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업무상재해 불인정…왜?

기사입력:2016-08-30 14:22:36
[로이슈 신종철 기자]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숨진 황유미씨 등 2명은 1심과 항소심에서 업무상재해를 인정받자, 근로복지공단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업무상재해가 확정됐다.
그런데 백혈병 진단을 받고 사망한 다른 근로자의 경우 1심부터 대법원까지 업무상재해를 인정받지 못했다. 대법원은 “반도체 사업장 근로자들이 담당한 공정과 구체적인 업무 내용에 따라 유해물질에 노출됐는지 여부와 노출 정도를 개별적으로 심리하고, 근로자들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기존 질병 유무를 비롯한 제반 사정을 종합해 근로자별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했다”고 밝혔다.

황유미(여)씨는 19세이던 2003년 10월 삼성전자에 입사해 2014년 1월부터 11월까지 기흥사업장 3라인에서 확산(Diffusion) 공정 업무를 담당했다. 2014년 12월부터 2015년 6월까지는 기흥사업장 3라인에서 습식식각(Wet Etching) 공정 업무를 담당하다가 그해 6월 10일 급성 골수 백혈병 진단을 받고 2007년 3월 사망했다.

이OO(여)씨도 19세이던 1995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기흥사업장에서 일하다 2006년 7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그해 8월 사망했다.

황OO씨는 24세이던 199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기흥사업장에서 설비 유지 및 보수 업무를 담당하다가 2004년 10월 급성 림프구 백혈병 진단을 받고 2005년 7월 사망했다.

김OO(여)씨도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온양사업장 등에서 근무하다가 1996년 1월 퇴사했는데, 2005년 2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송OO씨도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온양사업장에서 도금 설비 등의 업무를 담당하다가 1998년 퇴사했는데 2008년 비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 등 3명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보상 및 장의비 지급신청을 했으나, 2009년 5월 근로복지공단은 “백혈병과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김OO씨와 송OO씨는 요양급여신청을 했으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황유미씨 유족은 “망인이 삼성전자에 근무하면서 작업장 방사선에도 노출됐고,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수시로 생체리듬을 깨는 야간근무, 초과근무 등을 해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를 받았는바, 위와 같은 작업환경 및 과로로 인해 급성 골수구성 백혈병이 발병해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진창수 부장판사)는 2011년 6월 망인 황유미씨 등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등 청구소송에서 “망인 황유미씨와 이OO씨의 유족에 대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며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다른 3명의 청구는 기각했다.

쉽게 말해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와 이OO씨의 업무상재해를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비록 망 황유미에게 발병한 급성 골수구성 백혈병의 발병 경로가 의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황유미가 기흥사업장 3라인에서 근무하는 동안 각종 유해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백혈병이 발병했거나 적어도 그 발병이 촉진됐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황유미에게 발병한 급성 골수구성 백혈병과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원고 황상기의 주장은 이유 있고,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망인 이OO씨에 대한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경우 비록 그 화학물질이 백혈병을 발병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의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그에 대한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사정에 기인할 수도 있어 의학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는다고 하여 백혈병의 발병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봐서다.

그러자 근로복지공단은 망인 황유미씨와 이OO씨에 대해 업무상재해를 인정한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1심에서 업무상재해를 인정받지 못한 다른 3명도 항소했다.

서울고등법원 제9행정부(재판장 이종석 부장판사)는 2014년 8월 근로복지공단 등 모두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망인 황유미씨와 이OO씨에 대해 재판부는 “망인들은 업무수행 중 벤젠 등의 유해물질과 전리방사선 등에 노출됨으로써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병해 사망했거나, 적어도 위와 같은 노출이 발병 및 이로 인한 사망을 촉진한 원인이 됐다고 추단된다”며 “따라서 망인들의 업무수행과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므로,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들은 3교대제로 근무하면서 지속적인 야간근무나 초과근무 등으로 과로하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망인들의 근무 형태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볼만한 근거는 없으나, 국제암연구소에서도 야간근로를 포함한 교대제 근무가 암과 일부 연관성이 있다고 인정한 것과 같이, 위와 같은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망인들의 면역력에 악영향을 미침으로써 백혈병의 발병이나 진행을 촉진하는 원인의 하나로는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재해를 인정한 1심과 2심(항소심)의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망인 황유미씨와 이OO(여)씨에 대한 업무상재해가 확정됐다.

다만 1심과 2심에서 업무상재해를 인정받지 못한 정OO씨와 김OO씨, 송OO씨가 대법원에 상고했다. 정OO씨는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OO씨의 부인이다. 김OO씨는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송OO씨는 보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대법원 제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30일 망인 황OO씨의 부인 정OO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 상고와 김OO씨와 송OO씨의 요양급여신청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해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해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종전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기도 하다.

망인 황OO씨에 대해 재판부는 “망인이 아르신이나 평탄화 및 백랩 공정 또는 다른 공정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에 노출됐고,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노출 또는 과로 등의 정도가 백혈병을 유발하거나 진행을 촉진할 정도라고 보기 어려우며, 망인이 그 밖의 유해물질에 노출됐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김OO씨에 대해 “원고가 몰드 또는 인쇄 공정에서 발생 가능한 벤젠이나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됐고,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노출 또는 과로 등의 정도가 백혈병을 유발하거나 진행을 촉진할 정도라고 보기 어려우며, 망인이 그 밖의 유해물질에 노출됐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송OO씨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가 도금공정에서 취급한 납, 주석, 황산 등이 악성 림프종을 유발했거나 진행을 촉진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트리클로로에틸렌과 인쇄 공정에서 발생 가능한 벤젠 등을 포함해 다른 공정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에 노출됐고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노출 또는 과로 등의 정도가 백혈병을 유발하거나 진행을 촉진할 정도라고 보기 어려우며, 망인이 그 밖의 유해물질에 노출됐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심의 판단에 원고들이 노출된 유해물질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에 대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장 근로자들이 담당한 공정과 구체적인 업무 내용에 따라 유해물질에 노출됐는지 여부와 노출 정도를 개별적으로 심리하고, 근로자들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기존 질병 유무를 비롯한 제반 사정을 종합해 근로자별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달리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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