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소년보호재판 시나리오...중학생 현우가 법정 선 까닭?

기사입력:2016-09-05 07: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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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 315호 법정
[로이슈 전용모 기자]
[소년보호재판은 비교적 가벼운 비행을 저지른 10세에서 18세 사이의 소년들이 받는 재판으로, 형벌이 아니라 보호처분을 부과하는 재판입니다. 성행교정과 환경조정을 통해 소년들의 재범을 방지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일반적인 형사사건과는 그 진행모습이 많이 다르지요. 이번 시나리오에서는 특히, 보호처분의 필요성이 있는 소년들을 부모 등 보호자나 학교장이 직접 법원에 통고해 소년보호재판을 개시하는 통고제도를 중심으로 한 사례를 다루었습니다. 통고제도는 갈수록 그 활용이 늘어나고 있고, 창원지방법원의 경우 2015년에는 29건, 2016년에는 1월부터 7월까지 벌써 30여 건이 접수되기도 했답니다. 이번에 다룬 사례와 등장인물은 모두 가상이지만, 실제 자주 보이는 사례를 기초로 했습니다.]

# 00중학교 상담실
-인성부장선생님, 담임선생님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고, 현우 그 앞에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다.

담임선생님 현우야, 그 동안 학교도 안 나오고 대체 어디 가 있었던 거니? 벌써 결석이 며칠인지 알아? 너 3학년인데 이대로면 졸업도 못하고 유예할 수밖에 없어~

현우 ...

인성부장 선생님 너 학기 초에 선생님한테 뭐라고 했어. 학교는 꼭 졸업할 거라고 했지? 그런데 이런 식으로밖에 못 해?

현우 ...

담임선생님 현우야,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선생님들도 도와 줄 수 있어.

현우 (삐딱하게) 어차피 전 안 될 놈이잖아요.

인성부장 선생님 이 녀석이!

담임선생님 (한숨 쉬며) 현우야, 이번에 가출한 동안 오토바이 훔쳤니? 왜 그랬어?

현우 ... 열쇠도 안 뽑고 길에 오토바이 세워 두면 타고 싶은 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

담임선생님 (한숨)

인성부장 선생님 너 상현이 폰은 빼앗아서 왜 안 돌려준 거냐?

현우 아씨, 그 자식이 그래요? 진짜 억울해요. 그 자식이 저한테 갚을 게 있어서 그랬단 말이에요.

담임선생님 무슨 갚을 게 있는데?

현우 제 옷을 망가뜨렸어요. 그 대신 준 거란 말이에요.

인성부장 선생님 아니 무슨 옷인데? 그리고 그렇다고 휴대폰을 빼앗아? 니가 평소에 다른 친구들한테 하는 거 보면...

현우 (흥분하며) 항상 이런 식이야. 저만 나쁜 놈이죠! 아 씨, 학교 까짓 거 그만두면 되잖아! 정말 X같네!(벌떡 일어나 의자 발로 차고 뛰쳐나간다)

담임선생님 현우야!!!

인성부장 선생님, 담임선생님 황망한 표정으로 일어서 아이 뒷모습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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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중학교 교장실
-인성부장 선생님, 담임선생님, 교장선생님,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성부장 선생님 교장 선생님, 그렇게 됐습니다.

교장 선생님 음... 그렇군요. 현우 아버님과는 연락이 됐나요?

인성부장 선생님 연락은 되었는데... 지금 지방에서 일하고 계셔서 학교에 나오실 수 없다고 하네요. 설명은 드렸지만 자기는 현우한테 손 놓았다고 하시더니만 그 후에 아예 연락을 안 받으시고... 지금 현우는 할머니랑만 있는데, 할머니는 많이 편찮으신지 못 나온다고만 하시구요.

교장 선생님 음... 이런 상태로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이를 이대로 둘 수도 없고... 큰일이네요.

담임선생님 (곰곰 생각하다가) 교장 선생님, 제가 얼마 전 교육청에서 하는 학교폭력예방 직무 연수에 갔다가 들은 것인데요, 현우를 법원에 통고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교장 선생님 아, 통고... 저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학교장이 법원에 아이를 통고해서 소년재판을 받게 받게 할 수 있지요? 그런데 현우가 통고 사유에는 해당이 될까요?

