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의 땅을 먹어야 이긴다

기사입력:2017-05-22 09:09:30
한 때 필자의 고객이었던 (선거에 출마한)어떤 후보의 사례이다. 그 후보는 조금만 전향적으로 생각하며 아주 약간의 모험만 했어도 좋은 결과가 예상된 선택을 주저하다가 기회를 놓쳤다. 자신이 그동안 모아온 노력 그리고 많지 않은 기득권에 연연하다가 더 큰 것을 잡지 못한 경우인데, 필자가 만났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러한 경우를 겪었다.


반면, 도전과 모험심만 과다한 후보도 있었다. 앞의 경우와 다르게 약간의 타협적 태도와 정치적 선택을 했다면 좋은 결과가 예상됐는데 그러지를 않았다. 설사 그 조금의 타협과 정치적 판단이 당사자(후보)의 철학과 정치적 신념을 크게 바꾸는 것이 아님에도 약간의 소프트한 변화와 융통성을 용납하지 않았다. 물론 결과는 앞의 경우와 다르지 않았다.


아쉬운 점은, 위에 두 사례의 당사자(후보)들도 필자가 권한 결단의 의미와 성과가 나쁘지 않음을 어느 정도 직감했고 공감했었다. 필자는 변화의 가치와 결과에 대해 상대성을 두고서 충분이 설득했었다. 허나 그들은 이른바 ‘콩코드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간에 들인 비용과 시간 등이 아까워서 더욱 깊이 개입해 가는 매몰비용의 오류를 범해버렸다.


위와는 반대의 경우에 후보도 있었는데 그의 경우에는 확실히 달랐다. 결단 후의 과정에서 후보가 흔들리기도 하고 불안한 경과를 거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지 않는 약간의 변화만으로 달콤한 성과물을 가져갔다. 전술적인 조금의 변화는 당사자의 모든 것을 바꿔야 할 정도는 아니었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전쟁의 기술’ 저자 로버트 그린은 ‘위대한 장수와 창의적인 전략가가 돋보이는 이유는 그들이 지식이 많아서가 아니라, 필요할 경우에는 선입견을 떨쳐버리고 당면한 순간에 온 신경을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이 과거와 같지 않은 방법을 활용했다고 해서 그의 모든 것이 전부 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때마다의 순간에서 필요한 것을 취하는 것뿐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가 벌인 전쟁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가져온 대부분의 경우는, 예기치 못한 지점을 공략해서 성공했을 때였다. 비슷한 수준의 전력으로, 정공에 의한 공방은 전쟁 승패에 대한 기록에는 남겨질지 몰라도 역사를 전환시킬 정도의 대승을 안기지는 못했다. 대첩에서의 승리는 대부분 정공 간에 대결이 아닌 것에서 나왔다.


전쟁에서 예기치 못한 전장으로의 공략과 선점은 상당한 효과를 동반한다. 상륙전을 통한 적의 깊숙한 후방 점령은 심리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상대에게 포위의 공포를 주며, 전쟁에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이처럼 상륙작전은, 그럴 정도의 전략적 가치가 있는 때문에 대부분의 군사강국들이 상륙전에 필요한 전력을 강화한다. 우리나라의 해병대처럼 말이다.


최근 여기저기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호감도가 80%대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과거 모든 정부에서 볼 수 있었던, 정권초기라면 으레 나오는 기대감이다. 현재는 절대적인 보수층마저도 그 상당수가 문재인 정부에게 높은 기대감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예측하고 있겠듯이 이런 수치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친문세력과 민주당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계층은 이내 그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실제로 21세기 이후에 우리나라의 역대 정권 모두가 임기 초반에는 80% 이상에 국정기대 지수를 안고 시작했으나 참여정부와 MB 정부는 취임 100일이 되기 전에 50% 밑으로 계속 내려갔었고, 박근혜 정부는 임기 2년차 중반부터 50% 이하로 내려갔다.


그러다 보니 모든 정부가 상당한 국회의석을 확보하고도 힘을 쓰지 못했다. 참여정부는 임기 2년차에 진행된 17대 총선을 통해, 그리고 MB 정부는 대통령 취임 2달 후에 진행된 18대 총선에서, 여당 단독 과반을 차지했다. 박근혜 정부는 아예 임기가 시작하기 10개월 전에 이미 여당 단독 과반이었다. 그런데도 모든 정부가 지지율이 떨어지자 힘을 쓰지 못했다.


헌데, 현재에 여당 의석은 국회과반에도 많이 모자란다. 어찌해서 국민의당과 정의당에 도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엉터리)국회 선진화법의 기준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문재인 정부가 개혁을 꾸준하게 추진하려면 높은 지지율을 지속적으로 받는 것 아니면 연정이 방법일 것인데, 결국은 야당들과 연정을 통해 실질적인 협치를 펼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처럼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을 때, 과감한 개혁과 연정을 통한 통합의 정치를 함께해야 한다. 자리 몇 개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연립정치를 해야 한다. 잘못된 것은 분명하게 바로잡으며 탈이념적인 통합행보를 해야 한다. 때로는 보수층을 아우를 수 있고 보수층이 공감할 수 있는 과감한 연정으로 협치를 해야 한다.


극대화 된 이념정치와 그것을 악용하려는 골수적인 보수 세력을 무력화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정치적인 상륙작전을 하는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시행착오를 했던 것처럼 보수적 어젠다를 무턱대고 그냥 받아들이고 넘겨주라는 것이 아니다. 또한 불공정이나 특권에까지 타협하고 양보하라는 것 역시 절대로 아니다.


지난 장미대선에서 한 때나마 문재인 후보와의 지지율이 근접했었던 안철수 후보가, 거저 넘어오다시피 했던 보수층의 지지를 스스로 내차버린 것과 같은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 상륙작전을 해도 모자랄 판에 ‘자강론’ 전략을 고집함으로서 영남에서도 호남에서도 수도권에서도 모두 지지율을 빼먹었다. 현 정권도 그런 오류를 범해서는 아니 된다.


지난 5월 18일에 망월동 묘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는 상당했다. 필자는 당시 현장에서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광주시민들의 반응이 매우 높았음을 체감했다. 그렇다면 차후에는 전통적 지지층 외에도 아직까지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다른 계층의 공략도 준비해야 한다. 과감한 연정으로 정치적 상륙작전을 하는 것이다.

[칼럼] 남의 땅을 먹어야 이긴다



“선거 기획과 실행”의 저자, 정치•선거 컨설턴트 김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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