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교수는 “문제는 법원인데, 담당 재판부는 그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할까? 사법개혁마저 깨어있는 시민들의 고통과 희생으로 이뤄져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며 “그 모습을 담담한 심경으로 바라보는 내 모습은 더 참담하다”고 밝혔다.
사진=변홍철 위원장 페이스북
이미지 확대보기변호철 위원장은 집시법 위반, 일반도로교통방해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변 위원장은 이어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고 부른 뒤 “제가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는데, 물론 개인이 개인에게 표하는 존경이 아니다”며 “대한민국의 한 시민이 법과 법원에 대해 표하는 존경이다. 나아가 민주공화국과 헌법 가치, 그리고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를 담고 있는 인사”라고 설명했다.
변홍철 위원장은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날마다 확인되고 있는 엄청난 불합리와 불평등, 특히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독선, 소위 비선 실세들의 비리 의혹, 재벌을 비롯한 기득권층의 무책임과 탐욕, 그리고 국가폭력에 의해 대다수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비하면, 사실 제가 이 자리에서 느끼고 있는 억울함은 너무도 보잘것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열거했다.
변 위원장은 “대한민국 노동자와 시민들이 느끼는 절망감과 두려움, 국가와 공권력에 대한 불신은 이미 심각한 상황”이라며 “헌법에 적시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커녕, 하루하루의 생존이 도전을 받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역시 헌법 전문에 밝힌 ‘우리들과 우리들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은 우리 노동자와 시민들의 실제 삶과는 너무도 동떨어져, 그 의미가 무색할 지경”이라며 “‘도대체 국가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하고 묻는 근본적 질문과 회의가 이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민심을 전했다.
변홍철 위원장은 “작년 4월 24일, 이 사건의 계기가 된 민주노총 총파업의 목표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며 “노동시장 구조개악 폐기, 공적연금 및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 최저임금 1만원 쟁취,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세월호 인양 및 진실 규명. 바로 이 참담한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노동자와 시민들이 거의 정당방위 수준에서 내건 절박한 요구들”이라고 말했다.
사진=변홍철 위원장 페이스북
이미지 확대보기그러면서 “일반도로교통방해니 집시법이니 하는 메마른 실정법의 잣대로 저와 동지들의 행위를 처벌하기 전에, 도대체 왜 이러한 갈등과 충돌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가를, 법질서와 사회적 안정을 고민해야 할 법원이 살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한 “자세한 경위는 차치하고라도, 국가가, 공권력 행사로 한명의 시민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해놓고도, 그것도 우리 시민이 낸 세금으로 구입하고 운용하는 경찰의 물대포로 한 시민을 죽여 놓고도, 사과 한마디 할 줄 모르는 국가권력에 대해, 도대체 이 나라의 주권자들이 지금 어떤 분노를 삼키고 있는지, 부디 눈을 들어 넓은 시야로 살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변홍철 위원장은 “나아가 역사가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기록하고 평가할지, 재판장님도 이 사회를 같이 사는 동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삼가고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함께 성찰해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주문했다.
변 위원장은 “저는 이 사건이 비록 우리 사회 전체의 참담한 상황에 비해 볼 때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바로 이러한 사건 하나하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쌓이고 쌓여, 우리 사회 전체에 헌법 가치가 구현될 수 있는가 여부를 결정짓게 된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한순간도 역사에서 비껴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자와 시민들의 권리 요구가 보장되는 헌법국가로 가느냐, 국가권력이 주권자 위에 군림하며 오직 특권층과 기득권의 이익만을 보호하는 공동체 붕괴 사태로 가느냐 하는 것은 결국 이 사건과 같은 하나하나의 사안에 대해 법이, 그리고 헌법 가치의 수호자이어야 할 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홍철 위원장은 “정작 권력형 비리와 기득권 세력의 부정부패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는 공안검찰, 공정한 법의 집행자라기보다는 철저히 권력의 시녀가 되어버린 정치검찰은 매번 노동자와 시민,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온갖 법리를 들이대며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를 짓밟고, 생존과 기본권을 요구하는 입을 틀어막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변 위원장은 “이처럼 민의와 시대를 거스르는 검찰의 행태에 대한 우리 사회 전체의 불만과 불신은 이미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법원은 검찰의 이 같은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도, 부디 이 사건에 대한 합리적이고 균형있는 판단을 계기로 엄중한 경종을 울려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끝을 맺었다.
채형복 경북대 로스쿨 교수가 20일 변홍철 위원장의 법정 최후진술문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