인성부장 선생님 일단 특별한 이유 없이 가출이 잦으니까요. 또 평소 친구들 물건 빼앗고 폭력 행사해 온 것도 있고... 통고 사유에는 충분히 해당이 될 것 같습니다.

담임선생님 사실 지금 현우는 집에서 챙기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입니다. 이대로 두면 학교 졸업을 못하는 건 물론이고요, 또 다른 비행을 저지르고 다닐 우려가 너무 큽니다.

인성부장 선생님 선생님들 말도 전혀 안통하고... 지금 한참 반항이 절정인데, 이 고비는 넘겨야 할 것 같습니다. 차라리 당분간 분류심사원에 위탁되면 학교 출석이 인정되니까 오히려 유예 위기도 넘길 수 있지요. 현우를 위해서는 그게 최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장 선생님 (결심한 듯) 그래요. 통고를 합시다. 이런 사정을 최대한 자세히 써서 바로 법원에 접수하도록 하지요.

(담임선생님에게) 현우 아버님에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대신 통고를 하기로 하였다고, 바로 알려 주도록 하세요. 통고제도에 대해서도 최대한 설명을 해 주시구요. 현우에게 좋은 계기가 되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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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낡은 다세대 주택 내 현우네 집
-정돈이 되지 않은 집 거실에는 사발면, 삼각김밥 껍질, 담배꽁초 등이 너저분하게 널부러져 있고, 현우는 이불 뒤집어 쓴 채 멍하니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안쪽 방에 누워 있는 할머니 끙끙 앓는 소리 들린다.

할머니 아이고... (갑자기 버럭 하며) 이놈 자식, 맨날 사고치고, 학교도 안 가고, 내가 죽어야지... 내가 죽어야지...

현우 아, 쫌 가만 두라구!!

(이불 뒤집어쓴 채 두 손으로 머리 감싸며 혼잣말로) 쌤들한테 그렇게까지 했는데 학교는 도저히 못 가겠고, 아씨, 이제 어떡하지... 형들한테 전화할까? 근데 돈도 없이 빈손으로 가면...
(고개 처박으며) 아님 진짜 확 죽어버릴까...

그때 갑자기 현우 핸드폰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현우 (깜짝 놀라며 전화받는다) 누구세요?

국선보조인 김현우 군 핸드폰이지요? 법원에서 현우 군을 도와주도록 선임된 국선보조인 이연화입니다. 현우 군 혹시 지금 통화 괜찮은가요?

현우 (멍한 표정으로) 법원이요? 왜요?

할머니 법원?

국선보조인 현우 군, 현우 군이 가출한 동안 사고를 친 것이 있지요? 또 학교에서 문제된 일도 있구요? 그런 일들로 현우 군이 법원에서 소년재판을 받게 되었어요. 저는 현우 군을 도와주기 위한 국선보조인이에요.

현우 (바짝 겁먹은 표정으로) 어... 재판요? 저 깜방 가는 거에요?

국선보조인 그런 건 아니에요, 현우 군. 자세한 설명은 만나서 해 줄께요. 제가 근처에 와 있는데... 괜찮으면 집으로 가서 만나도 될까요? 할머님도 집에 계신가요?

현우 네... 네!

국선보조인 네, 그럼 곧 갈께요. 현우 군,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있어요. 선생님이 설명을 해 줄께요. 집 앞에서 연락할께요~

현우 네...

현우, 전화 끊은 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일어나 부산하게 이불을 개고 방바닥을 치우기 시작한다. 할머니 멍한 표정으로 아이의 하는 모습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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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내 상담실
-현우 부 들어서고, 국선보조인이 맞이한다.

국선보조인 현우 아버님이시지요? 바쁘신데 시간 내어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우 부 (뚱한 표정으로) 뭐, 내 새끼지만 너무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녀서... 근데 그렇다고 아직 중학생짜리를 재판까지 받게 하는 건 학교가 너무 심한 거 아뇨? 법이 뭐 이렇게까지 하나~?!

