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변론 생중계…사법부 사상 최초

베트남 국적 어머니가 2세 아들 남편 동의 없이 친정에 데려간 국외이송약취죄 사건 기사입력:2013-03-22 11:59:33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21일 오후 2시10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국외이송약취 형사사건의 공개변론을 열고, 사법부 사상 최초로 재판에 대한 생중계방송을 실시했다.

이날 대법원 공개변론의 전 과정은 대법원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인터넷으로, 그리고 KTV(한국정책방송)를 통해 케이블방송으로 각각 생중계됐다. YTN, MBN, TV조선 등에서도 KTV 화면을 받아 시작부분 일부를 생중계했고, 일본 NHK방송에서도 공개변론 중계방송을 취재하는 등 높은 주목을 받았다.

공개변론에서는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이 유무죄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며, 검찰 측 참고인 곽민희 교수(숙명여대 법과대학)와 변호인 측 참고인 오영근 교수(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가 법률 이론과 해석에 관한 의견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이번 중계방송이 재판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증진하는 한편, 중요한 국가적ㆍ사회적 문제를 국민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책법원으로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앞으로도 적절한 사건에서 재판 중계방송을 계속 실시할 계획이다.

◈ 첫 생방송 된 사건은?

법원에 따르면 외국 국적(베트남) 여성인 A(26)씨는 2006년 우리나라 남성과 결혼해 아들을 낳고 한국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A씨는 2008년 친구 집에 갔다가 버스를 놓쳐 외박한 일로 남편의 박대를 받게 되자 한국 생활에 답답함을 느꼈다. 이에 A씨는 남편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아들(당시 13개월)을 데리고 집을 나와 베트남으로 가 버렸다.

이후 A씨는 아들을 베트남 친정에 데려다 두고 양육비를 벌기 위해 약 2주 후 혼자 한국에 재입국해 거주하다가, 자녀를 국외로 약취한 사건으로 체포됐다.

검찰은 A씨를 국외이송약취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1심 형사재판 중 A씨는 남편과 협의이혼했다. 이때 아들의 양육자는 A씨로 정해졌다.

이 사건 1심과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남편과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고 피해아동(아들)을 베트남으로 데리고 간 행위는 남편의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는 있지만, 당시 피해아동이 생후 13개월로서 어머니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했던 시기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피해아동 본인의 이익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의 행위 때문에 피해아동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도 성장환경, 양육환경이 전혀 다른 외국에서 아버지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자라게 됐다”며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아동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며 상고했다.

◈ 사건의 법률적 쟁점

이번 사건은 부모가 함께 어린 자녀를 키우다가 그 중 한 사람이 상대방과 협의하거나 법원의 결정을 거치지 않고 혼자 일방적으로 자녀를 데리고 외국으로 출국한 경우에 이를 약취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다.

보통 아동 약취라고 하면 유괴행위를 떠올리게 돼, 부모를 약취죄로 처벌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으나, 부모도 사안에 따라 약취죄로 처벌될 수 있다.

부모라고 해서 자녀와 관련된 모든 행위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는 게 판례의 입장이다. 부모의 행위 때문에 자녀의 복지가 침해되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2008년 1월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보호양육권을 남용해 자녀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미성년자약취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시(2007도8011)한 바 있다.

외할아버지가 정상적으로 키우고 있는 딸(12세)을 딸의 의사에 반해 억지로 데리고 온 아버지에 대해 미성년자약취ㆍ유인죄를 인정한 사건이었다.

문제는 이번 사건과 같은 행위가 약취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약취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견해는, 피고인 A씨가 자녀의 또다른 보호자이기도 한 남편과 아무런 협의도 거치지 않고 자녀를 먼 외국으로 데리고 가버려 남편과 자녀를 떼어 놓은 행위에 대해서 마땅히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약취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견해는, 비록 피고인이 남편과 사전 협의를 거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불순한 의도 없이 단지 어머니로서 어린 자녀를 계속 키우고 싶어서 데려간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건의 결론은 국제결혼뿐만 아니라 국내 이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이혼의 경우 자녀를 선점해야 이혼소송에서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자녀를 데리고 가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유무죄 결론은 국내 이혼 과정에서 벌어지는 자녀 선점행위에도 적용될 여지가 있어 주목된 것이다.

◈ 공개변론의 진행과 내용

이날 재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공개변론절차로 진행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재판장인 대법원장과 대법관 12인으로 구성된다. 대법관 13인 중 법원행정처장을 겸한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 직위에 있는 동안 재판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다.

검찰에서는 이건리 대검찰청 검사(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가, 변호인으로는 국선변호를 맡은 김용직 변호사(법무법인 케이씨엘 대표변호사), 한연규 변호사(국선전담변호사), 양은경 변호사(국선전담변호사)가 참석했다.

