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티비를 지켜본 기억으로는 안철수도 다소 긴장을 했던지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가 감지되기도 했다. 18대 대선후보 티비토론에서도 내용적으로는 나쁘진 않았지만 작심하고 준비해 온 듯한 문재인의 공세에 너무 착하게, 정석적으로 대응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차분한 모습에서 진정성은 엿볼 수 있었으나, 크나큰 정치적 파고를 감당해내고, 때론 정치적 공세를 주도해야하는 입장까지도 감안해본다면 다소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몇몇 티비출연을 지켜보면서 안 전 대표의 화법은 굉장히 자신감이 있고, 자연스러우며 여유롭기까지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강약조절 스킬도 상당히 늘었다. 끊임없는 학습을 바탕으로 어느덧 두 번째로 대선에 임하는 경험까지 추가하여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붙었다고나 할까. 분명 5년 전 대선을 준비하던 때와는 달리 많이 성숙하고 노련해진 모습이었다. 안 전 대표 본인 스스로도 회고한 적이 있지만 대학에서 강의하던 시절, 처음엔 너무 긴장했던 나머지 실수도 했지만 스스로 강한 마인드 컨트롤과 연습을 통해 강의 스킬을 개선시켰다고 하니 언론 인터뷰나 티비 생방송 출연에 대비해 남모르는 노력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좌담에 임하는 태도 뿐 아니라 쏟아내는 내용들도 꽤 설득력있고 콘텐츠를 갖추었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안 전 대표의 방송출연을 지켜보면서 문득 이미지정치는 능하면서 방송출연은 기피하고, 기자들의 질문도 차단하는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어느 후보자가 생각났다. 같은 당 내의 예비 후보자에게도 티비토론을 회피한다는 의혹으로 비판받기도 하고, 당밖으로는 질문을 차단당한 기자들의 분노를 사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지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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