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일자리재단출범

[칼럼] 김정범 변호사 “탄핵 재판의 승복, 과연 선택인가?”

기사입력 : 2017.02.27 15:09 (최종수정 2017.02.27 15:09)
[로이슈 외부 법률가 기고 칼럼]

<탄핵재판의 승복, 과연 선택인가?>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재판이 결심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헌법재판소 측과 대통령 대리인단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국회 소추단과 싸워야 할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를 향해서 공격을 하는 모양새다. 어떻게든 탄핵재판의 심리를 계속 이어가려는 계산이다 보니 일정한 기간 내에 재판을 끝내려는 헌법재판소 측과 마찰을 빚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 대리인단이 재판의 승복 운운하는 말까지 터져 나와 뒤숭숭한 상황이다. 김평우 변호사는 헌재 법정에서 “탄핵심판을 국민이 결정하도록 맡기면 촛불집회 •태극기 집회가 전면 충돌해 서울 아스팔트 길 전부 피와 눈물로 덮일 것”라며 헌법재판소를 맹비난하고, 또 다른 대리인은 벌써 재심을 운운한다. 일반 국민이나 정치인도 아니고 변호사의 입에서 재판의 승복 여부를 입에 담는 것은 스스로를 부인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임에도 거리낌이 없다.

재판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법원이나 헌법재판소 등 사법기관이 구체적인 분쟁에 대하여 일정한 절차를 거쳐 종국적(終局的)으로 결론을 내리는 공권적(公權的) 판단이다. 그리고 사법기관은 신분이 보장되고 독립해 활동하는 법관으로 구성되며 최종적인 법 해석을 통하여 분쟁을 해결한다.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는 3권 분립의 원칙에 의해서 행정부, 입법부와 구별되는 독립된 사법부를 두고 있다.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국회의 입법부의 구성원인 의원을 국민의 투표에 의해서 선출하는 방식을 취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더라도 사법기관은 대부분 전문적 지신을 갖춘 사람 중에서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에 따라 구성한다. 사법부의 판단이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사회정의나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의 보호를 위한 배려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판은 원고 또는 검사가 소를 제기함으로써 비로소 진행되는 불고불리(不告不理)의 원칙이 적용된다. 사법기관이 스스로 재판을 시작할 수는 없다. 탄핵재판의 경우에도 국회가 소추를 해야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재판은 원칙적으로 당사자가 대립하는 구조를 취한다. 그리고 대립하는 당사자들이 사법기관의 면전에서 주장과 증거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공격과 방어를 거듭하다가 일정한 단계에서 결심을 한다. 사법기관 제출된 주장과 증거를 중심으로 판단을 함으로써 재판을 마무리 짓는다. 어느 단계에서 결심을 할 것인지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르지만 당사자의 태도 또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주장과 증거를 충분히 제출해서 더 이상 제출할 증거나 새로운 주장이 없는 경우에 결심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당사자 일방이 재판을 지연시킬 목적에서 관련 없는 주장을 하거나 증거를 제출하려 할 경우에도 재판부는 결심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이 증거를 제출하려거나 주장을 하려는 당사자는 사건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재판은 사법기관이 양쪽의 주장과 증거를 살펴만 보고 있다가 승패를 가려주는 것도 있고, 재판절차에 적절하게 관여하는 경우도 있다. 전자를 변론주의, 후자를 직권주의(직권탐지와 직권조사)라 한다. 변론주의는 당사자가 주장한 사실에 한해서만 판단하고, 당사자가 제출한 증거만을 판단의 근거로 하며, 당사자가 자백한 경우 자백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직권주의의 경우에는 주장을 보충하도록 하든지, 새로운 주장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필요한 증거도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형식을 취한다. 변론주의는 민사소송에서, 직권주의는 형사재판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나고 행정재판, 헌법재판, 가사재판에서도 상당 부분 직권주의 요소가 가미된다. 그러므로 변론주의가 적용되는 재판이냐, 아니면 직권주의가 적용되는 재판이냐에 따라서 법원과 당사자가 해야 할 역할이 달라지는 것이다.