참고인으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곽민희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검찰 측)와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인 측)가 참석했다. 피고인 A씨는 2011년 출국 후 현재까지 재입국하지 않아 참석하지 않았다.

사실심인 1심 및 항소심과 달리, 법률심인 대법원 변론기일에서는 피고인의 출석이 개정(開廷) 요건이 아닐뿐더러, 피고인이 출석하더라도 따로 변론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다.

이날 재판은 오후 2시10분 양승태 대법원장의 진행으로 시작됐다. 양 대법원장은 본격적인 변론에 앞서 소송관계인과 방청객들에게 먼저 공개변론과 재판 중계방송의 취지, 이 사건의 쟁점, 절차의 개요 등을 설명했다.

이건리 대검 공판송무부장 “약취죄 처벌 당연…원심 무죄 파기해야”

이건리 대검찰청 검사는 모두 변론을 통해 피고인의 행위는 국외이송약취죄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이 파기돼야 한다고 상고이유를 밝혔다.

형법은 엄연히 미성년자를 약취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고, 부모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보호감독권을 침해해 자녀의 이익을 해한 이상 약취죄로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또 피고인이 어린 자녀를 일방적으로 외국으로 데리고 가버리는 바람에 남편의 양육권이 침해됐고, 자녀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먼 외국에서 아버지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생활하는 불이익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이건리 검사는 “국제결혼의 증가와 함께 비슷한 사례가 계속 발생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외국 여성이 일단 자녀를 데리고 자기 나라로 가버리면 해결책이 없다”며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최근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 3월부터 그 이행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으로써, 부모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자녀를 외국으로 이송하는 행위는 불법이라는 것을 분명히 확인했다고 제시했다.

김용직 변호사 “무죄 판결은 정당”

이에 대해 국선변호인들을 대표해 김용직 변호사는 모두 변론을 통해 피고인의 행위를 국외이송약취죄로 처벌할 수는 없으므로, 원심의 무죄판결은 정당하다고 답변했다.

미성년자약취죄는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이 침해됐을 때 인정되는 범죄인데, 피고인의 자녀는 어머니와 외가의 보호를 계속 받고 있으므로 이익이 침해됐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피고인의 행위는 어머니로서 자녀를 키우고자 한 정당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또한 피고인은 외국인으로서 한국의 법과 제도를 잘 몰라 국내에는 마땅히 갈 곳도 없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피고인을 국외이송약취죄(3년 이상의 징역형)로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부모 사이의 양육권 다툼은 민사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고, 여기에 형벌이 개입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며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역시 아동탈취 문제의 민사적 해결에 관한 조약으로서, 형사처벌을 규정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 검찰 측 참고인 곽민희 숙명여대 법대교수

검찰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곽민희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또는 외국의 사례, 미성년자약취죄의 보호법익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과 같은 행위는 불법적인 것으로서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부모가 자녀를 공동으로 키우던 중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양육권을 현저하게 침해하거나 영구적으로 배제하는 경우에는 양육권을 침해했다고 인정되므로, 약취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어머니가 키우는 것이 반드시 아버지가 키우는 것보다 자녀에게 이익이라고 할 수는 없고,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자녀를 베트남에서 계속 키운 것이 아니라 자녀를 친정에 맡기고는 곧 한국에 온 점, 자녀로서는 아버지의 보호를 받을 기회를 잃게 된 점 등에 비춰, 자녀의 이익이 침해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변호인 측 참고인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인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법은 보충적으로 적용되고 또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고, 이 사건과 같은 행위를 미성년자약취죄 또는 국외이송약취죄로 처벌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성년자 본인의 자유와 복지를 침해하지 않고 단순히 상대방 부모의 보호양육권만 침해한 행위를 미성년자약취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력행사를 통해 자녀를 빼앗아 온 것이 아니라, 원래 상대방 배우자와 공동 양육하던 자녀를 자기가 보호하고 양육하기 위해 특별한 실력행사 없이 데리고 간 행위는 형법상 약취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13개월 된 어린 자녀를 어머니가 계속 돌보기 위해 데리고 간 행위를 유죄로 인정하는 것은 건전한 상식에 어긋난다”며 “만일 이 사건과 같은 행위를 유죄로 인정한다면 외국에서 동일한 행위를 한 우리나라 여성도 똑같이 처벌돼야 한다는 결과가 되고, 또한 그 경우 이혼과정에서 형사고소가 남발돼 민사문제가 형사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승태 대법원장, 주심인 박보영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순서로 검사, 변호인, 참고인들에게 사건의 심리를 위해 필요한 질문을 했고, 이에 대한 답변이 있었다. 이날 공개변론은 약 1시간 20분에 걸쳐 이루어졌다.

대법원은 공개변론의 내용과 사건 기록 등을 토대로 전원합의체 합의 절차를 거쳐 결론을 내리게 된다. 결론이 정해지면 대법원은 판결 선고기일을 따로 지정하고 소송관계인에게 통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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