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기요금약관 누진제 적법”…곽상언 변호사 판결 혹평 왜?

기사입력:2016-10-08 14:48:22
[로이슈 신종철 기자] 올여름 폭염으로 에어컨을 연일 틀어야했던 일반가정에 ‘누진제 폭탄’의 공포감을 안겨줬던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시민들이 2014년 8월 처음 소송을 제기한 지 26개월 만에 나온 판결로, 이번 판결이 전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9건의 유사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특히 이번에 원고들의 소송대리인 곽상언 변호사는 “판사가 쟁점에 대해 전혀 판단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판단을 누락했다”며 “상상을 뛰어 넘는 무척 실망스러운 판결”이라고 혹평했다.

곽 변호사는 “공허하고 기괴한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을까봐 걱정된다. 쟁점에 대한 판단을 회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을까봐 두렵다”면서 이번 판결에 대해 씁쓸해했다.

일반시민 정OO씨 등 17명은 2014년 8월 “한전이 위법한 약관을 통해 전기요금을 부당하게 징수한 만큼 정당하게 계산한 요금과의 차액을 반환해야 한다”며 한국전력공사(한전)를 상대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시민들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 제6조에 규정된 신의성실의 원칙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보통의 약관과는 다른 전기공급약관의 특별한 사정, 즉 법률인 전기사업법이 전기공급약관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고, 전기공급계약에 있어서 계약자유의 원칙이 완전히 배제돼 전기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에서는 동의가 강제된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전기사용자 고객들은 구체적 조항내용을 검토할 기회 자체가 처음부터 배제된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해 계약자유의 원칙이 온전히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기공급약관 중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은 누진단계 및 누진율이 과도한 점, 일반 국민에게는 누진제를 통해 얻는 이익이 전혀 없는 점, 주택용 전력에 대해서만 계절별ㆍ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두지 않고 있고 오직 고율의 누진제만을 채택하고 있는 점, 전기요금의 일반원칙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한전의 전기공급정책만을 위해 작성돼 다른 용도 전력의 전기요금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서 한전의 이익만을 위하고 전기사용자인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지 못한 것으로 전기사업법 제4조를 위반한 점 등 약관규제법 제6조에 따라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해 공정성을 잃은 약관으로서 무효”라고 소송을 냈다.

시민들은 “그러면서 한전은 원고들이 실제로 납부한 전기요금과 원고들의 전기사용량을 토대로 1단계 누진요금을 기준으로 산정한 전기요금의 차액을 부당이득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주택용 전기에 대한 누진제는 1974년부터 시행돼 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월 사용자에게 발송되는 청구서, 안내자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설명되고 있는 점, 현재 전기사용자의 약 70% 가량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3단계 이하의 누진율을 적용받고 있고, 원고가 언급하는 7단계 누진율을 적용받는 사용자는 전체사용자의 0.005%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한전은 또 “전기공급약관에서 채택하고 있는 누진제를 통해 전기사용량이 적은 사용자는 매우 저렴한 요금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이익을 얻고 있는 점, 주택용 전기에는 누진제가, 산업용ㆍ일반용 전기에는 계절별ㆍ시간대별 차등요금제가 적용되는 것은 전기사용량 측정방식, 전기사용규모, 사용형태 등의 차이에 의한 것인 점, 누진제의 정책적 목적 달성을 위해 누진단계, 누진율 등의 실정은 국가별로 상이한 것이 오히려 당연한 점 등에 비춰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은 약관규제법에 따라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한전은 나아가 “설령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이 무효라고 가정하더라도 원고들이 한전으로부터 공급받은 전기요금체계와 수준을 규정하는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되는바, 원고들이 한전에 납부해야 하는 전기요금은 결국 원칙에 따라 해당용도의 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으로 결정돼야 할 것이고, 한전의 전기원기가 누진제 적용을 전제로 사용량 350kW에 해당하는 4단계 수준이므로 3단계 이하의 누진제를 적용받은 약 70%의 대다수 전기사용자들은 오히려 전기요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법원 판단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98단독 정우석 판사는 10월 6일 정OO씨 등 17명이 한국전력공사(한전)를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2014가단5221992)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정우석 판사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이 약관규제법 제6조에 따라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해 공정성을 잃을 정도로 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더 나아가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이 무효임을 전제로 한 부당이득의 산정에 관해서도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 판사는 먼저 “전기공급약관은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한전이 주무부장관에 인가 신청하고 주무부장관이 기획재정부장관과의 협의와 산하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인가한 것으로서, 한전은 원고들과 사이에 위와 같이 인가받은 전기공급약관을 적용한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봤다.

