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인기가수 A양과의 성관계 장면이 담긴 이른바 ‘몰래카메라’를 제작하고 유포해 충격을 줬던 A양의 음반제작자에게 항소심 법원이 1심 보다 더 무거운 형량으로 엄벌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음반제작자 K(47)씨는 1998 오디션을 통해 당시 가수 지망생이던 A씨를 처음 알게 된 후 음반작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서로 교제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됐으며 수 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갖기도 했다.

그런데 K씨는 A씨가 가수로 성공한 후 제작자인 자신을 배신할 것을 우려해 A씨 몰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해 이를 유포하겠다는 것을 미끼로 자신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도록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에 K씨는 1998년 12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자신의 사무실 내 침실에 소형 캠코더를 몰래 설치해 놓고 A씨와의 성행위 장면을 적나라하게 촬영했다. 나중에 이 몰래카메라는 ‘B양 비디오’로 세간에 뿌려졌다.

이후 K씨가 A씨의 사생활에 심하게 간섭하기 시작해 다툼이 잦아졌고, 그러던 중 A씨가 몰래카메라 비디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관계정리를 요구하자 K씨는 “같이 앨범작업을 하지 않으면 너와의 성관계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아버지에게 보내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K씨는 자신의 지인들에게 “지가 어떻게 가수가 됐는데 나한테 이럴 수가 있느냐. ‘몰카 비디오’를 언론에 터뜨려 매장시키겠다”라며 성관계 비디오가 있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다.

한편 K씨는 A씨가 자신과의 관계를 정리한 후 가수로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되자 배신감에 성관계 비디오 ‘몰카’를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 해외에서 인터넷을 통해 판매해 A씨가 가수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K씨는 지명수배 중이어서 출국할 수 없게되자 자신의 동생 여권에 자신의 사진을 붙이는 방법으로 여권을 위조해 2000년 11월 미국으로 출국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K씨는 미국 서버를 빌린 홈페이지를 통해 A씨와의 성관계 동영상 ‘몰카’를 미화 19.99달러 받고 판매했다.

뿐만 아니라 K씨는 2000년 11월 국내 한 연예방송과의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비디오테이프는 몰래 찍은 것도 아니고 서로 한참 좋아할 때 찍어서 서로 보고 같이 웃기도 하고 그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그 동안 K씨는 미국에서 도피생활을 해오다 지난해 2월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미국 경찰에 체포된 뒤 국내로 압송됐다.

결국 K씨는 음란물건제조, 협박, 명예훼손, 전기통신기본법위반, 공문서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서형주 판사는 지난 2월 K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서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가수로 성공한 후 자신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도록 할 목적으로 몰래 피해자와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고, 피해자가 관계 정리를 요구하자 이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아가 각종 인터뷰를 통해 은밀하고 수치스러운 사생활을 대중에게 유포함으로써 당시 인기가수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던 피해자에게 가수로서 뿐만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생명까지 끝나게 하는 결코 회복할 수 없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어 “더구나 피고인은 여권을 위조해 미국으로 도피한 뒤 그곳에서 인터넷에 성관계 장면이 담긴 음란 영상까지 판매하는 등 피고인의 범행은 조직적, 계획적인데다, 사안이 중하고, 죄질 또한 극히 불량하며, 피해자와 합의하지도 않았으므로 피고인에게 그에 합당한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이 사건 범행 후 8년의 세월이 흘렀고, 다행히 피해자가 재기에 성공해 제2의 가수 인생을 살고 있는 점, 피고인이 법정에서 범행사실을 모두 자백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K씨는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반면 검사는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각각 항소했다.

◆ “가수 재기 성공은 피해자의 뼈를 깎는 자기노력에 의한 것”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조용준 부장판사)는 지난 8일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범행은 죄질이 극히 불량한데 동영상이 유포된 후에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은 채 과감하게 언론과 허위의 사실로 인터뷰를 해 다시 한 번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불명예를 안겨주고, 그 후로도 국외에서 장기간 도피생활을 함으로써 형사처벌을 피해오는 등 비난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밝혔다.

또 “비록 범행이 있을 후로부터 8년의 시간이 흘렀고 피해자가 가수로서 재기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피해자의 재기 성공은 자신의 뼈를 깎는 노력에 의한 것이지 피고인이 기여가 있었다고 할 수 없고, 또한 피고인이 체포되기 전의 오랜 시간 동안 피해자에게 사과를 한다거나 피해회복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의 범죄는 피해자에게 가수생활은 물론 인간으로서의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준 인격살인에 가까운 것으로서 사안이 매우 중대하고, 죄질 또한 불량하며, 피고인이 현재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를 하지도 못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원심이 선고한 징역 3년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