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공무원 김용국 ‘판결 vs 판결’ 발간 화제…법관과 사법부 일침

기사입력:2015-06-21 21:22:09
[로이슈=손동욱 기자] “법대로 하는데 왜 판결은 다를까?”라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답답한 의문에서 시작되는 <판결 vs 판결>이라는 책이 꽤 흥미롭다. 비슷한 사건인데 전혀 상반된 판결을 내린 내용을 비교하며 법원과 사법부를 아프게 꼬집는 것이어서 신선하다.
예를 들어 “과연 배심원들의 판단은 감성적이고, 편향되었을까? 반면 직업 법관의 판단은 완벽한가. 직업 법관의 선택은 항상 공정하고, 어떤 편향으로부터도 자유로운가?”라며 직업 법관들에게 던진 도발적인 질문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왜냐하면 이 책이 담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내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인데, 게다가 <판결 vs 판결>(출판사 개마고원)이라는 책의 저자는 법원에서 판사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현직 법원공무원이기 때문이다. 법원공무원 17년차 저자의 시선은 이렇게 날카로웠다.

▲법원공무원김용국저자가펴낸책

▲법원공무원김용국저자가펴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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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무작정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안도현 시인은 2013년 11월 7일 트위터에 “재판부가 결국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의 전원일치 무죄평결을 뒤집었다. 배심원들과 나를 무시하고 조롱한 것으로 본다. 국민의 상식적인 눈높이를 거스른 것이다. 법이라는 거미줄에 걸린 한 마리 나비의 기분이 이럴까”라고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빗댔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안도현 시인은 선거 직전인 12월 트위터에 안중근 의사 유묵 한 점의 행방이 묘안한데 박근혜 후보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안도현 시인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는데,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허위사실공표와 후보자비방 모두 무죄로 평결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배심원들이 평결을 했음에도 전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은택 부장판사)는 판결 선고를 멈칫하며 주저한다. 국민참여재판 당일 선고하지 못하고, 이례적으로 선고를 열흘 뒤로 미루더니 허위사실공표는 무죄, 후보자비방은 유죄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 직업적 양심에 따라 심판해야 할 헌법적 책무가 있다. 직업적 양심은 법치사회 구현의 마지막 보류인 법관의 고유 영역으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는 법관의 핵심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법리적 관점에서 유무죄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고, 사안의 성격상 배심원의 정치적 입장이나, 지역의 법감정, 정서에 그 판단이 좌우될 수 있는 여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자는 “(재판부의 말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이 사건은 일반인이 유무죄를 판단하기 어려우니 직업법관이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법관의 양심에 따른 판단이 배심원들의 평결보다 우위에 있거나, 더 타당하다는 견해를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광주고법 전주1형사부(재판장 임상기 부장판사)는 배심원들의 무죄평결처럼 다시 안도현 시인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저자는 “일반인이 유무죄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건에서 1심 재판부보다 더 경력이 많은 고등법원 재판부가 일반인과 같이 결론을 내렸으니, 유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는 체면을 구겼다”고 꼬집었다.

2008년 시작된 국민참여재판은 시범실시 단계를 거쳐 재판 대상을 확대하고, 배심원 평결을 더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법무부와 일부 국회의원들은 정치적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제하려 하는 등 오히려 배심원들의 권한을 축소하는 쪽으로 가려 한다. 일반 시민들의 판단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일까.

법원공무원인 김용국 저자는 “모든 재판이 고도의 법률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사실관계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된 취지가 기존의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민감한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닐까”라고 지적한다. 그는 “법원에 대한 불신 해소와 공정한 형사재판의 정착을 위해서는 앞으로 국민참여재판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주 흥미로운 예를 들었다.

저자는 “대중의 판단은 잘못되거나 편향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면, 선거제도도 없애야 하지 않을까. 각종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이 항상 최선이 아닌데도 왜 우리는 선거제도를 유지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바로 민주적 정당성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는 “만일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일을 소수 정치전문가들에게 맡기면 어떻게 될까? 그들 나름대로 정치인들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해 국민들을 대표할 만한 인물을 선출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결과에 수긍할 사람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사법부는 판사들의 선발부터 재판까지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판사를 포함한 소수의 법률전문가 집단이 ‘그들만의 언어’로 재판을 해오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일반 시민들의 요구를 이해하고 그들을 참여시키는 사법제도의 개혁은 그래서 불가피하다”며 국민참여재판의 확대를 강조했다.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은 유전무죄, 무죄유죄 사건에도 꽂혔다. 돈이 없는 전과범 60대 노인과 재벌그룹 회장이다.

2013년 여름 한 60대 노인은 서울 마포구의 한 결혼식장에서 접수대 위에 있던 축의금 봉투 2개를 훔쳤다. 총 15만원이 들어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노인에게 수갑을 채웠고, 구속 기소됐다. 재판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절도를 저지른 지 열흘 만에 기소되고, 20일 만에 첫 공판이 열리고 그 후 보름 뒤 징역 3년이 내려졌다.