정우석 판사는 “이 사건 전기요금 산정기준 등 고시 제9조 제2항에 의하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차등요금, 누진요금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면서 “전기공급약관 중 주택용 전기요금에 관해 정하고 있는 누진체계의 근거가 마련돼 있다”고 판단했
다.

정 판사는 이어 “전기공급약관의 인가 당시 전기요금의 총괄원가(적정원가에 적정투자보수를 가산한 금액)가 얼마이고, 어떻게 산정됐으며, 이를 토대로 누진구간 및 누진율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알 수 없는바, 이 사건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상의 전기요금 산정이 고시에 따른 산정기준을 명백히 위반했다거나 사회ㆍ산업정책적 요인들을 감안한 적정투자보수율 등의 수인한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판사는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은 누진체계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특정 고객에 대해서는 요금계산을 달리하거나 전기요금을 감액하도록 하고, 특정 고객의 선택에 따라 전력요금을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우석 판사는 “각 나라의 전기요금에 관한 정책은 그 나라의 사회적 상황과 산업규조, 전력설비, 전력수요 등에 따라 다양하게 정해진다”며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 원고 소송대리인 곽상언 변호사 “기괴한 판결 평가 받을까봐 걱정”

한편, 원고들을 대리해 이번 소송을 진행해 온 곽상언 변호사(법무법인 인강)는 7일 페이스북에 이번 판결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곽상언 변호사는 “누진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 사건에 대한 첫 판결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했다”며 “하지만, 상상을 뛰어 넘는 무척 실망스러운 판결”이라고 혹평했다.

곽 변호사는 “이 판결은 이 사건의 쟁점에 대해서는 전혀 판단하지 않았다”며 “게다가 지금까지 법정에서 개진한 모든 주장에 대해 ‘완전히’ 그리고 ‘의도적으로’ 판단을 누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판결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1.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체계는 관련 법률 및 고시에 근거가 있다.
2. 그런데, 관련 법률 및 고시에는 누진체계의 적정 범위나 한도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3.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이 위법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4. 또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체계가 국민이 참을 수 있는 한도(수인한도)를 넘어 정해진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

8월 전기요금. 8월 폭염으로 에어컨을 연일 가동해 평소보다 3배 이상 개인 세대별 전기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가구.

8월 전기요금. 8월 폭염으로 에어컨을 연일 가동해 평소보다 3배 이상 개인 세대별 전기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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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언 변호사는 그러면서 “이 판결은 ‘법리해석’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곽 변호사는 “저는 주택용 누진제 전기요금 규정이 ‘불공정한 약관’에 해당하는지, 국민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요금규정인지를 판단해 달라고 주장했다”며 “생활의 필수재화인 전기를 국민이 사용함에 있어 과도한 누진제 요금규정 때문에 국민이 불이익을 입고 있는지, 이러한 불이익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곽상언 변호사는 “그런데, 법원(정우석 판사)은 이상한 논리로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곽 변호사는 “‘규정’이 없으면 당연히 ‘규정 위반’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없는 규정을 위반했는지 알 수 없다’ 이유로, ‘누진제 전기요금 규정’이 위법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누진제 전기요금 규정이 국민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인지에 대해서는 ‘완전히’ 그리고 ‘의도적으로’ 그 판단을 누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상언 변호사는 “공허하고 기괴한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을까봐 걱정된다”며 “쟁점에 대한 판단을 회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을까봐 두렵다”고 걱정했다.

곽상언 변호사가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일부

곽상언 변호사가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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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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