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 공정위 패소율 28.3%”

기사입력:2016-06-29 18:24:09
[로이슈 신종철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8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기업들에게 부과한 과징금을 대폭 감액해 주는 것에 대해 “공정위는 과연 공정한가”라고 질타했다.

감사원은 지난 2016년 6월 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공정거래업무 관리실태’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공정위가 2012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과징금을 부과한 147개 사건, 695개 사업자를 전수조사 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위원장 서채란 변호사)는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기간 공정위가 사업자들에게 부과한 기본과징금은 5조 2417억원이었지만, 1~3차의 조정과정을 거쳐 기본과징금의 55.7%인 2조 9195억원을 감면해 2조 3222억원만 최종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공정위는 최종 조정단계인 3차 조정에서만 기본과징금의 33%인 1조 7305억원을 감액해 줘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업무의 목적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과징금 감액에 관한 공정위의 고시 기준(감액기준)이 법률에 명확한 근거도 없이 지나치게 포괄적ㆍ추상적으로 설정돼 있고, 여기에 더해 공정위 스스로도 이러한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과징금 감액기준을 불합리하고 자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감사원 발표는 공정위의 업무절차를 이해하지 못한 일방적인 발표다. 공정위는 사무처의 각 부서에서 조사를 마칠 때 과징금을 산정하고, 이를 전원회의에서 심의해서 과징금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며 “이 과정에서 대체로 사무처가 정해진 규정 내에서 최대치 에 가깝게 과징금을 정하면 전원회의에서 감액 근거 규정에 따라 깎아 주는 게 통상적인 업무 처리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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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은 “그러나 공정위가 내세운 감액 근거규정은 법률에 근거가 없다”며 “중앙행정기관인 공정위가 법률상 근거가 없는 규정을 가지고 사무처의 각 부서의 조사를 통해 산정한 과징금을 함부로 감액한다는 점에서 법치행정을 몰각시키고, 공정거래법이 정한 과징금 부과의 취지를 형해화 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또 “그리고 ‘공정위 마음대로’ 라고 칭할만한 감액기준과 감액절차 운용은 결국 재벌기업이나 대형로펌에 의한 로비의 빌미를 주게 된다”며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공정위 조사관이 롯데건설의 불공정행위를 인정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으로 심사보고서를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 심판위원들이 불공정행위에 대한 판정 없이 심의절차를 종료한 사건이 드러났으며, 그 원인으로 대형로펌의 로비 의혹이 지적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롯데건설의 불공정행위 심사를 담당했던 공정위 간부가 이후 롯데건설 측의 법무법인에 취업했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더구나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처분에 불복해 제기된 소송을 살펴보면 공정위가 과연 과징금의 가중 및 감액을 스스로 판단할 자질이 있는지 의심스러워 진다”며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확정된 187개의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 중 공정위가 패소한 사건은 54건으로 패소율이 28.3%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국세청이나 관세청보다 높은 패소율이다. 패소유형을 살펴보면 과징금 과다 산정이 25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그 중 24건이 시기 또는 종기의 판단을 그르쳐 과징금을 과도하게 산정했다는 것”이라며 “과징금 산정 기준조차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공정위는 자의적 감액 기준을 운운하기보다 정확한 과징금 산정을 위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지난 해 무리한 조사 관행과 대형사건 패소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담합 가담자의 심판정 출석 의무화와 위압적 조사를 금지하며 기업의 불필요한 조사부담을 줄이는 등 사건처리 절차 개혁방안을 마련했다.

민변은 “그러나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면 공정위는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엉뚱한 답을 내놓고 있다”며 “공정위가 담합가담자나 불공정행위를 한 기업에 대해 그토록 부담을 지우며 철저히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가? 오히려 공정위는 기업들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불공정행위 등에도 불구하고 매번 솜방망이 처분을 내려 더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고 질타했다.

민변은 “감사원의 조사는 객관성 없고 불공정하다는 공정위의 처분의 원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확인해 준 것일 뿐”이라며 “그러므로 공정위는 이제라도 감사원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 철저한 조사와 과징금 정확한 산정, 과징금의 철저한 집행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또 한정된 인원 때문에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기도 벅찬 지경이라면 마땅히 지방자치단체에게 그 권한을 위임해 전국 단위에서 불공정행위가 신속하게 근절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