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부근에서만 1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시민이 모였고, 19일에도 전국적으로 총 96만 명(주최측 추산)의 시민이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거리로 나왔다.(경찰측 추산은 거론하지 않겠다. 경찰에게 인원 체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성능 좋은 체크기가 필요할 듯해 보인다.) 이러한 국민들의 분노는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최근 3주 연속으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5%대를 보이고 있으며 부정적 의견이 90%를 넘었다.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서는 숨은 지지층을 운운하고 있는데 이는 그들의 희망일 뿐이다. 여론을 바꿔보려는 몸부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수십 년 경력의 여론조사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무리 봐도 그들이 말한 숨은 지지층이 존재할 여지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일에는 야권에 정치인들 몇몇이 모여서 '비상시국 정치회의'를 가졌다. 모임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언론의 관심은 받았다. 아직은 첫 만남인 만큼, 큰 기대는 없었으며 실제로 결과도 그런 정도였다. 그래도 과거에 시민사회 원로니 뭐니 하며 야권연대나 야권후보 단일화 등을 주장하며 모인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 모인 정치인들은 두 명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가 야당에 전•현직 대표들이다. 헌데 모임 후에 내놓은 것은 야3당에게 촉구하는 성명서였다. 각자가 전•현직 당대표들이고 여전히 소속정당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정치인들인데도 '무엇을 하겠다.'가 아니고 '야3당에게 무엇을 하길 바란다.'고 한 것에는 조금은 아쉬움이 든다.
야당은 정치를 해야 한다. 시민들이 모여서 외치는 광장 한구석에 정당 사람들을 동원해서 언론에 한 번 더 노출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국회에서 치열하게 논쟁하고 싸우며 야당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력으로 대통령 탄핵을 이끌고 통과시켜야 한다.
그런데 정치를 하지는 않고 다들 수습을 하겠다며 저마다가 모두 관리자 행세를 하고 있다. 심지어 문재인 전 대표는 '퇴진 후에도 대통령의 명예가 지켜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는 말을 했는데 마치 지금 대통령이 돼있는 줄 알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여론조사 1위가 끝까지 간다는 보장도 없고 그런 사례도 극히 드물다. 대단한 자만과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상황은 야권 정치인들이 얌전을 빼면서 계산기나 두드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야당 지도자들은 정치를 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치라면 당연히 대통령 탄핵이다. 이를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게 정치고 야당정치다. 그런데 아직도 일부는 탄핵 주장을 하지 않으며 무슨 이유인지 계산만 하고 있다.
총리와 관련한 문제도 있지만 이런 것이야 말로 정치지도자들이 모였을 때 통쾌하게 결론을 내고 의견을 한 곳으로 모으면 된다. 비상시국 정치회의니 뭐니 하는 모임이 정치력을 발휘할 기회와 역할이 있다면 이러한 문제일 것이다. 책임 있는 야당 정치인이라면 복잡한 문제에는 빠지거나 혹은 이런저런 계산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서는 아니 된다.
‘선거 기획과 실행’의 저자. 칼럼니스트 김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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