국선보조인 소년보호재판은 일반 형사재판처럼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다시 잘못을 안 하게 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처분을 받아도 전과가 남거나 하지 않아요, 아버님.

(단호하게) 오히려 현우 군이 지금처럼 계속 생활하다가는 진짜로 형사처벌을 받을 일이 생길수도 있어요. 그 전에 교육 등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최대한 바꿔 보려는 게 소년재판의 취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우 부 (다소 풀이 죽은 모습으로) 그런데 국선보조인이라니... 변호사신가요?

국선보조인 저는 아니구요, 소년보호재판의 국선보조인은 꼭 변호사 외에도 청소년 심리전문가 등이 하기도 한답니다. 저는 예전에는 대학에서 심리상담을 가르쳤고, 지금은 비행예방센터에서 청소년들 준법교육을 담당하며 법원의 국선보조인 업무도 하고 있어요. 현우 군 기록을 보고 판사님께서 저를 국선보조인으로 선정해 주셨어요.

현우 부 사실 소년 재판이란 게 어떤 건지 궁금하기도 하구... 또 걱정도 되구... 뭘 어째야 됩니까?

국선보조인 제가 현우와 할머님은 어제 만났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재판은 바로 다음 월요일인데 제가 함께 가기로 했구요. 아버님도 연락 받으셨지요?

현우 부 예...

국선보조인 아버님, 현우가 어떤 상황인지, 판사님께 더 자세한 내용을 보고하고 알려드릴수록 현우에게 꼭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답니다. 몇 가지 여쭤볼께요. 현우 아버님도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제게 물어 주세요~

현우 부 예...(다소 안심하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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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법정
-국선보조인의 안내로 현우, 현우 부 법정 안에 들어선다.

판사 김현우 군, 앞으로 와서 앉으세요. 현우 아버님 오셨나요? 아이 옆에 앉으세요.
(사뭇 긴장한 얼굴의 현우 보호소년 석에 와서 앉고, 부도 그 옆에 엉거주춤 앉는다)

판사 현우 군, 어떤 일로 법원에서 오라고 했는지 알고 있나요?

현우 네...

판사 제가 몇 가지 물어 볼 텐데, 불리한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돼요. 혹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기회를 줄 테니까 언제든 이야기를 하구요. 알겠지요? 아버님께서도 혹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면 기회 드릴 테니까 언제든 말씀 하세요.

현우, 현우 부
(함께) 네...

판사 현우 군, 학교에서 친구들을 많이 때렸네요? 돈이나 물건도 빼앗았고...

현우 네...

판사 가출도 여러 번 했고, 무단결석이 너무 많네요. 얼마 전 가출했을 때에는 오토바이를 훔쳐 타기도 했구요... 맞나요? 또 선생님들한테 소리 지르고 대들기도 하고...

현우 네...

판사 이런 행동들, 옳은 행동인가요?

현우 (마지못해) 아니요...

판사 옳지 않다는 것을 아는데도 계속 하나요? 현우 군, 계속 이렇게 지내고 싶나요?

현우 (작은 목소리로) 아니요...

현우 부 (갑자기 울컥하며) 판사님, 애를 잘못 키운 제가 죄인입니다! 저한테 벌을 주세요!

판사 국선보조인, 그 동안 면담하고 조사하신 내용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선보조인 예, 판사님, 우리 현우 군은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님이 돌아가신 뒤 아버님, 할머님과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님께서는 지방으로 일을 다니셔서 집에 거의 계시지 않고, 할머님께서는 원래부터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사실상 현우 군을 제대로 훈육할 수 있는 분이 집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현우 군은 기본적인 예의 등을 배우기 어려웠고, 집에 대한 애착을 갖기도 어려웠습니다. 중학교 진학 후에는 학교에서 선생님들께 지적받는 일이 더 많아졌고, 학교를 빠지고 밤 늦게까지 놀다가 주변의 불량한 형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외박이 가출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현우는 형들에게는 피해자 입장이었습니다. 주변 친구들에게 돈을 빼앗았던 것 역시 그런 형들에게 상납을 강요당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할머니가 잔소리를 하셨지만, 그것만으로는 현우 군의 이러한 행동을 제어하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판사님, 제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결과, 현우 군은 사실 아주 여리고, 많이 외로운 친구였습니다. 특히나, 아버님의 관심과 애정을 정말로 많이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 좋은 형들과의 관계는 반드시 단절되어야 하고, 이제까지 별다른 죄의식 없이 반복해 왔던 행동들에 대하여 진지하게 성찰하고 반성할 시간이 필요하며, 특히나 규칙적인 생활, 단체생활의 약속을 지키는 훈련도 필요합니다. 판사님의 현명한 판단 부탁드립니다.

