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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은 삼성과 헤어질 수 있을까?…최정표 "지금이 경영자 혁명의 적기"

기사입력 : 2017.03.08 21:58 (최종수정 2017.03.08 22:14)
[로이슈 조기성 기자]
최정표 건국대 교수가 한국 대형 사건·사고의 시작과 끝인 재벌 문제에 대한 개혁방안을 담은 책 '경영자 혁명:삼성, 전문경영인 기업으로 가야'를 내놨다.

최 교수는 오랜 기간 독과점 문제와 재벌 문제에 대해 연구해오면서 이론적인 분석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다.
최 교수는 뉴욕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뒤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설립 시부터 경제 정의 실천을 위한 시민운동에 참여하면서 경실련 공동대표, 공정거래위원회 비상임위원, 한국산업조직학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소유냐, 경영이냐?

박근혜·최순실 사태가 촉발시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은 한국경제사에서 대단히 상징적인 사건이다.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의 3세 후계자인 그가 구속에까지 이른 것은 재벌들에 공통적인 ‘세습 집착증’ 때문이다. 경영권 세습에 대한 집착이 불법, 탈법도 불사하게 했고, 결국 ‘삼성그룹 총수로는 사상 최초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재벌은 한국에서 유독 강한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은 일찌감치 1900년대 초반에,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재벌이 해체됐다. 이스라엘은 2013년에 재벌 체제에 종언을 고한 뒤 벤처 창업이 활성화 되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소유와 경영의 분리 및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은 기업 발전의 자연적인 진화 과정이지만, 우리나라의 재벌은 이런 발전 과정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세습’이다. 재벌들은 국가 경제보다 자식들에게 부를 대물림하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이 같은 ‘세습 집착증’이 국가 경제를 재벌왕국으로 만들었고, 이로 인해 세습 경영인들이 장악한 경제의 활력이 계속 떨어져 이들이 잘못하면 한국 경제가 통째로 무너져버릴 운명이다.
유난히 재벌에 관대한 한국의 사법체제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큰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십 년간 이어져온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극적인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과연 이재용으로 대표되는 ‘세습 경영자’들과 삼성으로 대표되는 ‘재벌’은 헤어질 수 있을까? 저자는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전문경영인들이 전면에 등장할 수 있는 ‘경영자 혁명(management revolution)’의 적기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세습 재벌들은 왜 경영권에 집착할까

한국은 경제력 집중이 매우 심한 나라다. 5대 재벌이 한국 경제의 30% 이상을 직접 지배하고 있다. 이 30%는 우리 경제의 핵심부문이기 때문에 중요성으로는 70~80%에 해당한다. 이는 한국 경제가 통째로 재벌에 의해 세습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재벌들이 경영권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영권 프리미엄’ 때문인데, 경영권을 행사함으로써 얻는 혜택이 너무나 크다. 경제력이 집중되면 재벌들의 영향력은 확대되고 그 영향력은 남용된다. 재벌은 이렇게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문화, 예술, 언론 등 사회 각 분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재생산해 나간다. 이는 경제활동의 공정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시장의 효율성까지 해친다. 결국은 재벌만 잘 사는 사회를 만든다.
반면 일찌감치 재벌 체제에서 탈피한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경영이 아주 투명하기 때문에 경영권에 대한 권한이나 혜택보다는 책임이 훨씬 크다. 따라서 경영권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책임만 많고 골치 아픈 경영권에 집착하기보다는 대주주의 지위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도 경영이 미국만큼 투명해지면 대주주들이 경영권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투명하면 뒤로 먹을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비자금 조성, 편법 증여, 탈법 상속 등이 불가능하도록 기업제도를 강화시키고 법을 엄격히 집행해야 한다. 재벌 가족들의 개인 급여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투명화의 수단이다.

고도성장의 초기에는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재벌을 방치하거나 조장했다. 소위 말하는 ‘정경유착’이 그런 과정이었고, 이들 재벌이 경제성장을 주도해나갔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고 구조가 복잡해진 한국 경제는 이제 시장에 의존해야 할 단계이지 정부나 재벌에 의존할 단계는 넘어섰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한 ‘경영자 혁명’이 시급한 한국 경제

기업에는 소유권(ownership), 지배권(control), 경영권(management)이라는 세 가지의 중요한 권한이 있다. 이 권한을 누가,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 정해주는 것이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이다. 그리고 이들이 어떤 역학관계로 상호작동하느냐가 기업지배구조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오랜 기간 회사에 근무하면서 많은 업적을 쌓아 실권자로 부상할 수도 있고, 주주들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실권자로 영입될 수도 있다. 또는 선임 실권자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후임자로 발탁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19세기 초에 이미 많은 기업에서 이런 실권자가 회사를 지배하고 있었다.

미국의 벌리와 민즈는 이처럼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자가 기업의 실권자가 되는 현상을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고 했고, 이것은 일반적인 상식을 깨는 놀라운 일이었기 때문에 이를 ‘경영자 혁명(management revolution)’이라고 불렀다.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기업에서는 소유와 지배가 분리되면서 경영권도 소유자로부터 떠나 있다. 어느 주주도 회사 대표를 선임하는 일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회사 관리의 일상 업무인 경영권도 행사하지 못한다. 즉, 소유와 지배가 분리되면 소유와 경영은 자동적으로 분리되는 것이다. 이처럼 소유와 지배가 분리되면서 경영권이 소유자의 손을 떠나 있는 경영 형태를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고 한다. 선진국에서는 대부분의 대기업이 이런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앙트프리너십(entrepreneurship)의 역사이다. 기업가정신을 뜻하는 앙트프리너십은 전문경영인의 무기이자 재산이다. 자본주의는 전문경영인의 기업가정신에 의해 발전해 왔다. 20세기 이후 세계의 대기업은 전문경영인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문경영인은 다른 기업으로 스카우트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경영자 시장’이라고 한다. 선진국에는 경영자 시장이 일반화되어 있다.

미국과 재벌의 원조국가인 일본의 대기업도 한국처럼 재벌로 출발했지만 이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며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을 건설했다.



조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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