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정부, 민변에 한미FTA 협상문서 정보 공개하라”

기사입력:2017-01-03 10:18:03
[로이슈 신종철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정부를 상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문에서 한국에 불리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작성된 경위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냈는데, 대법원은 민변의 정보공개청구가 정당하고, 산업자원통상부의 비공개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2007년 5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선언할 당시에 발표한 협정문에는 없던, ‘미국에서의 한국 투자자 대우 조항’이 그해 7월 서명본에 갑자기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이러한 심각한 조항이 삽입된 사실을 알리지도 설명하지도 않았다.

민변은 이 조항이 미국에서 한미FTA가 제공할 한국 투자자 보호 수준을 중대하게 침해한 조항으로 인식하고, 이 문구가 갑자기 등장한 배경과 이 문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2016년 3월 11일 이 조항을 넣은 협상 과정의 문서를 공개할 것을 산업자원통상부에 청구했다.

한미FTA 중 ‘서문 중 대미 한국투자자가 한미FTA효과를 누리는 것을 제약하는 조항을 추가하기 위하여 한미 양측이 교환한 문서’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20일 뒤인 3월 31일 “정보공개법에서 정한 ‘외교 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하므로 이를 비공개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민변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반정우 부장판사)는 2016년 1월 21일 “피고가 원고에게 한 정보 비공개 결정을 취소한다”며 민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정부가 비공개로 제시한 2가지 핵심 주장 모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다른 나라들의 교섭 정보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는 이 정보가 공개되는 경우 다른 나라들의 교섭 정보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국익을 해한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이 사건 정보에 한국과 미국의 입장과 협상 전략이 포함되어 있다’는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내용만 되풀이하여 주장하고 있을 뿐 그 근거가 될 만한 구체적인 사유를 전혀 주장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즉 이 정보에 어떠한 성격과 차원의 협상 전략이 포함돼 있는지, 협상 전략이 공개되는 경우 다른 나라들이 이를 어떠한 방식으로 교섭 정보로 활용할 수 있는지, 다른 나라들이 이를 교섭 정보로 활용할 경우 한국의 교섭 진행에 어떠한 불이익을 주는지 등을 전혀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설령 이 정보가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한미 자유무역협정’ 가운데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특정 문장에 국한해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나 협상 전략이 외부에 알려질 여지가 있음에 그칠 뿐이고, 자유무역협정 전반에 관한 한국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이나 핵심적인 협상 전략 등이 외부에 알려질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과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정보가 공개될 경우 다른 나라들의 교섭 정보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피고는 이 정보가 공개될 경우 한국과 미국 사이에 외교ㆍ통상 관계에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국익을 해한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근거를 아무 것도 주장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한미FTA에 관한 협상 과정에서 생성된 문서를 협상이 발효된 후 3년 동안 비공개하기로 합의했고, 비공개 기간이 2015년 3월 14일로 종료했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며 “그렇다면 합의된 비공개 기간이 지난 정보를 공개한다고 해서 미국이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가 주장하는 증거들만으로는 이 정보가 공개될 경우 한국과 미국 사이에 외교ㆍ통상 관계에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이 정보가 정보공개법 조항에서 정한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비공개한다는 피고의 결정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정부가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 제9행정부(재판장 김주현 부장판사)는 2016년 9월 1일 “피고의 항소 주장을 살펴봐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인 1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항소를 기각했다.

사건은 정부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016년 12월 29일 민변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 상고심(2016두51962)에서 정부가 민변에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민변의 정보공개청구가 정당하고, 산업자원통상부의 비공개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 2일 민변 국제통상위원회(위원장 송기호 변호사)는 “정부는 소송과정에서 아무런 입증 없이 그저 ‘협상전략의 노출’, ‘외교상 불이익’ 만을 주장했다”며 “그러나 이번 소송을 통해 정부의 주장은 허울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영국의 EU탈퇴(브렉시트) 등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국제통상 문제에 보다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보다 열린 공간에서 치열한 연구와 토론이 벌어져야 한다”며 “국제통상조약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변변치 않은 이유로 숨기려고만 하는데, 국제통상 분야에 있어 정부의 밀실행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이제 정부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된 이상 관련 정보를 즉각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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