법치국가에서 재판의 승복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시작이고 끝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는 반드시 분쟁이 발생한다. 그 분쟁 해결을 위해서 법이 만들어진다. 어떤 경우에 어떻게 하자는 규범이 필요한데 그 규범 중에서 강제되는 것이 법이다. 그렇다면 법이 어떻게 적용되고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는 사법기관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재판을 담당하는 사법기관은 법치국가의 전제이면서 최후 보루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법기관이 없다면 법이라는 것은 쓸모없는 장식물에 불과하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난무하는 정글법칙이 적용되는 무법천지로 변하게 된다. 법이나 사법기관이 존재하더라도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법치국가의 구성원은 누구나 법을 준수하고 사법기관의 판단을 따르겠다는 무언의 약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재판의 승복은 이처럼 당연한 것이다. 더 나아가 재판에 승복해야 하는 이유는 누구나 재판절차에 참여해서 자신의 주장과 증거를 제출함으로써 자신을 방어하게 된다. 재판절차에 참여하지 못하고 판단을 받는 경우 구제수단이 반드시 갖춰져 있다. 그러한 절차를 이용해서 적절한 대응을 하느냐의 여부는 당사자의 능력에 맡겨져 있고, 능력이 부족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경우를 생각해서 국선변호제도나 법률구조제도가 만들어져서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재판을 담당하는 사법기관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입법부, 행정부와 대립해 견제와 균형을 다하도록 하는 한편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들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또한 심급제와 재심제도를 보장함으로써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모두가 재판의 절대적인 승복을 전제로 하는 것들이다.

그만큼 재판은 신성하게 받아들이는 것이고 승복은 당연하기 때문에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했다. 종종 정치인들의 재판에서 승복 운운하는 말들이 있었지만 법조인들의 입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단어였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재판에서는 변호인들마저 재판승복 운운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정치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탄핵은 우리 역사상 초유의 일이 될 터이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상당수의 사람들이 탄핵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말 태극기 집회에 모이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보니 그 힘을 믿고 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방편으로 재판의 불복을 이야기한다. 만일 탄핵재판에 승복한다면 탄핵에 반대하는 많은 시민들에게 뭐라고 말할 것인가?

대통령 대리인단은 재판이 이정미 권한대행의 임기종료에 맞춰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불복의 근거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실질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앞으로 6개월 더 심리를 진행하고 탄핵결정을 받는다고 승복으로 바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재판은 시간으로 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2016헌나1)의 경우 2016. 12. 9. 사건을 접수해서 16차례의 변론절차를 거쳐서 결심을 할 예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2004헌나1)은 2004. 3. 2. 접수해서 2004. 4. 30. 결심을 한 다음 2004. 5. 14. 판결선고를 했다. 변론절차를 7차례 가졌다. 두 사건을 단순 비교하더라도 결코 졸속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경우 재판이 공전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대통령의 이익을 위해서 증언해야 하는 사람들이 재판정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대리인 측에 충분한 기회를 주었던 것이고,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까지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충분한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공격과 방어를 다하지 못하였다면 스스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대목이다.

대리인단인 변호사가 재판의 불복을 거론하다 보니 탄핵재판의 결론이 어떠하든 정치적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탄핵재판의 결론이 어떠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불복의 문제도 거론될 여지가 없다. 자신들이 승소할 경우에는 오리혀 상대방에게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 대리인 측은 법률적으로 자신들이 탄핵심판에서 방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탄핵 인용 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변호사의 지위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재판 불복을 거론하는 이유다.

사실 재판 불복의 문제는 야권에서 먼저 거론하였다. 민주당의 전 대표인 문재인 후보는 ‘탄핵이 기각되면 그다음은 혁명밖에 없다’고 말하였고, 야권의 유력 대권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탄핵은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우리 국민이 이미 해임하고 퇴진시킨 박 대통령을 헌재가 살린다면 승복할 것이 아니라 국민과 손을 잡고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박 대통령을 퇴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 모두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재판의 승복 여부에 대하여 그렇게 경솔한 주장을 하는 그들의 인식이 부끄럽다. 헌법재판소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기는 하지만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재판에 불복하는 저항권의 문제는 국민들이 알아서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정치인의 선동으로 시작돼서는 곤란하다.

민주국가를 표방하는 우리나라는 법치주의를 통치수단으로 삼는다. 국민적 합의다. 인치(rule of man)의 시대가 아니라 법치(rule of law)를 근본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의 불복은 법치주의를 배격하고 과거 봉건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재판의 결과에 따라서 일부불만을 나타내는 사람들은 있겠지만 조직적으로 불복을 거론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위정자들이나 소송을 수행하고 있는 대리인들이 재판의 승복여부를 거론하는 것은 더욱 경계해야 한다. 소추단인 국회와 대통력 측, 그리고 대리인들은 어떤 경우에도 재판 결과에 승복해야 하는 이유다. 국가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그들이 혼란을 잠재우는 유일한 길이고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위 칼럼은 외부 기고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로또 당첨번호 "틀렸다고 버리지마세요"
☞서울 전세금으로 전원주택 짓는다!

로이슈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반론·추후 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메일: law@lawissue.co.kr / 전화번호: 02-6925-0217
<저작권자 © 로이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전체메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