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대구고등법원
이미지 확대보기또 피고인으로부터 1억 원(=메트암페타민 가액 3,500만 원+6,500만 원)을 추징하고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했다.
검찰서 압수된 비닐팩에 든 필로폰 추정 백색가루 약 317.70g, 전자저울 2개, 마약류 소분용 비닐지퍼팩 1통, 마약류 소분용 플라스틱 숟가락 2개, 일만원권 100장을 각 몰수했다.
피고인이 밀수입한 메트암페타민 합계 1,000g은 1회 투약량 0.03g을 기준으로 3만3000번 넘게 투약할 수 있는 양이고, 피고인이 수수한 마약류까지 합하면 피고인이 취급한 마약류의 가액은 합계 1억6500만 원이 넘어 그 양이 상당하다.
-피고인은 마약류 취급자가 아님에도, 2023년 2월 초순경 마약류 거래를 도와주면 돈을 주겠다는 B의 제안을 받고 수락해, B가 태국에서 C, D 등을 통해 마약류를 국내로 반입시켜 피고인에게 전달하면, 피고인은 B의 지시에 따라 전달받은 마약류를 E 등 마약류 매수자에게 매도하고, 그 대금으로 받은 현금은 피고인의 수익금을 제외하고 성명불상의 태국인 환전상 여성을 통해 B에게 송금하기로 공모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공모에 따라 2023년 4월 16일 오전 9시 25분경 대구에 있는 주거지에서, C가 시가 5,283만 원 상당의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일명 ‘필로폰’) 약 528.3g, 시가 1,290만 원 상당의 향정신성의약품인 케타민 198.58g 상당, 시가 미상의 향정신성의약품인 MDMA(일명 ‘엑스터시’) 7정 등 합계 6,573만 원 상당의 향정신성의약품을 초록색 세븐일레븐 편의점 가방 안에 넣은 뒤 그 가방을 현관문 손잡이에 걸어두자, 그 가방을 들고 가는 방법으로 수수했다.
피고인은 2023년 4월 17일 낮 12시 45분경 대구에서 매매대금 명목으로 E로부터 현금 2,500만 원이 담긴 종이 가방을 건네받고 E에게 4개의 비닐지퍼팩에 나누어 담은 시가 2,105만 원 상당의 메트암페타민 약 210.5g과 시가 1,290만 원 상당의 케타민 약 198.58g이 담긴 종이 가방을 건네주어, 합계 3,395만 원 상당의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도했다.
피고인은 2023년 4월 20일 오후 8시 52분경 주거지에서 시가 3,178만 원 상당의 메트암페타민 약 317.8g을 투명 비닐지퍼팩 1개에 담아 검은색 가방 안에 넣은 후 거실에 보관하는 방법으로 소지했다.
-B는 메트암페타민을 국내에 반입하고 유통시키는 총책 역할, 피고인은 B가 마련한 메트암페타민을 속옷 안에 넣고 비행기를 타고 국내로 입국하는 운반책 역할을 각각 맡기로 공모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2023년 1월 20일자, 2023년 2월 7일자 각 태국 마타아 소재에서 B로부터 메트암페타민 약 350g(시가 3,500만 원 상당), 650g(시가 6,500만 원 상당)을 교부받아 속옷 안에 은닉하고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방법으로 대한민국으로 밀수입했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의 주거지 현관문 손잡이에 걸린 가방을 가져가는 방법으로 건네받은 것에 불과할 뿐, 이 사건 메트암페타민 등에 대한 법률상 처분권을 취득하거나 사실상 사용, 처분할 수 있는 지배관계를 가지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를 마약류관리에관한 법률상 '수수'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향정신성의약품의 수수란, 유상·무상을 불문하고 향정신성의약품의 점유가 이전됨으로써 그 수취자가 처분권을 취득한 경우 또는 법률상으로는 그 처분권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라도 사실상 자기의 것과 같이 사용·처분할 수 있는 지배관계를 갖기에 이르게 된 경우를 말한다고 할 것이고, 단순히 가사상·영업상 그 밖의 유사한 관계에 의하여 타인(교부자)의 지시를 받아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하는 경우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22도8507 판결로 확정된 서울고등법원 2022. 6. 23. 선고 2022노81 판결 참조).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거지 현관문 손잡이에 걸린 가방을 가져가는 방법으로 이 사건 메트암페타민 등을 받은 행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수수'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범인 B가 태국에 있어 이 사건 메트암페타민 등에 대한 지배관계를 획득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현관문 손잡이에 걸린 위 가방을 가져감으로써 그 안에 담긴 이 사건 메트암페타민 등을 사실상 자기의 것과 같이 사용·처분할 수 있는 지배관계를 획득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를 두고 단순히 가사상·업상 그 밖의 유사한 관계에 의하여 B의 지시를 받아 사실상의 지배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
재판부는 "마약류 범죄는 그 중독성과 환각성으로 인해 재범의 위험성이 높고, 은밀하게 거래되는 특성상 적발이 쉽지도 않아 우리 사회에 미치는 폐해가 심각하다. 피고인이 밀수입한 마약이 실제 국내에 유통되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마약을 접하게 되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피해도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죄책이 매우 무거워 그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으로 얻은 이익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은 수사과정에서 공범 B에 대해 진술하고 증거를 제출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 피고인에게는 동종의 전과가 없고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전력도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