압이나 후퇴를 선택할 리 없다”며 “앞선 정권의 실정의 유산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수반된 필연적인 변화로부터 구분해내지 못하면 때때로 시대착오적인 반인권정책의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라고 비판했다.

안 위원장은 특히 “인권위 수장으로서 느낀 소감은 적어도 인권에 관한 한, 이 정부는 의제와 의지가 부족하고, 소통의 자세나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지난해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과도하게 높아진’ 인권위원회의 위상을 ‘바로잡기’ 위해 법적으로 독립기관인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국내인권옹호자들의 반발은 물론 국제사회의 엄중한 경고를 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2001년에 설립된 기관이기에 인권위원회는 ‘좌파정부’의 유산이라는 단세포적인 정치논리의 포로가 된 나머지, 그 누가 대통령에 선출되었더라도 필연적으로 탄생했을 기관이라는 사실은 추호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고, 이렇듯 국제인권의 추세에 둔감한 정부이기에 지난 3월에는 기구 축소를 감행함으로써 또다시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 내에서도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과 국제사회의 흐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고위공직자들조차도, 위원회를 특정목표로 삼은 명백한 보복적인 탄압에 침묵하고 심지어는 불의에 앞장서는 안타까운 현실에 실로 깊은 비애와 모멸감을 감출 수가 없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그는 “아무리 내 나라, 내 정부에 대해서 불만이 깊더라도 국제사회에서는 내 나라, 내 정부의 입장을 최대한 옹호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임을 믿는 저이지만 그간 빚어진 실로 수치스럽기 짝이 없는 일들을 국세사회에서 변론할 자신과 면목이 없다”고 고뇌를 털어놨다.

‘청구인 국가인권위원장. 피청구인 대통령’라는 법적 형식을 취한 권한쟁의심판의 청구를 헌법재판소에 제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입장이 다를수록 요구되는 정부기관 간의 대화와 소통의 부재가 빚어낸 비극이라고 덧붙였다.

안 위원장은 인권위원회의 본연의 소임을 ▲국가권력의 남용과 부주의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일 ▲모든 국가기관을 대리해 약자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정부에 고언을 제공하는 일 ▲강자와 다수자에게 생길지 모르는 약간의 불편을 무릅쓰고라도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함으로써 사회전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민주국가, 인권국가, 법치국가의 본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힘없는 자의 분노를 위무하고, 가난한 사람의 한숨과 눈물을 담아내는 일에 인색한 정부는 올바른 정부가 아니다”며 “사회의 모든 기재가 다수자와 강자의 관점과 이해를 옹호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그것이 인간세상의 자연적 속성이기에 인권의 본질은 강자의 횡포로부터 약자를 보호함으로써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데 있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 위원장은 언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무관의 제왕’이라는 별칭이 상징하듯이 민주사회에서 언론의 권능은 실로 막강하고, 그러기에 언론이 짊어져야할 책임 또한 무겁다”며 “특정 언론사의 정치적 입장이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서도 보도는 정확한 사실의 전제가 언론의 기본양식이자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데, 이른바 ‘촛불집회’ 사건에서 보듯이 인권위의 법적 권능에 대한 무지, 오해, 사실왜곡과 같은 부끄러운 언론행태는 불식되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안 위원장은 “단 한 차례도 이명박 대통령께 업무보고를 드리지 못하고 자리를 떠난 무능한 인권위원장으로 역사에 남게 된 것은 제 개인의 불운과 치욕으로 삭이겠다”며 “그러나 다시는 이러한 비상식적인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호소했다. 안 위원장은 “대통령께서는 유엔총회가 결의를 통해 채택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과 운영의 원칙을 존중하고 국제사회의 우려에 경청하기 바란다”며 “저의 후임자는 정부와 국민의 존중과 사랑을 받아, 지난 8년간 위원회가 범한 약간의 시행착오를 극복하는 한편, 그동안 이룩한 찬란한 업적을 발전적으로 승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안 위원장은 “흔들리지 않는 신뢰와 사랑으로 저를 지켜주었던 동료들께 감사를 드리고, 위원회의 독립성을 유린하면서 강행한 정부의 폭거로 인해 창졸간에 직장을 잃게 된 동료직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동료들을 위로했다.

그는 “인권의 길에는 종착역이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만큼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우리들 가슴 깊은 곳에 높은 이상의 불씨를 간직하면서 의연하게 걸어가자”고 힘주어 말했다.

안 위원장은 “외롭지만 떳떳한 인권의 길을, 오늘 우리를 괴롭히는 이 분노와 아픔은 보다 밝은 내일을 위한 작은 시련에 불과하다는 믿음을 다지다”며 “제각기 가슴에 품은 작은 칼을 벼리고 벼리면서, 창천을 향해 맘껏 검무를 펼칠 대명천지 그날을 기다리자”는 의미심장한 말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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