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정범 변호사 “특검, 법비 정치검사 3인방 수사할 이유”

기사입력:2016-12-21 13:50:38
[로이슈 외부 법률가 기고 칼럼]

법비(法匪)와 정치검사(政治檢事)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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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혼란의 시대에 법비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법비(法匪)란 법률 지식을 이용해서 도적질하는 자, 즉 비적(匪賊)질을 하는데 법을 동원하는 무리를 말한다. 법(法)의 고자(古字)는 灋(법)이다. 灋을 구성하는 채(廌, 해태)는 신수(神獸)로서 소를 닮은 뿔이 하나뿐인 짐승(一角獸)이다. 요임금 시대 법관이었던 고요(皐陶)가 죄를 지었다고 여겨지는 자를 이 짐승에 닿게 하여 그 죄의 유무를 알아냈다고 한다. 이 짐승에 닿으면 금방 그 사람에게 죄가 있고 없음을 판별할 수 있다는 동물이다. 그래서 물(⺡)과 같이 공평하게 죄를 조사하여(廌), 바르지 아니한 자를 제거한다(去)는 뜻이 법이다. 비(匪)는 도둑이나 악한을 말한다. 떼를 지어 돌아다니며 재물을 약탈하는 도둑을 비적(匪賊), 비도(匪徒)라 한다. 그러니 법비라는 단어는 법이라는 말과 함께 쓰일 수 있는 최악의 말이다. 더 이상 나쁜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공직자가 범죄를 저지르고도 교묘한 법논리를 내세워 빠져나가는 경우를 법비라 일컫는다. 도덕적으로 무장하지 않은 공직자가 흔히 저지르는 잘못이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할 법이 부정을 저지르고도 법의 뒤에 숨어서 잘못을 감추는 수단으로 적락한 것이다. 사실 법이라는 것은 공정함을 생명으로 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살다보면 다툼이 발생하고, 그 다툼을 규율하기 위한 것이 법이다. 윤리나 도덕만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강제력을 가진 법을 만든 것이다. 힘센 사람이 살아남고 약한 사람은 항상 당하고만 사는 사회를 막기 위한 것이 법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동물사회에서 적용되는 약육강식의 정글법칙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 대접받으면서 최소한의 보호를 받도록 하려는 목적에서 법이 만들어졌다. 힘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 교묘한 방법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도록 하려는 것 법의 목적은 아니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배려하려는 것이 법의 목적이어야 하고 법률가의 소명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학식과 덕망이 있다는 지도자들이 법망을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사회 지도층이 오히려 지탄의 대상이 된다. 법비라 지탄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법비라 할 수 있는 정치검사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대형사건,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가 사건을 왜곡시킨다거나 편파수사를 한다는 이야기들이 자주 들린다. 국민들이 검찰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는 것이고 그 사건 뒤에는 정치검사가 등장한다. 정치검사는 처음부터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일정한 방향으로 몰아가면서 정치권력자의 구미에 맞는 결론에 도달한다. 흔히 공안부나 특수부에서 오랫동안 수사를 담당해 오면서 권력의 속성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줄서서 자리를 보전 받고 승진을 하는 검사들이다. 일종의 공범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정치검사는 법률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판단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자신이 맡고 있는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누구를 위해서 권력을 행사해야 하는 것인지 잊고 지낸다.

최순실 사태와 관련하여 우리는 세 명의 법조인을 떠올린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기춘, 국무총리 황교안, 그리고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오랫동안 근무했던 우병우다. 모두 잘나갔던 검사들이고 조직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던 검사 출신들이다. 국민들은 이들을 정치검사라 부르면서 법비라 조롱한다. 그들은 공안사건이나 특수사건을 주로 담당했던 검사들이다. 정치검사의 기본적인 요건들을 충족한다.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그들이 맡았던 사건들이 정권에 유리한 결론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경우에도 정권에 맞서 국민들 편에서 저항한 경우는 없었다. 심지어는 정권이 요구하는 수사를 하면서 국민들을 핍박하는 경우도 자주 보였다. 그러다보니 항상 좋은 자리를 찾아다니고 승승장구 승진을 하기도 한다. 권력의 교체기에 잠깐의 부침이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른 검사들에 비해서 대체로 무난하게 승진의 길을 걸어 왔다. 그들이 맡았던 사건, 그들이 걸어온 길에 비춰봐서 정치검사라 불러도 크게 어긋나지는 않을 것 같다.