판사 (끄덕이며) 알겠습니다.
(엄숙하게) 현우 군, 오늘 현우 군을 소년 분류심사원에 위탁하겠습니다. 현우 군, 4주 후 이 법정에서 판사님 다시 만날 거에요. 왜 위탁하는지, 현우 군은 그 이유를 알겠나요?

현우 (자신 없는 얼굴로) 네...

판사 현우 군, 지금과 같은 생활을 계속하면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 잠시 외부와 단절하고 깊이 생각해 보고 오길 바래요. 내가 원하는 내 미래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지금처럼 노는 형들 따라다니면서 옳지 않은 행동, 스스로를 망치는 행동들을 계속 하는 것이 정말로 현우 군이 원하는 모습인지.

(현우 부를 바라보며) 아버님께서도 현우 군 가급적 자주 찾아 보시고, 많이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4주 후에 뵙겠습니다.

현우 (뭔가를 생각하는 얼굴로) ...

현우 부 현우야... (눈물을 훔친다)

현우, 경위에게 이끌려 분류심사원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소년 대기실로 퇴장하며, 흘끗 부를 쳐다본다. 현우 부, 눈물 훔치며 안타까운 얼굴로 현우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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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류심사원
-교육실, 단체복으로 갈아입은 비슷비슷한 소년들이 단체로 앉아 있다. 현우, 그새 길었던 머리를 짧고 단정하게 깎은 상태이다.

지도교사 먼저 처음 1주일은, 신체검사, 신상검사, 심리검사와 기본교육을 받는다.
기상은 6시30분이고, 9시부턴 조회와 상담을 시작으로 각종 수업을 들은 후 저녁식사와 자유 시간을 갖고, 저녁 9시엔 취침한다.

# 생활실
-한 쪽에 세 명씩 이불을 펴고 잘 준비를 하고 있다. 현우 역시 어색하게 누워 잘 준비를 한다.

범철 한참 놀 시간인데 벌써 자려니까 이상하지? 내가 여기 두 번째라 쫌 아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려면 자 둬야 돼~

현우 (짜증내며) 꺼져.

범철 킥킥.

# 분류심사원 교육실

지도교사 이번시간은 학교폭력예방교육을 한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신체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 외에도 정신적으로 괴롭히거나 심하게 놀리는 것,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는 것도 다 학교 폭력에 해당한다는 것 알겠지?

(책상에 엎드려 있는 현우를 바라보며) 김현우, 일어나라. 이곳에서는 힘들어도 견디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한 거 알지?

현우 (약간 삐딱하게) 네...

# 분류심사원 운동장, 아이들 함께 족구를 하고 있다.

현우 이얍~!
(공 굴러가는 방향으로 보이는 건물, 창에 어른어른 사람들의 실루엣이 보인다)

범철 (현우 어깨를 툭 치며) 너 저기가 어딘지 아냐? 저기가 소년원이야.

현우 (움찔 놀라며) ....?!

범철 여기에서까지 생활 잘 못하면 저기 가서 적어도 몇 달 있어야 돼. 참, 10호 가면 최소 1년 3개월은 넘게 있어야지. 그니깐 여기서 괜히 똥폼 잡지 말고 생활 잘해~~

# 상담실
-현우 앞에 다정한 얼굴의 상담교사가 앉아 있다.

상담교사 현우는 위탁 생활이 처음이지? 아버님이 네 걱정 많이 하시더구나...

