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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외교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 문서 공개하라”

기사입력 : 2017.01.07 16:57 (최종수정 2017.01.07 16:58)
[로이슈 신종철 기자]
서울행정법원은 한국과 일본 양국이 2015년 12월 28일 발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 문제와 관련해 협의한 문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2015년 12월 28일 일본 외무성 대신 기시다 후미오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12ㆍ28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를 발표했다.

이 발표문은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함”으로 돼 있고, “이번 발표를 통해 일본정부와 함께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함”이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로 인해 정치권은 물론 대국민 반발을 불러왔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기호 변호사는 2016년 2월 1일 외교부장관에게 ‘12ㆍ28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와 관련해 “군의 관여”, “성노예”, “일본군 위안부”라는 용어를 선택하기로 하고, 그 사용에 대해 협의한 교섭 문서에 대한 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비공개 결정을 하며 거부했다. 이에 불복해 송기호 변호사가 이의신청을 냈으나, 기각 결정을 받자 소송을 제기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이 사건 정보는 일본이 ‘12ㆍ28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 이후 스스로 공개하거나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내용과 관련된 것으로 비공개로 보호하려는 이익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이익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외교관계 등에 대한 영향이나 국가 이익의 손상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보공개 거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던 외교부는 법정에서 “일본의 동의 없이 공개하는 것은 외교적 신뢰관계에 큰 타격을 준다. 한일 양국 간 협의시 상호 비공개하기로 합의한 사항이다”라며 비공개 사유를 밝혔다.

외교부는 또한 “국가안전보장ㆍ국방ㆍ통일ㆍ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거부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김정숙 부장판사)는 6일 송기호 변호사가 외교부를 상대로 낸 정보비공개처분 취소 청구소송(2016구합55698)에서 “이 사건 정보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12ㆍ28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에 이르기까지 개최된 한일 국장급 협의는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연행의 주체 및 존부, 1965년 한일 협정에 따른 책임 범위, 성노예라는 명칭의 적절성 등에 대한 일본 측의 발언이 기재돼 있어서 일본과의 외교적 신뢰관계에 다소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인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나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보유ㆍ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에게 공개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정보공개법의 입법 목적에 비춰 보면, 그 예외사유인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하고,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와 같은 사유를 들어 정보공개를 거부함에 있어서도 그 비공개로 인해 보호되는 국가의 이익이 ‘국민의 알권리 보장,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라는 정보공개로 국민이 누릴 수 있는 이익보다 크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함은 명백하므로, 외교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적어도 위와 같은 비교형량과 그에 대한 합리적 판단이 가능할 정도의 주장 및 입증은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객관적 근거가 뒷받침 되지 않은 가능성이나 일반적인 추론만으로 섣불리 비공개사유의 존재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피해자 개인들로서는 결코 지워지지 않을 인간의 존엄성 침해, 신체 자유의 박탈이라는 문제였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국민의 일원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하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데에 대한 채무의식 내지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문제로 역사적ㆍ사회적으로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12ㆍ28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최종적ㆍ불가역적으로 해결되는 것이라면 위안부 피해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은 일본 정부가 어떠한 이유로 사죄 및 지원을 하는지 및 그 합의 과정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됐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 “대한민국이 이 사건 정보를 비공개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일본과의 외교적 신뢰관계라 할 것이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국가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하게 된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이 12ㆍ28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합의와 관련된 내용을 비공개하고 있는 반면,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2016년 1월 18일 ‘일본군 위안부를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일본이 인정한 군의 관여는 위안소 설치, 위안부 이송에 대해서는 일본군이 직ㆍ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 군과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는 등 12ㆍ28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 중 강제연행과 관련된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하여 이를 스스로 공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15년) 12ㆍ28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는 이미 과거에 있었고,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본의 반인도적 행위에 대한 평가 및 배상을 다루고 있는바 다수의 국가와 체결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장래 국가간 정보시스템, 방위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일련의 군사협정 등과도 그 성격을 달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며 이 사건 정보의 비공개로 보호되는 국가의 이익이 국민의 알권리보다 크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 사건 정보들이 30년이 지나 외교문서공개심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공개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법원에 비공개로 제출된 이 사건 정보의 일부를 열람한 결과 원본의 보존기간이 5년으로 기재돼 있어 이후 재분류 심사에서 이 정보가 파기될 가능성이 있는 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모두 고령으로 생존자가 40명(2016년 12월 31일 기준)에 불과한 바 이 사건 정보가 30년이 지나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이 사건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의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송기호 변호사
송기호 변호사
이번 판결에 대해 원고로서 소송을 진행한 송기호 변호사는 “일본의 국제인권법 위반 행위에 대응해, 국민의 기본권 수호”라고 평가하면서 이번 승소에 대해 “평생의 보람으로 생각한다”고 감격해 했다.

송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일본이 한일 발표 이후에도, 대외적으로 강제연행을 부인하는 것에 대응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바와 같이 ‘인도적 불법행위’이며 ‘근원적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전시 성노예의 본질적 핵심인 일본 군 관헌과 군에 의한 강제연행에 대한 한일 협의 사항을 공개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 책무인 국민의 기본권 수호 의무를 다하는 것임을 확인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송 변호사는 또 “오늘의 승소 판결은 법원이 한일 위안부 합의 속에서 일본이 ‘강제연행’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그러한 합의는 무효라는 것을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그러면서 “정부는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인권 문제인 ‘위안부’ 합의 실체를 법원 판결에 따라 즉시 공개해야 한다”며 “만일 정부가 항소하는 방식으로 공개를 거부한다면, 이 자체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 책무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한편, 대법원은 2012년 5월 24일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 2009다6862 판결)

또한 헌법재판소는 2011년 8월 30일 전시 성노예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에 의해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판단했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일본에 대해 가지는 배상청구권은 헌법상 보장되는 재산권일 뿐만 아니라, 그 배상청구권의 실현은 무자비하고 지속적으로 침해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신체의 자유를 사후적으로 회복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 2006헌마788 결정)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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