검사를 떠나 정치권에 들어와서도 그들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검사로 재직했던 동안이나 검사를 떠난 후에도 사회적인 약자를 위해서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가 전혀 없다. 오로지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법률지식을 활용한다. 문제가 되는 사안에서는 법률지식을 동원해서 빠져나가려 한다. 전형적인 법비의 모습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청와대의 모든 업무를 관장하는 자리에 있었다. 청와대 내부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일들을 당연히 알아야 하고 챙겨야 한다. 그런데도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고 발뺌한다. 심지어는 최순실의 존재도 몰랐다는 것이다. 최순실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이야기도 아니다. 일부 정치권과 언론에서 최순실의 존재와 국정개입에 대해서 말해왔다. 그때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 김기춘 비서실장도 국회나 언론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본인이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그대로 따라서 앵무새 행세를 한다. 청와대 비서실정이 어떤 자리이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모양새다. 자신의 무능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아무튼 몰랐다는 태도다. 가히 뻔뻔함의 극치다.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을 몰랐다는 것보다 더 큰 죄는 없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다를 바가 없다. 총리실에도 비서실이 있고, 민정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 있다. 나름대로 사정업무를 통해서 시비를 가릴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국정수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조직구성이 보장되어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 벌어진 일은 몰랐다고 하더라도 최순실이 문화체육관광부를 농락한 사건은 국무총리가 모를 수 없다. 몰라서도 안 된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헌법 제80조 제2항). 행정각부에서 벌어지는 불법·부당한 일에 대해서는 당연히 파악해야 하고 대처해야 하는 것은 국무총리의 기본적인 업무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한다.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그 정도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 무능력자를 국무총리로 모셔야 하는 국민들의 자괴감을 한번쯤 생각해 봤을까? 국민들은 법조인이라면 어느 정도의 지식과 통찰력은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국민들의 생각을 크게 벗어난 그의 모습은 전형적인 법비다. 국무총리가 왜 필요한지, 총리의 기본적인 역할이 무엇인지를 망각한 처사다.

민정수석 우병우의 태도는 더 큰 문제다. 민정수석은 기본적으로 친인척이나 측근비리를 미연에 방지하는 곳이다. 그동안 최순실과 정윤회의 국정관여가 거론될 때마다 단 한번이라도 사실관계를 확인해 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순실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 대통령과의 관계, 최순실이 국정에 관여했다고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사항에 대하여 어떤 조사를 했고, 어떤 결론에 이르렀는지 그 과정을 자세하게 밝혀야 한다.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이유로도 그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도덕적인 책임이 아니라 법률적인 책임이다. 범죄행위다. 최순실과 공범이 되는 것이다. 민정수석은 단지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그대로 따르는 자리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리를 물러나는 한이 있더라도 대통령에게 올바른 목소리를 전해야 한다. 민심의 진의를 전해야 하는 자리다. 그래서 민정수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순실 사태 이후 그의 태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모든 책임은 자기에 있음이 분명한데도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습이다.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전혀 모르는 자세다. 아니 민정수석이 어떤 자리인지도 모르는 것 같은 행동이다. 어린 나이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을 합격하고 검찰조직에서 승승장구를 했던 그가 그렇게 무능하고 무기력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특검이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대통령과 최순실 등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에 대하여 철저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 대통령과 청와대 수석의 한마디에 돈을 갖다 바친 재벌들의 경우에도 뇌물죄, 또는 배임죄로 수사를 해서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자리에 있으면서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해 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무능력하고 무기력했던 사람들에 대한 단죄도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 몰랐다는 것 자체가 죄가 되어야 하고, 자신의 능력에 맞지 않음에도 아무자리에나 가서 일하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특검이 법비라 불리는 정치검사 3인방 김기춘, 황교안, 우병우를 철저히 수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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