현우 글쎄요...

상담교사 아버지가 밉니?

현우 ... 초등학교 6학년 때 다른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한 적이 있었어요. 맞기도 많이 맞고... 진짜 힘들었어요.

상담교사 어른들한테 이야기했었니?

현우 아빠한테 이야기했는데... 원래 남자는 맞고 크는 거랬어요. 오히려 제가 혼났어요(울먹울먹하며). 저는 용서하고 싶지 않았는데, 아빠가 걔네들 맘대로 다 용서해 줬어요.

상담교사 힘들었겠구나...

현우 그때부터 부모고 뭐고 정말 아무도 믿지 말아야지 생각했어요...

상담교사 응, 그래...

현우 그런데... 이번에 아빠가 법정에 오고, 저 여기 올 때 옆에서 막 우시는 데 정말 기분이 이상했어요.
(눈물을 흘리며) 여기 오니까 진짜 집도 그립고, 학교도 그리워요. 집에 돌아가서, 아빠랑 할머니랑... 이젠 정말 다른 애들처럼 그렇게 살고 싶어요...

상담교사 (현우 등 토닥이며) 그래, 할 수 있어. 현우야, 일단 네가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하나하나 해 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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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시간, 생활실

지도교사 자, 성찰의 시간이다. 다들 성찰 자세로 앉고, 옆 사람하고는 일체 잡담을 해서는 안 된다. 반성문이나 편지 쓰고 싶은 사람은 쓰도록 하고.

현우, 바른 자세로 접이식 책상 펴고 앉아 한참을 생각한다. 이윽고 또박또박 한 장 한 장 편지를 쓰는 현우. 반성문, 담임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등. 사뭇 진지한 모습이다.

# 밤, 생활실

범철 (이불 정리하고 현우 옆에 눕는다)

현우 (천정 바라본 채로) 근데... 니들은 여기 왜 왔냐?

범철 나? 친구들이랑 가출했다 빈집을 털었거덩.

효찬 난... 보육원에서 새탈해서 술 먹고 놀다가 여럿이 싸움이 났는데 한 녀석이 엄청 다쳤어. 아 진짜 그러려던 거 아니었는데... 누가 합의해 줄 사람도 없구...

범철 난 이번이 두 번째라 아무래도 소년원 갈 거 같아(약간 훌쩍이며), 정말 이번에 집에 갈 수만 있으면 나쁜 친구들 싹 다 끊고 절대 가출 안하고 조용히 살 거야. 진짜 엄마 보고 싶다.

효찬 나두... 못 나갈 거 같아...(울먹이며)
이번에 나갈 수만 있으면 정말 정신 차리고 술이랑 담배 다 끊을거야. 진짜 이대로 내 인생 시궁창에 처박힐까봐 진짜 무서워...

현우 ...

# 다음 날, 면회실
-현우,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함께 들어서는 부를 보며 다소 놀란 표정를 짓는다.

현우 할머니... (부를 어색하게 곁눈질로 쳐다본다)

현우 부 머리가... 아주 단정한 게 보기 좋구나. 현우야, 힘들지?

현우 아뇨.

현우 부 생활 할 만하냐?

현우 네, 좋아요. 담배도 끊었고... 배우는 것도 많고...

할머니 아이고 내새끼~~ 너 여기 보내고 내가 잠도 안 온다(울먹울먹하며) 다 내 죄야~~ 다 내 죄~

현우 ... (눈물이 그렁그렁한다)

현우 부 현우야, 이번에 아빠가 진짜 생각 많이 했다. 널 여기까지 오게 한 거 다... 아빠가 죄인이다.

현우 (갑자기 소리 없이 울기 시작한다) 흑흑흑...

현우 부 현우야, 네가 이렇게 된 거 다 내 잘못이야. 그 동안 아빠가 너무 무심했어.
(현우 부둥켜 안으며) 네 마음도 모르고... 아빠 용서해라~!

현우 (울며) 아니에요... 제가 잘못했어요...

