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어쨌거나 과학자’ 출신이다. 과학기술인들에게 막대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자리인데, 사실 관료를 쓸 수도 있었다. 과학자를 쓴다면 과학기술인들이 더 수용할 것으로 봤다.
둘째, 과학자 출신을 골라야 한다고 했을 때, ‘관료들과 제대로 일한 경험이 있는 과학자’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유능하다 봤고 일을 맡길 수 있다고 봤다. 심지어 보통 나이들고 관료들과 제대로 일한 경험이 있는 과학자는 보수정부 지지자인데 이 사람은 참여정부 출신이다.
셋째, 여성이다. 문재인 정부의 ‘내각 30% 여성 각료 할당제’ 공약은 환영받았고 실천되고 있다. 주요 보직에 여성을 앉힌다면 반발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미망이다. 하나하나 분석해보면 이렇다.
둘째, 정부 지지층도 분열된다. 문재인 지지자라 해서 ‘정권의 판단을 믿어보자’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특히 이공계 출신들의 경우 모바일 메신저 단체방이 성토 물결로 터지고 있다는 증언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다.
셋째, 국내 이슈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황우석 사태’라고 하면 한국만 연루된 게 아니라 국제적 사기극이었다. 그 이슈에 깊이 개입한 사람을 요직에 올린다고 하면 세계 과학계가 경악할 수 있는 사태다. 해외과학자들의 연명서가 정부에 도달할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라면 모를까, 지지층이 외신과 해외 평가에 매우 민감한 문재인 정부가 강행돌파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전혀 못 된다.
임명철회를 한다면 잘 된 일도 있다. 보수언론은 ‘황우석 신화’의 한축이었고, 그 신화가 처참하게 붕괴한 다음에도 군불을 때려 애썼다. 그런데 그랬던 그들이 박기영 임명이란 인사참극을 비난하기 위해 ‘황우석 사기극’을 온전히 참여정부의 것을 밀어놓고 비난한다. 대중은 잊을 수 있다. 하지만 ‘황빠’들은 잊지 않을 것이다. 보수언론이 ‘황우석 사기극’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황빠’와 불화한다면 한국 사회 전체로는 좋을 일이다.
그러니, 이 정도 ‘성과’에 만족하고 철회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글쓰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명백한 문제에 대해 글쓸 기회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급하게 썼다.
한윤형 데이터앤리서치 부소장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