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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환자 신체접촉 수치심…의사의 진료행위면 추행 아냐

기사입력 : 2017.01.08 15:40 (최종수정 2017.01.08 15:40)
[로이슈 신종철 기자]
의사의 진료 및 치료과정에서 신체 접촉으로 환자가 다소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껴 추행으로 오해되거나 비판받을 소지가 있을 수 있더라도, 그것이 치료와 무관하거나 치료의 범위를 넘어 환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려는 의도 하에 이루어진 추행행위로 평가할 수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30대 의사 A씨는 2013년 4월 병원 진료실에서 교복치마를 입고 의자에 앉아 있던 여중생 B(여, 14세)양을 진찰하면서 몸을 밀착시키고 배꼽 주변을 누르다가 은밀한 부위를 만지는 등 치료를 빙자해 위계로써 아동ㆍ청소년인 피해자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또 다른 2명의 여중생에게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의사 A씨는 “진료행위만을 했을 뿐 추행한 사실이 없다. 복부 진찰 과정에서 피해자의 배꼽 주변을 누른 것은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진료과정에서 허벅지가 피해자들의 무릎에 반복해 닿은 것은 인정하나, 이는 진료과정에서의 단순한 접촉에 불과하며, 피고인의 성기 부위가 피해자들에게 닿은 사실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인 인천지방법원은 2014년 2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추행)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B양에 대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공소사실 중 다른 2명의 여중생에 대한 위계추행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행위가 있은 직후 친구들과 학교 선생님에게 불쾌감을 호소하고, 대책을 상담하기도 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진료방법이 부적절했다는 수준을 넘어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평가되기에 충분하고,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도 인정된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김종근 부장판사)는 2014년 12월 의사 A씨의 B양에 대한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당시 병원 진료실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병원에서 피고인이 환자를 진료하는 진료실의 문 앞 통로는 옆에 있는 피부과를 들어가는 입구로서 평소에도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며, 진료실 앞에는 환자 대기석이 있고, 진료실 바로 옆은 접수대를 비롯해 병원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곳이고, 통로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쉽게 진료실 안의 상황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이 병원은 평소에도 외래환자가 상당히 많은 병원”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위와 같이 피해자들이 항의하거나 문제 삼으면 즉시 발각될 수 있는 개방된 환경의 진료실에서 이루어진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피해자들이 피해 당시나 그 직후 외부로 불쾌감을 드러내지는 않았다는 것은 피고인의 행위가 추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또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에게 체온계와 이경 등을 이용해 진료를 할 때의 피고인의 진료 자세에 대한 피해자들의 진술이 일치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자세가 진료실에 있는 의자의 모양과 구조 및 피고인의 신체적 특성으로 인한 피고인의 평소 진료 자세로 볼 여지가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복부촉진 행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이 처음에는 배꼽 주위를 몇 번 눌러 아프냐고 묻고, 아프지 않다고 대답하자 더 아래쪽인 팬티 안쪽 부분을 누르면서 아프냐고 물었고, 거기는 아프지 않고 위쪽이 아프다고 말하자 다시 복부 위쪽의 다른 부위를 누르며 아프냐고 물었고, 피해자가 그곳이 아프다고 대답하자 다시 아래쪽인 팬티 안쪽 부분을 누르며 여기는 아프지 않냐고 물어봤다’는 것이어서 피고인의 위와 같은 복부촉진 행위는 전문심리위원의 복부촉진에 관한 소견과 상당 부분이 부합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수련의 과정을 마친 후 바로 병원에 봉직의로 재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진료 경험이 많지 않던 피고인이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피해자들과의 신체 접촉을 조심하고 주의하기 보다는 진료행위에 충실해 오해를 샀을 가능성이 있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진료행위에 필요한 행위였다면 이로 인해 환자가 다소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이를 추행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고, 피고인에게 추행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추행)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환자의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진료 및 치료과정에서 이루어진 의사의 행위가 환자의 인식 여하에 따라서 추행으로 오해되거나 비판받을 소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것이 치료와 무관하거나 치료의 범위를 넘어 환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려는 의도 하에 이루어진 추행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이 필요하고, 검사의 증명이 유죄의 확신을 갖기에 충분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전체적인 치료과정에 다소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들에 대한 진료과정에서 이루어진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이 추행의 범의 하에 행위를 했음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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