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9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숭례문 방화범 채OO(70)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채씨는 고양시 일산동에 있는 자신의 주택 대지 일부가 H건설에서 건축하는 아파트 출입을 위한 계획도로에 수용되자 보상금이 적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채씨가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인정해 앞서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다투지 않았다. 하지만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4형사부(재판장 이경춘 부장판사)는 지난 4월 채씨의 범행에 대해 조목조목 꾸짖으며, 채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숭례문의 역사적 가치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재판부는“피고인의 범행으로 소실된 숭례문은 조선 초기 1398년에 건축된 이래 수많은 환란을 거치면서도 600년 이상의 장구한 세월 동안 잘 보존돼 온 조상의 얼이 담긴 유산 중의 유산”이라며 “숭례문은 장중하며 당당한 외관과 견실한 내부구조를 가진 목조건축물로서 역사성과 건축 예술적 가치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의 도심에 웅장한 자태로 자리해 과거와 현재가 조화된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문화재로 해외에까지 널리 알려져 있고, 우리 국민은 국보 1호인 숭례문에 대해 높은 민족적 자긍심을 간직해 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장차 복원이 되더라도 600여 년 전 선조들의 손길이 그대로 스며들어있는 원래의 숭례문은 되찾을 수 없게 됐고, 국민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도 쉽게 치유될 수 없는 점에서 피고인의 범행은 내용과 결과가 매우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피고인은 범행을 위해 방화도구로 준비했고, 사전에 숭례문을 답사하고 사다리를 마련하는 등 침입 방법을 궁리함으로써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했다”며 “이러한 범행의 동기나 방법, 창경궁 방화로 집행유예 기간 중에 중대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도 피고인의 범행에 대한 책임은 더욱 무겁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숭례문을 전소시킨 범행에 대해 순순히 시인하고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으나, 토지보상금에 관해서는 오로지 관계 국가기관 등이 자신에게 심히 부당한 처분을 했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주장만을 계속하고 있어 어느 정도는 재범의 위험성도 남아있다”고 재범의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런 여러 사정과 숭례문 복원 사업을 위해 거액의 국고 등 상당한 국민적 역량을 소모해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죄책은 매우 중대해 중형을 선고함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고인의 건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보이나 이미 70세의 고령으로 범행의 동기가 된 토지보상금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특별한 전과 없이 성실하게 생업에만 종사해 온 점, 자신의 범행 자체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채씨가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9형사부(재판장 고의영 부장판사)는 지난 7월31일 “숭례문을 방화·훼손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항소를 기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