15만원을 훔쳤는데 징역 3년이 내려진 건, 그가 ‘장발장법’이 적용되는 상습절도범이었고, 누범기간 중에 또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외형상 지나친 형벌로 보이지만 현행 법대로 그리고 양형기준대로 판결을 선고해야 하는 재판부로서도 불가피한 그나마 관용이자 선처였다. 그런데 이 노인은 그동안의 절도 전과를 보면 성경책을 훔치는 등 좀도둑에 불과했다. 하지만 상습범 때문에 번번이 감옥신세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재벌그룹 A회장 사건을 비교했다. A회장은 업무상 횡령, 배임, 탈세로 기소돼 2012년 8월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잘 나가는 법무법인 2곳과 검사장급 출신 변호사를 포함해 12명으로 호화 변호인단을 꾸렸다. A회장은 수감 5개월째인 2013년 1월 항소심 도중 건강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신청이 받아들여져 풀려난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7형사부(재판장 윤성원 부장판사)는 A회장에 대해 징역 3년으로 1년 줄이고, 배임 인정액도 1심 3024억원에서 1797억원을 크게 줄였다. 게다가 대법원(주심 고영한 대법관)은 파기환송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제5형사부(재판장 김기정 부장판사)는 A회장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유리한 양형 사유를 참작했다면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다.

하지만 저자는 “A회장의 ‘화려한 전과’를 감안할 때 집행유예 판결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이미 여러 차례 법원의 선처 혜택을 본 그에게 또다시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세간에서는 “법원의 재벌 3ㆍ5법칙(재벌비리 재판에서 총수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는 것을 비꼬는 말)이 어김없이 적용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법원공무원인 저자는 “해외부동산 불법 구입, 불법 정치자금 제공, 아들 보복 쇠파이프 폭행, 탈세에 배임까지 전력이 화려한 그에게 법은 참으로 관대했다”고 혹평했다.

유전무죄는 대한민국 사법부를 향한 비판 중에 가장 흔하지만 가장 뼈아픈 비판이다. 법 적용이나 집행에서 불평등을 상징하는 말이다.

저자는 “빈자와 부자를 상징할 만한 두 사람의 재판 결과는 너무도 달랐다. 한 사람은 수십만원 정도의 절도를 반복해서 14년간 징역을 산 반면, 또 한 사람은 사회적 물의를 빚은 큰 죄를 거듭 저지르고도 실형을 피해갔으니 말이다”라고 씁쓸해 했다.

그러면서 “이를 두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하면 과장일까? 아니, 최소한 ‘유전집유 무전실형’이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우리라. 무직자의 15만원 절도에는 징역 3년이, 재벌회장의 1500억대 배임에는 집행유예가 내려지는 현실을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법원공무원이면서도 시간이 허락될 때 프리랜서 기자로도 활약하고 있는 김용국 저자가 펴낸 <판결 vs 판결>은 바로 이런 책이다. 사법부의 가렵거나 감추고 싶은 내밀한 영역을 파고들며 냉혹한 비판을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저자는 “흉기로 사람을 찌르는 명백한 살인 말고, 엄마가 갓난아이에게 젖을 주지 않는 행위나 의사가 환자의 동의를 받아 안락사에 이르게 한 것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의문은 끝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판결은 추상적인 법을 판사가 해석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이다. 법조문이 살아 움직이는 건 바로 판결 때문이다. 판사는 사건을 직접 보거나 겪은 사람도 아니다. 법정에서 당사자의 주장과 수사기관의 증거를 통해, 또는 목격자의 증언과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퍼즐 맞추듯 사건의 진실을 찾아나간다. 퍼즐이 부족하다고 해서 답을 회피할 수도 없다. 어떨 땐 불완전한 퍼즐만으로도 한쪽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며 “항상 ‘최상의 답’만을 내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판사들의 몫은 어쩌면 오답의 가능성을 줄인 ‘최선의 답’을 내리는 정도인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책의 본문은 3부로 구성했는데, 1부에는 법의 잣대만으로 완벽한 정답을 내리기 어려운 사건들을 모았다. 같은 사건을 놓고 판사들도 유죄와 무죄가 갈리는 경우, 정당방위의 한계, 자살 원인제공자에 대한 법적 책임, 성폭력 유죄와 무죄 판결 등 민감한 사건들을 다뤘다.

2부는 유서대필 조작 사건 등 주로 사회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판결들을 담았다. 황제노역 논란 사건이나 벤츠여검사 사건 등도 실제 사건의 경과를 구체적으로 따져가는 방식으로 그 판결에 접근해했다.

3부에서는 국가폭력, 내란음모, 세월호, 종북 등 우리 사회의 현재를 보여주는 단면들에 대한 판결들을 살폈다. 친일파에 대한 ‘단죄’가 법적으로 가능한지 가늠하는 판결도 여기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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