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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정범 변호사, 헌재의 대통령 탄핵인용 결정에 대한 평가

기사입력 : 2017.03.12 17:11
[로이슈 외부 법률가 기고 칼럼]

<대통령 탄핵인용 결정에 대한 평가>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숨 가쁘게 달려온 3개월이었다. 작년 12월 9일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후 헌법재판소가 3차례의 준비절차와 17회의 변론을 거쳐 결심하였다. 재판진행 과정이 기자들에 의해서 생중계 되다시피 하였다. 재판이 거듭될수록 대통령 측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를 간파한 대통령 대리인단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결코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는 상황을 뒤집어보려고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하여 재판부를 압박하였다.

그러나 이미 대통령의 권한이 중지된 국가 비상상태에서 신속한 재판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국민들 대다수가 빠른 결론을 바라고 있었다. 더욱이 헌법재판관들의 계속된 퇴임으로 마냥 재판을 지연시킬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오늘(2017. 3. 10.) 재판관 전원 일치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는 결정을 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재판이 거듭되면서 대통령이 파면될 가능성이 커져갔음은 대통령 대리인단에서도 감지하는 듯 했다. 헌재의 재판정에 출석한 대통령 측의 증인들마저 박근혜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들을 쏟아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을 위해서 증언해야 할 많은 사람들이 재판정에 출석하는 것을 거부하였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대통령 대리인단은 자신들의 뜻대로 재판이 진행되지 않고 결심이 임박하자 이번에는 절차적인 이유를 들면서 각하를 주장한다. 그러나 대리인단이 지적하는 절차적 요건들은 이미 헌법재판소가 다른 사건에서 분명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거나 법률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것들이어서 탄핵심판을 각하할 정도의 흠결사항이 아니었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대통령 대리인단이 주장했던 절차적 요건에 대하여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지적하면서 선고를 시작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장과 과장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문책성 인사를 당함으로써 공무원의 임명권을 남용하여 직업공무원제도의 본질을 침해하였다는 부분은 사실인정을 확정할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척한다. 이어서 대통령이 압력을 행사하여 세계일보사 사장을 해임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배척한다.

2014. 4. 16. 세월호가 침몰하여 304명이 희생되는 참사로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생명권 보호의무, 직책성실의무 위반 부분은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가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세월호 부분에 대하여는 재판관 김이수, 이진성이 반대의견을 통해서 대통령의 책무가 적절하지 못하였다면서 헌법과 법률위반을 인정한다. 다만 대통령의 성실한 직무수행 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의 성실의무 위반의 정도가 국민이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박탈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상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파면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면서 파면한 사유는 이렇다.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서류가 최서원(최순실)에게 전달되어 국정개입을 허용하였고, 최서원이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기도 하였으며, 대통령이 최서원으로부터 개인기업의 대기업에 대한 납품을 부탁받아 안종범 수석을 시켜서 부탁하였고, 대통령이 안종범 수석을 통하여 문화체육 관련 재단법인을 설립하면서 대기업으로부터 출연을 받는 등 이권에 개입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는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면서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위반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하여왔음을 지적한다.

또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였으면서도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상에 응하지 않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함으로써 법 위반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 수호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설시한다. 그러면서 결국 피청구인(대통령)의 위헌ㆍ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하고,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면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한다.

사실 탄핵소추안에 들어가 있는 하나하나의 사유가 중대해서 어느 하나라도 인정된다면 탄핵을 피하기 어려운 정도였다. 오래전부터 만장일치로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 예측했던 입장에서 보면 이번 대통령 탄핵인용 결정은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몇 가지 점에서는 옥에 티로 남는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 노아무개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과 진아무개 체육정책과장을 직접 거론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 것과 그들이 인사조치를 당한다. 그 후로도 대통령이 아무개가 아직도 근무하고 있냐고 말한 후 다시 인사조치를 당한 사실은 객관적으로 확인된다. 대통령이 부처의 공무원을 직접 거론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고, 그러한 발언이 그들의 신분에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은 최서원 측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듣고 공개석상에서 특정 공무원을 거론한 것이다. 대통령으로써 결코 있을 수 없는 발언이다. 이정도의 사실관계가 밝혀졌는데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세계일보가 2014년 11월 정윤회와 관련된 보도를 한 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해 ‘기초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외부로 문건을 유출하게 된 것은 국기문란’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있다는 것은 팩트다. 그리고 그 후 세계일보의 조한규 사장이 우여곡절 끝에 해임 당한다.

이에 대하여 대통령 측은 “비서진에게 세계일보 사장의 해임을 요구하도록 지시하거나 알면서 묵인한 사실이 없다”고 말한다. 정윤회 관련 세계일보의 보도는 언론 본연의 역할이다. 대통령이 사실관계가 확인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국기문란이라고 발언하면서 언론을 겁박한 것은 매우 부적당하다. 그 정도의 발언을 하였다면 사태의 추이가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해당 언론기관에 상당한 압박이 가해졌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최소한 대통령의 발언은 언론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가 잘못된 것이며 매우 부적절함을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 다만 구체적으로 법률 위반의 정도에 이르렀는지에 대하여는 확정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데 그쳐야 한다. 앞으로 국정을 감시하는 언론에 대하여 권력이 과도한 압박을 가하면서도 객관적인 확증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되는 대목이다.

수백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의 7시간이 문제 된다. 검찰수사나 청문회, 그리고 특별검사의 수사에서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탄핵심판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사건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구체적인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모두 거부하면서 압수수색까지도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생활은 사적인 부분이 아니다. 화장실이나 식사를 하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적인 영역이다. 더욱이 평일에 벌어진 일이다. 탄핵심판 과정에서도 재판관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7시간의 행적에 대하여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합리적으로 대통령 측에서 명확하게 입증을 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7시간 대통령의 공무수행이 정지된 것으로 봐야 한다. 입증책임의 전환이다. 대통령에게 국민의 생명을 보장해야 할 명백한 헌법적인 의무가 부여되었음에도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는 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어,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는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면죄부를 주는 것은 헌법적인 가치에 반한다.

이렇게 소극적으로 해석할 경우 대통령은 무능력의 문제라는 이유로, 정책결정의 문제라는 이유로 대통령 고유의 책임을 벗어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이렇게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의 직무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였음을 분명히 하는 소수의견에 수긍이 간다.

이제 대통령의 국정농단으로 실추된 대한민국의 국격은 양식 있는 시민들의 촛불로, 헌법재판소의 결단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사실 국정농단이 처음 문제 되었을 때 국회는 곧바로 탄핵소추로 답했어야 했다. 국민들의 촛불에 힘입어 마지못해 탄핵발의를 함으로써 국민들의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국회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결정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느 누구도 법아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고, 헌법과 법률에 위반할 경우에는 대통령이라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선언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탄핵결정이 끝나도 혼란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극렬지지층이 태극기를 앞세워 시위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틀 안에서 운영되고 있는 국가라면 재판제도에 대한 승복은 필수불가결하다. 승복을 요구할 필요도, 강요할 필요도 없는 당위의 문제일 뿐이다. 재판에 대한 승복의 태도가 법치국가에서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품격, 교양, 철학임을 인식해야 한다.

<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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