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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대통령 박근혜 파면(탄핵)…헌법수호 의지 없다…국민 배반”

기사입력 : 2017.03.10 13:08
[로이슈 신종철 기자]
헌법재판소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사건(2016헌나1)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대통령 박근혜)의 위헌ㆍ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판단하며 파면을 결정했다.

이로써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을 당한 불명예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

이날 대심판정에는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재판관이 참석했다.

헌재의 평의가 담긴 결정문과 관련해서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낭독했다.

◆ 피청구인(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ㆍ법률 위배 여부

탄핵소추 국회 측의 “공무원 임면권을 남용해 직업공무원제도의 본질을 침해했다”는 탄핵사유에 대해 헌재는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국장과 진재수 과장이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라 문책성 인사를 당하고, 노 국장은 결국 명예퇴직했으며, 장관이던 유진룡은 면직되었고, 대통령비서실장 김기춘이 제1차관에게 지시해 1급 공무원 6명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그 중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된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피청구인이 노 국장과 진 과장이 최서원(최순실)의 사익 추구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인사를 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유진룡이 면직된 이유나 김기춘이 6명의 1급 공무원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도록 한 이유 역시 분명하지 않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국회 측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 탄핵사유에 대해서도 헌재는 “청구인(국회)은 피청구인(대통령)이 압력을 행사해 세계일보 사장을 해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일보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사실과 피청구인이 이러한 보도에 대해 청와대 문건의 외부유출은 국기문란 행위이고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하며 문건 유출을 비난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세계일보에 구체적으로 누가 압력을 행사했는지 분명하지 않고 피청구인이 관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국회 측의 “세월호 사건에 관한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위반”에 관한 탄핵사유 주장도 헌법재판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해 304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피청구인(박근혜)은 관저에 머물러 있었다”며 “헌법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건은 모든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고통을 안겨 준 참사라는 점에서 어떠한 말로도 희생자들을 위로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보호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행사하고 직책을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 발생했다고 하여 피청구인이 직접 구조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한, 피청구인은 헌법상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며 “그런데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같은 추상적 의무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헌법재판소는 이미,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어,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는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며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없으나,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국회 측 탄핵사유 주장을 기각했다.

피청구인(박근혜)의 최서원(최순실)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 여부

헌재는 “피청구인에게 보고되는 서류는 대부분 부속비서관 정호성이 피청구인에게 전달했는데, 정호성은 2013년 1월경부터 2016년 4월경까지 각종 인사자료, 국무회의자료, 대통령 해외순방일정과 미국 국무부장관 접견자료 등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문건을 최서원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서원은 그 문건을 보고 이에 관한 의견을 주거나 내용을 수정하기도 했고, 피청구인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직무활동에 관여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또한, 최서원은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기도 했는데, 그 중 일부는 최서원의 이권 추구를 도왔다”며 “피청구인은 최서원으로부터 케이디코퍼레이션이라는 자동차 부품회사의 대기업 납품을 부탁받고 안종범(경제수석)을 시켜 현대자동차그룹에 거래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안종범에게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법인을 설립하라는 지시해, 대기업들로부터 486억원을 출연 받아 재단법인 미르, 288억원을 출연 받아 재단법인 케이스포츠를 설립하게 했다”며 “그러나 두 재단법인의 임직원 임면, 사업 추진, 자금 집행, 업무 지시 등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피청구인과 최서원이 했고, 재단법인에 출연한 기업들은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최서원은 미르가 설립되기 직전인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를 설립해 운영했다. 최서원은 자신이 추천한 임원을 통해 미르를 장악하고 자신의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도록 해 이익을 취했다”고 봤다.

헌재는 “그리고 최서원의 요청에 따라, 피청구인은 안종범을 통해 케이티(KT)에 특정인 2명을 채용하게 한 뒤 광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도록 요구했다. 그 뒤 플레이그라운드는 케이티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돼 케이티로부터 68억여 원에 이르는 광고를 수주했다”며 “또 안종범은 피청구인 지시로 현대자동차그룹에 플레이그라운드 소개자료를 전달했고,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신생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9억여 원에 달하는 광고를 발주했다”고 말했다.

헌재는 “한편, 최서원은 케이스포츠 설립 하루 전에 더블루케이를 설립해 운영했다. 최서원은 노승일과 박헌영을 케이스포츠의 직원으로 채용해 더블루케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도록 했다”며 “피청구인은 안종범을 통해 그랜드코리아레저와 포스코가 스포츠팀을 창단하도록 하고 더블루케이가 스포츠팀의 소속 선수 에이전트나 운영을 맡기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최서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김종을 통해 지역 스포츠클럽 전면 개편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 내부 문건을 전달받아, 케이스포츠가 이에 관여해 더블루케이가 이득을 취할 방안을 마련했다”고 봤다.

또 “피청구인은 롯데그룹 회장을 독대해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 사업과 관련해 하남시에 체육시설을 건립하려고 하니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해 롯데는 케이스포츠에 70억원을 송금했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조목조목 짚은 헌법재판소는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해 공무원의 공익실현의무를 천명하고 있고, 이 의무는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며 “피청구인의 행위는 최서원(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의 설립, 최서원의 이권 개입에 직ㆍ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피청구인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그리고 피청구인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서원에게 유출된 점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판정했다.

◆ 피청구인의 법위반 행위가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 여부

헌재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함은 물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며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또한, 피청구인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 및 케이디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했다”며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왔다.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ㆍ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헌재는 “피청구인(박근혜)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했다”며 “이 사건 소추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헌법재판소는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ㆍ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한다”며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며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판시했다.

◆ 김이수ㆍ이진성 재판관의 보충의견…안창호 재판관 보충의견

한편,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 결정에는 세월호 참사 관련해 피청구인은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헌법상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고, 다만 그러한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의 보충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김이수ㆍ이진성 재판관의 보충의견 취지는 피청구인의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법정의견과 같고, 피청구인이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으나 이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지만, 미래의 대통령들이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해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 수많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상실되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피청구인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한다는 내용이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또한, 이 사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해 파면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재판관 안창호의 보충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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