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박원순 정치공작 헌정질서 파괴”…국정원 “사실무근” 반박

기사입력:2016-08-02 17:52:35
[로이슈 신종철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일 국가정보원의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 의혹 사태와 관련해 “국정원이 공작정치를 통한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검찰은 국정원의 국기문란 행위만이라도 제대로 수사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민변(회장 정연순)은 이날 <국정원의 민주주의 파괴 행위 및 검찰의 은폐 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통해서다.

center
먼저 시사주간지 <시사인>은 최근, 2013년에 공개된 바 있는 국정원 명의의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향’이라는 제목의,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이 국정원에서 작성된 문건임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시사인>이 인용한 복수의 전직 국정원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문건을 작성한 기관은 국정원 국내정보 분석국이고, 위 문건에 비밀코드 넘버까지 적혀 있어 국정원이 작성한 문서임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문건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금 급식 확대, 시립대 등록금 대폭 인하 등 좌편향, 독선적 시정 운영을 통해 민심을 오도, 국정 안정을 저해함은 물론 야세(野勢) 확산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어 면밀한 제어 방안 강구 긴요’라는 제목 하에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여당, 정부기관, 민간단체, 학계를 총동원해 박 시장을 제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center
민변은 “이는 국정원의 명백한 국내정치개입에 해당하고, 더 나아가 공작정치를 통한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민변은 “이러한 행위는, 일차적으로는 국가정보원법 제9조(정치관여금지)와 제11조(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금지) 위반에 해당하고, 더 나아가서는 공무원의 선거관여 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 등)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위 문건에는 야세(野勢) 확산을 차단하고자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데, 그 내용은 위 문건이 작성된 시점을 기준으로 곧 다가 올 총선과 대선을 겨냥하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이 문건이 최초로 공개된 2013년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은 이 문건을 바탕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9명을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으나, 검찰은 같은 해 10월 ‘국정원의 기존문건과 글자 폰트나 형식이 다르다’며 사건을 각하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이 문건이 국정원이 작성한 것이 맞다’는 새로운 증언이 나온 만큼, 검찰은 문건의 작성주체와 작성 경위 등에 대해 철저히 재수사를 해야 하며, 더불어 2013년 당시 글자 폰트 운운하며 석연치 않은 근거로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당시 수사팀에 대한 감찰 등을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아울러 당시에 같이 고발됐던 ‘左派(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공세 차단’ 문건의 경우에도 글자폰트 문제 등으로 동시에 각하 처분됐다”며 “이번 시사인 보도는 이 문건에 관하여는 언급이 없으나, 이 문건 역시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차제에 이 문건에 관한 수사 또한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민변은 “최근 잇따른 검찰 비리로 인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며 “검찰은 이번 기회에 국정원의 국기문란 행위만이라도 제대로 수사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변은 “이런 명백한 사안에서도 또 다시 권력자의 눈치나 보면서 진상을 은폐하는 데에 일조한다면, 검찰이 존재할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며 “추후 내부자의 양심선언이나 특별검사(특검)의 수사나 정치권의 조사에 의해 진상이 온전히 밝혀질 경우에는 검찰은 부패의 사슬에 이어 무능의 굴레에서도 헤어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현 정부 들어서도 가장 극명한 민주주의의 파괴 행위가 그 진실을 드러내고 있는 이 순간, 우리는 박근혜 정부의 패악함과 균열을 동시에 목도한다”며 “우리 모임은 민주주의의 적들이 음지에서든 양지에서든 활개 치지 못하도록 위 사건의 진상을 더 철저히 밝혀내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이날 “최근 시사IN과 한겨레신문에서 ‘박원순 시장 관련 문건은 국정원이 작성한 것’이라고 보도한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국정원은 <시사IN 등 보도 ‘박원순 문건’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에서는 2013년 10월 4일 ‘박원순 시장 관련 문건을 다른 국정원 문건과 비교하여 문서감정을 실시한 결과, 동일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