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법, 항소심서 여행에서 처음 만난 여성 스토킹 원심 무죄 파기 유죄

기사입력:2023-05-26 08:44:14
[로이슈 전용모 기자]
춘천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영진 부장판사)는 2023년 5월 12일 여행사의 여행패키지에서 처음 알게 된 피해자(20대)의 연락처로 3일 동안 6회 전화하고, 1회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며, 피해자의 옆방에서 쿵쿵 소리를 내고 욕설을 하고, 큰 소리로 벽을 치고 시끄럽게 한 행위가 사회평균인의 관점에서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되는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50대)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벌금 200만 원, 40시간의 스토킹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2023노184).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한다.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했다.

피고인은 202년 11월 28일 오후 6시경 여행패키지에서 처음 알게 된 피해자와 경북 울릉군 한 횟집에서 회를 먹으며 피해자 연락처를 알아낸 뒤 같은 날 오후 8시 15분경부터 30일 오전 5시 18분경까지 3일에 걸쳐 피해자에게 총 6회 전화(부재중 전화 포함), 1회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고 11월 29일 오후 9시경부터 30일 오전 1시경까지 옆방에서 계속 쿵쿵소리를 내고 욕설을 하며 계속 큰소리로 벽을 치고 시끄럽게 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에게 지속적·반복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글이나 음향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로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는 스토킹을 했다.

1심(춘천지법 2023. 2.1.선고 2022고정256 판결)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경찰 및 법정 진술과 같이 피고인이 2021.11. 28. 저녁경 횟집에서 피해자에게 ‘자신이 과거에 강릉에서 조폭이었다’는 말 등을 하고 계속하여 술을 권하는 행동 등을 한 바 있다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위 각 행위가 스토킹행위 내지 스토킹범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이 옆방에서 계속 쿵쿵 소리를 내는 등 행위를 한 것이 스토킹행위 중 어느 항목에 해당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검사는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의 각 행위는 피해자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또 피해자에게 연락을 했던 것은, 피해자가 식사를하러 나오지 않거나 해돋이를 보러 나오지 않아 그 이유를 묻고, 변경된 출항일정을 알려주고, 밤중에 시끄럽게 한 행위에 대해 사과를 하기 위함이었으므로 각 행위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피고인은 술버릇으로 인해 옆방에서 시끄럽게 했던 것일 뿐이고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스토킹처벌법에서 정하고 있는 스토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행위는 정당한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평균인의 관점에서 피해자에게 단순히 당황스러움, 불쾌함, 불편함 등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을 넘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피해자가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를 찾아보기도 어려워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내용의 질문을 했고, 피해자는 여행 내내 피고인을 피해다녔다. 홀로 여행중인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에게 집요하게 성적인 접근을 하거나 자신의 방으로 찾아올 수도 있다는 상당한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에게 전화를 하여 부재중 전화 표시 등이 나타나도록 한 행위는 ‘전화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글·부호·음향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하여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서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다목의 스토킹행위에 넉넉히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의 각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의 옆방에서 계속 쿵쿵 소리를 내고 욕설을 하고 계속 큰 소리로 벽을 쳐 시끄럽게 한 행위’ 관련, 피해자는 11월 30일 오전 2시 8분경 112에 신고를 하면서 “지금 너무 무서운데 출동해 주실 수 있나요. 소리 없이 와주세요. 오시면 연락주세요. 바로 뛰어나갈게요. 제발 빨리 와주세요.”라고 말했고, 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당시까지 있었던 상황을 설명한 뒤 울릉경찰서 ○○파출소로 가 울릉도에서 출항하기 전까지 위 파출소에서 대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울릉도 여행에서 처음 만난 여성 피해자에 대해 지속적·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한 것으로 그 죄질과 범정이 나쁘다. 피해자는 상당한 공포심과 불안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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