현우와 현우 부, 할머니 부둥켜 안고 울음이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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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생활실
-나란히 누워 있는 아이들. 현우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다.

범철 무슨 생각 하냐?

현우 그냥...

범철 아~ 이제 여기 생활도 며칠 안 남았구나. 우리 다신 이런 데서 보지 말자...

효찬 (잠꼬대) 절대로...

# 소년법정
-보호소년 석에 현우, 긴장한 모습으로 와서 앉는다. 현우 부도 옆에 앉는다.

판사 김현우 군, 분류심사원에서 갈수록 모범적인 태도로 생활을 아주 잘 했다고 보고가 왔어요. 정말 잘했어요~

현우 (약간 쑥스러운 표정으로) 네...

국선보조인 판사님, 현우가 분류심사원에서 자발적으로 피해자들 모두에게 잘못을 뉘우치는 편지를 써서 보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께도 편지를 보냈구요.
또 현우 아버님께서는 그 동안 모든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변상하고 합의서를 받아 오셨습니다. 지금 제출하겠습니다.

판사, 실무관 통하여 서류 제출받은 뒤 읽어 본다.

판산 (현우 부에게) 아버님, 저나 현우에게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현우 부 (어색하게 일어서) 죄송합니다. 현우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거 진짜 모두 다 제 잘못인 것 같습니다. 하나뿐인 아들인데... 이번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이제는 현우 옆에 딱 붙어서 아빠 노릇 정말 제대로 해 보겠습니다. 꼭 선처해 주십시오~

판사 현우 군은요?

현우 ... 저도... 생각 정말 많이 했습니다. 판사님에 왜 이곳에 보내셨을까.
(다소 힘 있는 어조로) 다시는 이런 곳에 올 일 안 만들겠습니다. 가출 절대 안하고... 학교도 절대 안 빠지고, 나쁜 짓 안 하고, 아버지 말 잘 듣고... 잘 살겠습니다.

판사 그래요, 여기 온 보람이 있었네요. 아버님, 현우 군 모두 함께 힘 내 봅시다.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현우 군의 결심을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처분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종결하고, 김현우 군을 1호로, 아버지 김강산 씨에게 그 보호와 감호를 위탁하는 처분을 합니다. 2호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20시간 동안 심리상담을 받도록 하고, 4호로 1년간 보호관찰을 시행하겠습니다. 보호관찰기간 중 3개월 동안은 야간외출을 제한합니다. 또 현우 군에게는 그 외에도 부가처분으로 비행예방센터에서 시행하는 대안교육 16시간, 아버님께는 보호자교육 16시간을 명합니다. 그 중 8시간씩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소통 캠프로 갈음할 수 있습니다. 캠프를 통해 두 분 좋은 추억 만드실 수 있길 바랄께요.

(웃으며) 물론 결정에 불복이 있으실 경우 7일 내에 이 법원에 항고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현우, 현우 부 아닙니다. 처분 절대 어기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현우, 현우 부 서로 얼싸안고 법정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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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방법원청사 전경
# 현우네 집
-사뭇 깔끔해진 집. 현우 부가 밥상에 푸짐하게 담은 불고기 접시를 올리고, 할머니, 현우 부, 현우가 밥상에 마주앉는다.

할머니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이래 셋이 앉은 게 얼마만이냐~

현우 부 그러게요. 현우야, 그 동안 고생했지. 얼른 먹어라.

현우 고생은 했는데...

현우 부 (고개를 들어 현우를 바라본다)?

현우 진짜 약이 됐어요. 생각 많이 했고... (부를 슬쩍 쳐다보며)
앞으론 진짜 밤에 나가지도 않고... 사고 안치고 학교도 잘 다니고... 똑바로 살게요.

할머니 (목이 메어)에구, 그새 다 컸네 내새끼...

현우 부 그래. 나도... 많이 배웠어. (쑥스러운 표정으로) 이제 나도 정말 좋은 아빠가 되도록 노력하마.

눈물 찍어내는 할머니를 사이에 두고 두 부자 묵묵히 밥 먹고, 현우 부가 현우 밥 위에 고기 얹어 주며. 끝.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