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64)씨는 2010년 가을 초등학생 6학년인 의붓 손녀(당시 11세)를 자신의 배 위에 올려놓고 “얼마큼 컸나”라며 옷 속으로 손을 넣어서 가슴을 만졌다. 또한 누워있던 손녀의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기는 등 상습적으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손녀에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일렀다. 손녀는 할아버지가 “이런 것은 할아버지들이 다 해주는 것이다”라고 말해 TV프로그램에서 할머니들이 손자를 보면 얼마나 컸는지 보자고 하는 것처럼 당연한 줄 알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1심은 2012년 10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또 개인신상정보를 5년간 공개할 것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의붓 할아버지로서 건전하게 양육하고 보호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오히려 자신의 성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초등학생에 불과한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해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반인륜적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줬을 것으로 보여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에 A씨가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검사는 종전 공소사실을 유지하면서 무죄부분에 대해 ‘13세 미성년자 위계 등 추행’ 혐의와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 혐의를 공소사실에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신청을 냈다.
2심은 공소장변경을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직권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신상정보공개와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는 유지했다.
재판부는 A씨의 2009년~2010년 사이의 3회에 걸친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공소를 기각했다. 또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할아버지가 손녀를 예뻐하기 위해 어르는 것처럼 가장해’ 위계로써 추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계에 의한 추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의붓 손녀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A(64)씨에 대한 상고심(2013도2396)에서 “원심이 ‘위계’의 개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징역 2년을 선고하고 5년간 신상정보공개,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판결은 피고인에게 적용된 혐의 가운데 위계에 의한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유죄ㆍ무죄와 양형을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이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가중된 양형이 선고받을 처지가 됐다.
이어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배 위로 올려놓고 피해자를 위아래로 흔들거나 피해자의 가슴 등을 만지는 행위 측면에서 보면, 공소사실에 기재된 ‘마치 할아버지가 손녀를 예뻐하기 위해 어른 것처럼 가장해’와 다를 바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의 위계에 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 혐의 공소사실에 관해 공소기각 또는 유죄를 선고했으니, 이는 위계에 의한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추행죄에 있어서 ‘위계’의 개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옳다”며 “따라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