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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정범 변호사,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별심리 가능한가?

기사입력 : 2016.12.14 14:52 (최종수정 2016.12.14 14:52)
[로이슈 외부 법률가 기고 칼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별심리가 가능한가?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헌법재판소가 국회가 의결한 대통령탄핵소추안에 들어 있는 18개의 탄핵사유 중에서 중요한 것만 선별적으로 심리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자, 언론과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을 거듭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전체 탄핵사유 모두를 심리하겠다는 것이고, 그러다보면 심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결국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그 근거로 변론주의를 들고 나오지만 잘못된 이야기다. 변론주의는 민사소송절차에 적용되는 것으로 당사자가 주장하는 것만 판단하는 주장책임, 재판상 자백이 있으면 그대로 따라야 하는 자백의 구속력, 당사자가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 책임 등을 기본적인 요소로 한다. 탄핵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 절차를 준용하기 때문에(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 변론주의와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직권탐지주의 소송구조를 취한다. 결국 선별심리가 가능 하냐, 아니면 탄핵사유 모두를 살펴야 하는 것은 재판의 기본구조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아래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재판은 당사자가 청구한 것에 대하여 반드시 결론을 내려야 한다. 주장하거나 항변하는 사항에 대하여 증거관계를 파악해서 그 당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 재판의 본질이다.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심리를 하지 않거나 결론을 회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사실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에도 어떻게 하든 결론을 내려야하고 어느 한쪽의 주장을 배척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주장하는 사실에 대하여 입증이 부족할 경우에는 법원이 그러한 주장을 배척하게 되는데, 그 경우 배척당한 쪽이 입증책임을 부담한다고 한다.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사건에서 증거가 부족한 경우에는 검사가 패소를 하게 되고, 피고인이 무죄 판결을 받게 된다. 민사소송에서도 진위가 불명확한 경우에는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자가 패소하게 된다. 탄핵사건의 경우에도 여러 가지 사유를 소추안에 담고 있을 때 하나하나 증거관계를 살펴서 판단해야 한다. 여러 탄핵사유 중 증거에 의해서 뒷받침 되지 않는 탄핵사유는 배척을 한다. 물론 일부 사유만으로도 탄핵결정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경우도 있게 된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탄핵심판에 대한 결론을 조속히 내려야 한다면서 탄핵사유가 인정되는 사안만 판단해서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별심리를 하자는 것이다. 선별심리를 거부한 헌법재판소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의 존립 근거를 의심케 하는 대단히 반국민적인 발표”라건, “헌법재판소의 심리와 형사재판은 완전히 다르다”라면서 “형사재판은 기소된 모든 것을 심리해야 형량이 정해지지만 대통령의 탄핵은 빨리 종결돼야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18가지에 대해 하나하나 심리를 하느냐. 이는 헌법재판소의 존립 근거에 대한 것이고, 자신들의 헌법재판소에 대해 존립 이유도 모르는 것”, “촛불 민심 또한 결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니 헌법재판소는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라 목소리를 키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어떤 재판도 결론을 빨리 내린다는 이유에서 그렇게 졸속으로 진행될 수는 없다. 우리 법이 허용하지 않는 재판형식이다. 그렇게 급했으면 차라리 국회가 탄핵사유를 확실한 몇 가지만 담았어야 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선별심리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어야 한다. 선별심리가 가능한데 이번 탄핵사건의 경우에는 선별심리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들릴 수 있고, 그래서 오해의 소지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본래 선별심리가 불가능한 재판제도를 두고 선별심리 운운할 필요가 없었다. 긁어서 부스럼을 만드는 꼴이 되었다. 또한 선별심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꼭 재판이 늦어지는 것도 아니다.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유로 적시한 18개 사항을 빠짐없이 모두 심리하더라도 미리 준비절차를 통해서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조사 계획을 잘 세우면 빠른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따라서 탄핵사유가 여러 가지여서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속단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재판을 어떻게 집중적으로 진행해서 결론에 이를 것인지는 재판을 진행하는 쪽의 의지에 달려 있다. 탄핵결정을 빨리 얻기 위해서 확실한 사항 몇 가지만 골라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우리 법형식이 허용하지 않는 재판이기도 하지만 공정한 심판이라 할 수도 없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여러 개의 탄핵사유를 모두 살펴보아 그 중 일부가 증거관계에 의해서 충분히 인정되고, 인정되는 사실만으로도 탄핵사유인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심리를 종결하고 탄핵결정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선별심리를 통해서 일부 사유만 살피는 것은 지나치게 주관적인 법해석이고, 예단을 가지고 심리한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결코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탄핵사유로 제출된 여러 가지 사유들 중에서 일부가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채택되지 않는 겨우)에는 향후 형사재판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혹시 박근혜 대통령이 형사재판을 받으면서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닐까? 전혀 그렇지 않다. 소송은 제출된 증거를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판단한다. 지금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많은 증거조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증거자료는 이번 탄핵재판에서 제출되기 어렵지만 형사기소를 할 때는 사용되는 증거자료다. 이미 검사의 수사과정과 언론보도, 그리고 청문회 등에서 주장하거나 제출된 자료를 중심으로 탄핵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또한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절차가 준용되기는 하지만 형사재판 자체는 아니기 때문에 일사부재리의 원칙(一事不再理原則)이 적용되지도 않는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은 어떤 사건에 대하여 유죄 또는 무죄의 실체적 판결 또는 면소(免訴)의 판결이 확정되었을 경우, 판결의 기판력(旣判力:판결의 구속력)의 효과로서 동일사건에 대하여 두 번 다시 공소의 제기를 허용하지 않는 형사소송의 대원칙으로 형을 우리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도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위 원칙은 형사재판에서만 적용되는 것이어서 탄핵심판에서 증거 등의 부족으로 탄핵사유로 배척되었더라도 수사기관이 다시 기소하여 형사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다.

헌법재판소의 잘못된 발언으로 논란만 키웠던 선별심리 운운은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제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에 집중해서 빠른 결론을 내려 국가의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 선별심리를 할 것인지의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집중심리를 통해서, 그러면서도 충실한 심리를 통해서 올바른 결론을 내리느냐의 문제에 천착(穿鑿)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탄핵심판을 빨리하려거나 아니면 늦추어 하려는 것은 모두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지나치게 보수적이어서 국민들에게 줬던 불안, 특히 보수세력이 숨 돌릴 틈을 주기 위해서 탄핵심판을 끌어간다는 의구심을 국민들에게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가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 하냐의 여부는 이번 대통령(박근혜) 탄핵심판의 심리과정과 그 결론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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