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우근 변호사 “양심적 병역거부, 용어부터 다시 논의할 때”

기사입력:2016-11-01 12:20:50
“군대 안 가는 게 왜 ‘양심적’이야?”
양심적 병역거부, 용어부터 다시 논의할 때

박우근 변호사

박우근 변호사
박우근 변호사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항소심에서 첫 무죄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여 병역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조계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병역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주제이므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논란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뉴스가 전파를 탈 때마다 주변 지인들이 필자에게 반드시 물어보는 말이 있다. 어떤 이는 순수하게 궁금해서, 어떤 이는 몹시 흥분하고 화가 나서 묻는다. “도대체 군대 안 가는 게 왜 ‘양심적’이라는 거야? 오히려 ‘비양심적’인 것 아냐?”

이는 ‘양심(良心)’ 또는 ‘양심적(良心的)’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법조인과 일반인이 이해하는 바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해다.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심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다(표준국어대사전). 헌법재판소 판례는 헌법이 보호하려는 양심이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정의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7. 3. 27. 자 96헌가11 결정).

법조인이라면, 혹은 법을 공부했거나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 온 사람이라면 위와 같은 양심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판례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상당히 정착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에 별다른 위화감을 갖지 않고, 오히려 양심의 자유에 근거한 병역거부라는 사안의 본질을 명료하게 표현한 용어라고 인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을 따로 공부한 적도 없고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도 가끔씩 뉴스를 통해서만 단편적으로 접할 뿐인 대다수의 일반인들은 양심이라는 단어를 흔히 그런 의미로 쓰지 않는다.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양심이라는 말은 주로 “양심이 없다”, “양심을 속이다”, “양심의 가책을 받다”, “양심을 팔다”, “양심에 털이 나다”와 같은 문맥에서 쓰인다. 즉 양심이라는 말 자체가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양심을 한자로 풀면 어질 양(良) 자에 마음 심(心) 자로서 “어진 마음”이 되는데, 일반인의 언어생활에서 양심의 의미도 그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양심적’이란 말은 ‘양심’과는 별도의 항목으로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데, “양심을 올바로 지닌. 또는 그런 것”이라는 의미다(표준국어대사전).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양심적’이라는 말이 “양심에 의한”이란 뜻으로 쓰인 것과는 분명히 다른 의미다.

일반인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에 대해 위화감, 나아가 사람에 따라서는 적대감마저 느끼는 주된 이유는 바로 이 ‘양심적’이라는 표현에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이 그 본래의 의미와는 달리 “양심을 올바로 지닌 병역거부”라는 의미처럼 들리기 때문에, “병역거부가 양심을 올바로 지닌 것이라면 병역이행은 양심을 올바로 지니지 못했다는 말이냐” 하는 식의 반감을 사게 되는 것이다. 즉,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 자체는 가치중립적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일반인들은 이를 병역거부자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가치편향적인 용어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법률의 강제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한 군필자들이나, 앞으로 이행할 병역의무대상자들은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 때문에 마치 자신들이 졸지에 ‘비양심적’이라고 매도되는 듯한 모욕감마저 느낄 수 있다. 이는 실제 인터넷 공간에서 흔히 발견되는 “누구는 양심이 없어 군대 가나?”와 같은 불만 가득한 댓글에서도 확인된다.

이와 같은 오해와 반감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서도 결코 이롭지 못하다. 다수의 국민이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 자체에 반감을 느끼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나 그를 옹호하는 측의 주장을 아예 처음부터 외면한다면, 헌법상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의 조화를 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 이를테면 대체복무와 같은 대안에 관하여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데 장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위와 유사한 맥락에서 국립국어원도 2006년 발표한 「차별적, 비객관적 언어 표현 개선을 위한 기초 연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가 ‘양심’의 일상적인 의미와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대체어로 제시한 바 있다.

“굳게 믿는 마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단어 ‘신념’이 헌법상 양심을 설명하기에 과연 가장 적절한 단어일지, 그 단어를 사용했을 때 다른 문제점은 없을지에 대해서는 국어학적 관점과 법학적 관점에서 전문가들의 논의가 좀 더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일반인이 의미를 파악하기 쉽고 가치편향적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보다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용어가 더 나아 보인다. 중요한 것은,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의 문제점을 이미 일각에서는 인지하고 다른 용어로의 대체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으며, 법조계 역시 그와 같은 논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한 번 굳어진 용어를 변경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판례를 통해 정착된 표현의 변경은 해석상 혼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극히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이 국민적 합의가 각별히 요구되는 사안에서, 국민 대다수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용어가 무비판적으로 계속 사용된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문제다.

법원의 무죄 판결로 인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의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지금이야말로, 그 용어에 대한 논의부터 차근차근 진행할 때다.

박우근 변호사 약력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변호사시험 제5회

주식시황 〉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2,746.63 ▲0.81
코스닥 905.50 ▼4.55
코스피200 374.63 ▲1.41

가상화폐 시세 〉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00,090,000 ▲353,000
비트코인캐시 894,500 ▲28,500
비트코인골드 71,500 ▲2,100
이더리움 5,070,000 ▲18,000
이더리움클래식 48,340 ▲2,140
리플 894 ▲10
이오스 1,585 ▲25
퀀텀 6,890 ▲145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00,179,000 ▲277,000
이더리움 5,077,000 ▲20,000
이더리움클래식 48,450 ▲2,220
메탈 3,137 ▲19
리스크 2,848 ▲19
리플 894 ▲10
에이다 935 ▲17
스팀 501 ▲7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00,054,000 ▲350,000
비트코인캐시 894,500 ▲27,500
비트코인골드 71,500 ▲3,150
이더리움 5,068,000 ▲15,000
이더리움클래식 48,340 ▲2,190
리플 894 ▲10
퀀텀 6,910 ▲220
이오타 500 ▲6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