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불신의 원인으로 이용훈 대법원장을 지목하며 “스스로 결단하지 못하면, 국회가 탄핵 소추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가, 법원장으로부터 질책을 받자 순간 움츠렸던 서울중앙지법 정영진 부장판사의 대법원장에 대한 공격전술이 마치 고도의 심리전을 연상케 하고 있다.
정영진 부장판사는 2월20일부터 법원내부통신망에 이 대법원장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사퇴를 압박하는 글을 3차례에 걸쳐 올리며, 언론의 화려한 주목을 받았다. 반면 이로 인해 대법원장은 ‘근심’ 그 자체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
대법원장의 불편한 심기를 헤아려서인지 이주흥 서울중앙지법원장은 2월26일 정 부장판사를 불러 “뜻은 좋지만 자칫 법원내부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고, 외부적으로는 오해의 소지를 불러 올 수 있으니 자중하는 것이 좋겠다”고 구두로 ‘주의’를 주며 사태진화에 나섰다.
법원 수뇌부의 ‘주의’는 위험수위를 넘으면 징계를 줄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해석되는데, 정 부장판사는 이런 메시지를 헤아려 일단 수긍의 의사표시로 이틀 뒤 “법원가족의 화합”을 강조하며 자신이 올린 글을 모두 삭제해 일단락 되는 듯 했다.
그런데 정 부장판사는 이번에는 대법원장을 직접 겨냥하지 않고 자신에 대해 “정영진 판사의 사법개혁 더 겸손해져라”라고 비판한 변호사 출신 최재천 의원에게 반박한다는 명목으로, 대법원장을 종전보다 더욱 압박하는 글을 또다시 올리며 불씨를 지폈다.
측면공격에 나선 정 부장판사는 5일 법원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의 제목을 ‘최재천 의원의 글에 대하여’라고 잡아, 일단 최 의원이 자신을 비판한 것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것처럼 외관상 틀을 갖춰 놓았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최 의원에게 “대법원장 관련 의혹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국회가 국정조사권을 발동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종전보다 한층 수위를 높이며 압박하고 있어, 사실상 대법원장에게 칼끝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정 부장판사는 글을 쓴 목적에 대해 일관되게 “국민의 알권리와 사법불신 해소를 위해 대법원장이 적극적으로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는 것이지 사퇴 요구가 아니다”며, 또 자신은 결코 고법부장 승진에서 탈락해 인사 불만을 갖고 문제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며 대의명분을 강조하고 있어 대법원장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한편 정영진 부장판사는 “휴일에도 업무처리하지 않을 수 없는 법관의 현실에서, 계속 최 의원의 비판에 응답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 글이 마지막 글이 되길 바란다”고 말해 사실상 이번에 올린 A4용지 8매 불량의 글이 대법원장을 향한 마지막 애증(?)의 표시로 보인다.
다음은 정영진 부장판사가 최재천 의원에게 반박한 글이지만, 사실상 대법원장을 겨냥한 글을 정리했다.
◈ 최 의원 “대법원장의 과거 의혹에 대해 판단 근거 턱없이 부족?”
정 부장판사는 “의혹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면 최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적 관심사인 대법원장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권 발동을 검토해 볼 것을 부탁드리고 싶다”며 “대법원장 관련 의혹들은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형사소추의 여지도 있고, 만일 형사소추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국민의 알권리 확보 차원의 국정조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는 “대법원장의 해명과 관련해 분명히 해 둘 것은 사법불신이 극심해 무슨 말을 해도 잘 믿지 않는 국민들에게 충분한 해명으로 조금이라도 의혹을 풀어 주자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필자에게 대법원장에 대한) 의혹의 근거만 대라고 하는 것은 현명한 대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치인이나 생업에 바쁜 일부 국민은 대법원장 관련 의혹에 대해 그냥 지나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법관은 그럴 수 없다”며 “만일 대법원장에 대한 의혹이 일부라도 진실인 것으로 밝혀질 경우 대법원장의 약점을 알고 있는 다른 세력들이 얼마나 법원을 흔들겠냐”고 직분에 따른 충심임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약점을 지닌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심지어 법원직원들에게 수장으로서의 권위를 지킬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대법원장이 근엄하게 사법부의 청렴을 강조할 때 한쪽 구석에서 키득키득 비웃는 사람이라도 생긴다면 법원 꼴이 무엇이 되겠느냐”고 우회적으로 대법원장을 꼬집었다.
