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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우근 변호사, 미술품 유통법, 제2의 <미인도> 막을 수 있을까

기사입력 : 2017.03.06 11:50 (최종수정 2017.03.06 11:50)

편집자 주 |본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변호사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정욱 변호사)와 법조인 칼럼 협조 체계를 구축해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공익활동의 보폭을 넓히고 있는 한국법조인협회가 앞으로 정기적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법조인의 탁견을 제시해 드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번 칼럼은 제18회.

[로이슈 외부 법률가 기고 칼럼]

미술품 유통법, 제2의 <미인도> 사건 막을 수 있을까
박우근 변호사

지난 2016년은 천경자, 이우환 등 유명 미술가들과 관련된 위작 논란으로 미술계가 유난히 시끄러웠던 해였다. 특히 천경자의 작품으로 알려졌던 <미인도>의 위작 여부에 관한 검찰 조사는 미술계와 법조계는 물론이고 일반인에게까지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한 배경에서, 미술품 위작 문제로부터 구매자를 보호하고 미술품 유통의 기초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술품 유통에 관한 법률(이하 ‘미술품 유통법’)」 제정안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2016년 12월 입법예고되어 올 3월 중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화랑업 등록제와 미술품 경매업 허가제, 기타 미술품 판매업 신고제의 도입이다. 화랑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시설을 갖추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발굴·양성 또는 지원·홍보하고자 하는 미술작가의 명단 등을 등록신청서에 기재하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등록하여야 한다(제5조). 미술품 경매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제12조). 기타 미술품 판매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신고서를 작성하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제18조).

둘째, 미술품 유통업자에게 계약서 및 보증서 교부 의무와 미술품 거래 이력 관리 의무를 부과한다. 미술품 유통업이란 미술품의 판매·경매·대여·중개 등의 거래에 제공하는 사업으로 위에서 언급한 화랑업, 미술품 경매업, 기타 미술품 판매업을 말한다(제2조 제2호). 미술품 유통업자는 미술품을 판매·경매·중개 또는 기타 유통하는 경우 계약서와 미술품 보증서를 작성하여 구매자에게 교부하여야 하며(제22조 제2항), 자신이 거래한 미술품에 대하여 자체적으로 그 이력을 관리하여야 한다(동조 제5항).

셋째, 미술품 유통업자의 손해배상책임 규정이다. 미술품의 작가·판매자 또는 구매자 등은 미술품 유통업자가 위작 미술품을 유통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 미술품 유통업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미술품 유통업자가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선의 무과실이어야 하며, 이에 대한 증명책임은 미술품 유통업자에게 있다(제28조 제1항). 다만 미술품 유통업자가 미술품 감정서나 작가확인서 등 위작이 아님을 나타내는 자료를 신뢰한 경우에는 선의 무중과실을 증명하면 손해배상책임을 면한다(동조 제2항).

넷째, 미술품 감정업 등록제의 도입과 미술품 감정업자의 손해배상책임 규정이다. 미술품 감정업이란 업으로써 미술품의 진위나 가치 등을 평가하는 사업을 말한다(제2조 제7호). 미술품 감정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등록하여야 한다(제29조). 미술품 감정업자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허위로 미술품의 진위감정을 하거나 감정 서류에 미술품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기록하는 등 감정의뢰인이나 선의의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하였을 때에는 손해배상책임을 지며, 선의 무과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미술품 감정업자에게 있다(제35조).

다섯째, 국립미술품감정연구원의 설립이다. 미술품의 적정 가치와 진위 판정 등에 관한 미술품 감정 및 감정기법 연구개발 등을 위하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국립미술품감정연구원을 설립한다(제36조 제1항). 국립미술품감정연구원은 수사기관이나 법원 등의 수사나 재판상 필요한 미술품 감정 및 감정의 지원, 국세청 등의 과세 관련 미술품 감정 및 감정의 지원, 미술품 감정 관련 분쟁 조정, 미술품 감정기법 연구 및 기술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동조 제4항).

즉 미술품 유통법은 미술품의 유통 및 감정에 있어서의 전 과정을 제도화하여 투명하게 함으로써 위작 미술품이 유통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으로, 그 전체적인 취지는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미술계의 반응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미술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현재도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시장을 더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화랑업계 및 경매업계 등으로부터 주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술품 감정업 등록제와 관련해서도, 현재 미술품 감정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이 전무한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 있다. 한편 국가기관이 나서서 미술품을 감정할 만한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은데도 국립미술품감정연구원을 상설 운영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미술품 감정업자의 손해배상책임 규정 역시 감정업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것은 아닌지 재고해 볼 여지가 있다. 미술품 감정은 그 특성상 절대적이기보다는 확률적 판단일 수밖에 없으며, 감정업자에 따라 확률적 판단 또는 이에 근거한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프랑스의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감정단이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을 0.0002%로 감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에서는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이처럼 검찰 또는 법원에서 감정업자의 감정이 “틀렸다”는 결론을 내린 경우에 감정업자가 스스로 선의 무과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허위 감정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고 공정한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미술품 유통법이 당초의 취지대로 제2의 <미인도> 사건을 예방하고 건전한 미술품 유통 환경을 조성하며 미술시장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각계의 비판을 적극 수렴하여 반영하는 재검토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약력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변호사시험 제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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