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에 따르면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보면, 2014년 9월 22일 김기춘 전 실장을 뜻하는 ‘長’(장)이라는 표시 옆에 ‘비위 법관의 직무배제 방안 강구 필요(김동진 부장)’라는 메모가 나온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앞서 열흘 전인 9월 12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국정원 댓글 사건’ 재판에서 피고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선거법 무죄 판결을 받은데 대해 비판 글을 올렸다.
앞서 열흘 전인 9월 12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5기)는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라는 제목으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죽어가는 상황을 보고 있다”고 개탄하며 “사법부가 국민들의 상식과 순리에 어긋나는 ‘지록위마의 판결’을 할 때마다, 국민들은 절망한다”고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해에 국정원장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저버리고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처리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 판결은 ‘정의’를 위한 판결일까? 그렇지 않으면, 재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심사를 목전에 앞두고 입신영달에 중점을 둔 ‘사심’이 가득한 판결일까?...”라고 궁금해 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사슴(鹿)을 가리켜 말(馬)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중국의 고사 성어로, 거짓된 행동으로 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휘두르는 경우를 비유한 말이다
김 부장판사는 특히 “국정원이 2012년 당시 대통령선거에 대해 불법적인 개입행위를 했던 점들은 객관적으로 낱낱이 드러났고, 삼척동자도 다 아는 자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명백한 범죄사실에 대해 담당 재판부만 ‘선거개입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면서 “이것이 지록위마가 아니면 무엇인가? 담당 재판부는 ‘사슴’을 가리키면서 ‘말’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김기춘 전 실장의 언급 나흘 뒤인 9월 26일 수원지방법원 성낙송 법원장은 김동진 부장판사가 법관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며 대법원에 징계를 청구했다.
이후 12월 3일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위원장 민일영 대법관)는 김동진 부장판사에 대해 정직 2개월 징계처분을 의결했다.
그러면서 “징계사유인 ‘법관이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정연순 민변 회장(가운데)
이미지 확대보기정 회장은 “이 정부 들어서 민변은 회원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검찰) 수사를 받거나, 징계청구를 당하는 등의 고초를 겪었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인권보고대회에서 초대 손님이 (민변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고한 단체라고 하기에 왜 그런가 했더니 ‘김영한 비망록’에 언급된 단체 중 멀쩡하게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조직이라는 말을 듣고 풉.. 웃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변도 그렇지만, 그들이 법원에 대해 했던 짓거리를 보니, 한숨이 나온다”며 “그런데 양승태 대법원장은 뭘 하고 계실까?”라고 씁쓸해 했다.
정연순 회장은 “풍문으로 들은 지 오래이나, 이렇게 증거로 확인하니, 또 다시 ‘이게 과연 제대로 된 나라인가’ 싶다”고 개탄했다.
정 회장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본중의 기본 질서인 ‘삼권 분립’을 정면으로 훼손한 그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연순 민변 회장이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기사
이미지 확대보기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