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정범 변호사 “침몰하는 박근혜 정부, 어떻게 할 것인가?”

기사입력:2016-10-27 14:01:10
[로이슈 외부 법률가 기고 칼럼]
침몰하는 박근혜 정부, 어떻게 할 것인가?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인 김정범 변호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인 김정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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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최순실 등 비선실세들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올 때마다 청와대는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국기문란 운운으로 겁박을 거듭했었다. 심지어는 그러한 발언이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면서 종북세력으로 몰아갈 태세까지 보였다. 그러다가 비선실세 최순실이 대통령의 연설문과 회의록 등을 미리서 받아보았고 심지어 수정까지 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들이 언론을 통해서 공개되자 그동안 꿈적도 하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를 하기에 이른다. 언론 보도가 있은 후 이번에는 누구를 희생양으로 삼아서 위기를 넘어갈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참이었다. 그 후 후속보도가 이어지고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비선실세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들이 드러나기 직전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정국의 위기상황을 감지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하여 느닷없이 개헌카드를 꺼내들었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문제, 백남기 농민의 시위중 사망사건, 비선실세 자녀의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부당한 학사관리 등 여러 문제들을 덥기 위해 적합한 카드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곧바로 터진 비선실세 의혹으로 인해서 개헌이라는 말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동안 개헌에 대하여 그렇게 반대를 하다가 뜬금없이 꺼내든 개헌카드에 대하여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려다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정국의 난맥상을 개헌이라는 블랙홀에 가두려는 시도가 비선실세의 국정개입이라는 블랙홀에 빠져든 것이다. 이런 혼란 속에서 청와대는 멘붕상태에 빠져 망연자실한 상태이며, 여당인 새누리당은 매우 당황하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고, 그동안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검찰은 모처럼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또한 박근혜 정권의 난맥상에 대하여 애써 눈을 감고 있던 언론이 드디어 경쟁적으로 물어뜯기 시작하였다.

국민여론은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을 서슴없이 외치고 있다. 일부 정치권과 언론에서도 스스럼없이 하야를 이야기한다. 그야말로 최대의 궁지에 몰린 박근혜 정권의 위기상황이다. 맹목적으로 감싸기만 했던 여당인 새누리당도 이제는 입장차를 드러내면서 적극적인 해명을 요구하고, 특검을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다. 아무리 둘러봐도 예전처럼 맹목적으로 감싸던 세력들이 더 이상 없다. 현 상태로는 식물정부로 있으면서 겨우 임기만 마치기를 기다리는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도 있게 된다. 대통령의 사과성명도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막연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였을 뿐 구체적으로 경위를 설명하지도 않고, 드러난 사실관계 일부에 대하여만 마지못해 인정하는 태도이며,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하여도 단 한마디 언급도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비서진과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의 총사퇴가 있어야 그나마 험악한 국민여론을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언론에서는 대통령연설문 사전유출이 범법행위에 해당하느냐를 놓고 법리공방을 벌이고 있다. 유출된 연설문이나 회의록이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 기록물로 볼 수 있느냐의 논쟁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 자체는 핵심을 벗어난 것이어서 그 자체가 망측할 뿐이다. 법에 위반하지 않으면 그러한 유출이 허용된다는 뜻인가? 냉철하게 생각해 보자. 대통령의 연설문이나 회의록은 중요한 정책방향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정책방향이 누군가에게 먼저 공개되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정부의 정책방향을 미리서 알고 이용하였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보라. 정보의 비대칭으로 특혜를 얻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한 혼란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더욱이 국방에 관한 기밀이 적국에 넘어갔거나 외교에 관한 정보가 상대국에 넘어갔을 경우에는 국가의 존망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경우에도 내부 정보를 유출하거나 이용하는 경우 엄격하게 통제를 받는다. 하물며 국가는 어떠하랴?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는 국기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넘어서는 만행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반성해야 할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을 찍은 사람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비록 그들이 자책감에서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고 말할지라도 그렇게 생각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철저하게 검증하지 못한 정치권과 언론에 큰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집권 후에도 언론이나 정치권,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이 적절하게 교감을 하면서 때로는 업무수행을 돕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를 했더라면 이렇게 어긋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의 말이라면 아무 소리도 못하고 오그라든 자세로 ‘예스’만 외쳤던 그들 아닌가?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찬성하면서 국정을 감시하려드는 야당에게 목소리를 높이며 삿대질을 해대던 새누리당이 책임질 일이다. 그동안 제기되었던 숱한 의혹에 대하여 침묵으로 일관했던 언론도 마찬가지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방향을 설정해서 특정 정치세력을 향해 편을 드는 언론 행태가 큰 문제다.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특정세력과 결탁한 언론을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양 비틀거리고 있는 정권을 물어뜯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하여는 한마디도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정의의 사도로 나서 언론직필을 외치고 있는 사나운 꼴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제 사태를 수습해 보자. 우선 청와대 비서진의 총사태와 내각의 총사퇴는 불가피하다. 그 후 새로이 진용을 갖춘 다음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물론 검찰은 그들 스스로 또는 특검을 통해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겠지만 내부적으로도 원인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단순히 법리적으로만 따질 문제가 아니다. 그래야 앞으로 그러한 잘못이 반복되지 않는다. 반성할 부분이 있으면 깨끗하게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고쳐나가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다. 현행법에 위반하지 않았다거나, 그때의 상황으로는 불가피했다는 식으로 변명을 거듭하기에는 현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 그렇게 안일한 상황인식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돌파할 수도 없다. 그러나 한 가지 걱정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고리 3인방이나 비선실세를 멀리하고 시스템에 의해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의문이 든다. 지금까지 살아온 여정이 독자적으로 판단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해낸 경험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회의원이나 정당의 대표로 있었던 충분한 정치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로 측근들을 이용하고 시스템을 이용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러한 태도는 국정수행 과정에서 비명횡사한 부모의 영향으로 보인다. 때문에 쉽게 사람을 믿지 못한다. 그래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측근들만 옆에 두고 그들의 말에만 의지한다. 이렇게 생활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시스템에 의해서 국정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할까? 우선은 청와대 비서진을 갖추는 것부터 매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소문이 무성한 문고리 3인방을 그대로 둔다면 어떠한 방법으로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된다. 자신이 직접 인선하는 것이 어렵다면 여당인 새누리당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오랫동안 국정을 수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상당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정당이다. 물론 전제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맹목적인 충성을 바라거나 반론을 허용하지 않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시스템에 의한 업무수행은 절차를 따르는 것이고, 당연히 찬반이 대립하는 것이며, 토론과 설득을 통해서 의견일치에 이른다. 결국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 그리고 여당인 새누리당과 내각의 각료들이 태도를 바꿔야 한다. 대통령의 뜻이라면 무조건 찬성하고 지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부분은 지적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면서 바로잡는 자세가 필요하다.

얼마 남지 않은 박근혜 정부의 임기를 무난히 마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비선이니 실세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비선은 정식절차가 아니라는 뜻이고 숨어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뭘 하는지도 모르게 숨어 있다보니 통제도 불가능하다. 실세는 주어진 권한보다 크게 힘을 쓴다는 것이다. 당연히 권한이 남용된다. 주어진 권한을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행사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다. 공자는 “不在其位, 不謀其政(부재기위, 불모기정 :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주제넘게 그 정사에 손을 대지 않는다)”이라 했고, 증자는 “君子思不出其位.(군자사불출기위 : 군자는 생각이 제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했다. 누구나 자기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분수에 넘는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야 말로 혼란스런 정국을 극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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