◈ 세금 탈루 문제 = 정 부장판사는 “세금탈루 문제에 대해 대법원장의 해명 직후 대한변협은 추가 해명을 요구했고, 변호사 수임료에 대해 세금을 납부하는 변호사들로 구성된 변협이 누구보다도 실정을 잘 알고 있는데 아무런 근거 없이 추가 해명을 요구했을까”라며 “(변호사인) 최 의원이 이에 대해 전혀 답변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탈루 의혹 부분에 대해 정작 확인에 필요한 수임계약서는 파기된 것으로 밝혀져 의혹이 증폭됐는데, 왜 그 동안 수임계약서를 보관해 오다가 대법원장 취임 직전에 파기했는지에 대해 해명하라는 요구가 근거 없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 수사 중단 압력 문제 = 정 부장판사는 “대법원 간부들이 검찰 간부들에게 조관행 전 부장판사에 대한 검찰 수사 무마와 중단을 시도한 것으로 보도됐다”며 “만일 대법원 간부들 부탁에 따라 대법원장 관련 부분에 대한 수사가 중단됐다면 검찰도 직무유기를 한 것이므로, 검찰 발표 내막까지 밝히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조사하는 방법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최 의원과 대법원장을 동시에 궁지에 몰아세웠다.
◈ 전별금 문제 = 정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은 비서실장을 통해 ‘변호사 시절 현직 판사들에게 전별금 등으로 현금을 줬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받는 자리에서, ‘고법 부장판사 승진 때 인사를 온 조관행 전 부장판사에게 30만원을 줬고, 그렇게 돈을 준 판사가 열 명쯤 된다’고 대답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이런 발언에 대해 후에 번복됐다고 해 그 말들이 없었던 것으로 되느냐”고 최 의원에게 물었으나, 이 역시 대법원장을 겨냥한 것.
그는 “필자가 알기로는 대법원장은 호탕한 성격의 소유자로 사무실로 인사 온 후배 판사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낼 분이 아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형사처벌 문제를 거론했다. 정 부장판사는 “판사도 포괄적으로 대가관계가 있는 돈을 받으면 뇌물죄가 성립하는데 지금까지 나온 내용만으로는 형사처벌까지 단언할 수 없으나, 조사결과에 따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만일 액수가 미미해 형사소추 할 정도는 아니고, 기소유예에 그칠 사안이더라도 법에 위반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최 의원에게 훈수하며 대법원장을 압박했다.
아울러 “설사 징계사안이라 하더라도 과거 의정부(97년)와 대전(98년) 법조비리 사건 때에는 대가성 없는 떡값이나 전별금을 받은 판검사들의 경우 100만원 이상은 사표를 받았고, 10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인사조치나 징계를 했다고 보도됐으므로 법집행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수임료 문제 = 정 부장판사는 “대법원에 전관예우가 없음에도 의뢰인이 전관예우가 있는 것으로 잘못 믿고 착오상태에서 고액의 수임료를 주는 것을 (이용훈 대법원장이) 인식하면서도 그대로 받았다면 이는 명백히 묵시에 의한 사기죄에 해당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그럼에도 근거 없이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 사법개혁 의지 = 정 부장판사는 먼저 “언론에서 자꾸 대법원장의 사퇴에 초점을 맞추는데, 필자 주장의 핵심은 대법원장의 해명이지 사퇴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며 항변했다.
이어 “론스타 영장기각 관련해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법정 외에서 검찰과 비밀 회동한 것에 대해 국회에서 징계여부가 거론됐으나, 징계는커녕 오히려 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법원 내 요직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장으로 보직됐다”며 “법관징계법이 이렇게 (징계 없이) 집행되고 있는데 대법원장이 정말 사법개혁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국민들이 믿을 수 있을까”라고 따지며, 인사 의혹도 제기했다.
특히 “만약 영장청구가 검토되는 피의자가 영장전담판사와 검사가 만난 것을 알았다면 얼마나 기막힐 것이냐”며 “사정이 이러함에도 대법원장이 징계 청구조차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로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또 대법원장이 직무에 관해 법률에 위배된 행위를 한 것으로서 탄핵소추 사유도 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부장판사는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인사불만 때문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인사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그는 “필자는 고법부장 승진제는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실시되고 있으므로 차제에 대법원장에게 한마디 하고자 한다”며 “지금까지 고법부장 승진 인사를 보면 절대 다수가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자나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력자들이고, 일선 법원에서 묵묵히 재판업무에 열중했던 법관들이 극소수인 것을 우연의 일치라고만 볼 것인가라는 문제 제기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탄핵 사유 문제 = 정 부장판사는 “만일 최 의원이 고법부장 승진인사 만으로는 탄핵소추 사유로 삼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면, 영장전담 판사가 법정 외에서 검사들과 비밀 회동한 행위에 대해 대법원장이 담당 판사를 징계에 회부하지 않은 것을 탄핵사유로 추가할 수는 없는지 검토해 볼 것을 부탁드린다”고 끝을 맺었다.
대법원장 수난…탄핵이어 국정조사 요구도
정영진 부장판사 공격전술 고도의 심리전 연상 기사입력:2007-03-05 22: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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