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특검 왜 비판받나…알맹이 없고 법무장관에 칼자루(?)까지 줘

국회가 상설특검하려면 과반의결로 새누리당 반대하면 못해…법무부장관에겐 특검 발동 권한 기사입력:2014-03-01 14:03:30
[로이슈=신종철 기자]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진통 끝에 ‘상설특검’을 규정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월 28일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번 상설특검법은 ‘무늬만 상설특검’, ‘누더기 상설특검’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왜일까?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신청된 반대토론도 듣지 않고, 게다가 상설특검법안의 심사를 맡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의 따끔한 지적조차 반영해 담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법무부의 체면을 살라 달라’는 요구를 들어주며 법무부장관에게 특검을 할 수 있는 권한까지 줬다.

민주당은 이번 상설특검법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상설특검이 도입됐다는 자체에만 애써 의미를 두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그 흔한 논평조차 내놓지 않았다. 법사위원 개개인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아쉽다는 의견을 내놓을 뿐이다.

하지만 판사 출신 서기호 의원이 “과거 특검법에 비해 오히려 개악돼 오로지 대통령ㆍ여당 권력을 위한 특검법안으로 변질됐다”며 “‘상설특검법’이 아니라, ‘여당특검법’”이라고 혹평한 대목은 민주당이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여야가 합의했다”면서도 사실상 국회 표결에서는 반대의사로 볼 수 있는 ‘기권표’가 30명이나 나왔고, 반대도 17명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 상설특검법안은 시민사회단체 등이 주장했던 상설특검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에 대한 반증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법무부장관에게 국회 동의도 없이 특검 발동 권한이라는 칼자루(?)까지 안겨 준 것은, 향후 민주당 등 야당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의 칼날로 되돌아 올 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국회홈페이지화면

▲국회홈페이지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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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설특검법 처리 어떻게 진행됐나?

먼저 최원식 민주당 의원은 2013년 4월 25일,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2013년 6월 12일 각각 ‘상설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도 2013년 6월 28일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런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월 28일 위 3건의 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마련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대안을 법제사법위원회 안으로 제안하기로 의결하고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이른바 상설특검법안의 제안이유부터 보면 “그 동안 대통령 측근이나 고위공직자 등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대형 비리사건에 있어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 논란이 증폭될 때마다 여러 차례 걸쳐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해 운용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근거 법률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도입 여부 및 특별검사의 수사 대상, 추천권자 등을 둘러 싸고 여야 간에 정치적 공방이 끊이질 않았고, 결과적으로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져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따라서 이제는 그때그때 개별 법률을 제정하는 것보다 특별검사제도의 발동 경로와 수사대상, 임명 절차 등을 미리 법률로 제정해 두고 문제가 된 사건이 발생되면 곧바로 특별검사를 임명해 최대한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상설특별검사제도의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표결 결과는 재석의원 159명 중 찬성 112명, 반대 17명, 기권 30명으로 통과시켰다.

▲국회전경

▲국회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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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설특검법안 왜 비판받나?

그렇다면 이번 상설특별법이 왜 비판을 받는지 중요한 몇 가지 대목을 짚어본다. 가장 비판을 받는 것은 역시 특별검사의 수사 대상과 임명 절차다.

먼저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은 두 가지 경우다. 특검법 제2조 제1항 1호에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물론 이 조항의 문구는 선언적 규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종전에도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들어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한 경우 특별검사를 도입해 왔기 때문에 차이가 없다. 더구나 ‘본회의에서 의결 사건’ 부분이 중요하다. 국회는 기본적으로 재석의원 중 과반수가 찬성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제19대 국회에서는 사실상 국회의석 절반을 넘는 다수당인 새누리당의 동의 없이는 특검을 할 수 없다.

상설특검이 도입되긴 했지만 특검을 하기 위해 또 야당은 새누리당과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것은 자명하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하는 독립된 특별수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상설특검의 취지가 무색해 지는 대목이다.

때문에 조수연 변호사(법무법인 청리)가 “매번 사안마다 특검할지를 여야가 합의해야 가능하다”며 “지금과 바뀐 것이 뭐지?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한 대목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특히 특검법 제1항 2호에 “법무부장관이 이해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으로 규정한 것이다. 또 제2조 제2항에 “법무부장관은 1항 2호에 대해여는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것도 포함됐다. 마치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을 견제하는 뉘앙스다.

이렇게 법무부장관의 요청으로 특검이 수사에 나서는 대목은 특히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판사출신서기호정의당의원(사진=홈페이지)

▲판사출신서기호정의당의원(사진=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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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상설특별검사의 임명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던 판사 출신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발끈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하루 전인 2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이번에 통과된 내용의 특검법안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합의로 통과되자 “상설특검을 도입하려는 본래 취지에도 전혀 맞지 않다”며 “야합의 산물”이라고 맹비난했다.

서기호 의원은 “상설특검법안 제2조 제1항 2호는 법무부장관의 판단만 있다면, 국회 본회의 의결도 필요 없이 곧바로 특검이 실시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법무부장관의 임명권자는 대통령인데, 대통령의 사람인 법무부장관의 판단만으로 특검의 수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대통령ㆍ여당의 입맛에 맞는 특검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참여연대도 합의 소식에 “유명무실한 상설특검 합의를 규탄한다”며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28일 새누리당과 민주당당이 합의한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에 대해, “부정부패, 권력형비리 추방,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저버린 것으로서 야합”이라고 규탄했다.

서 의원은 다음날인 28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이런 취지로 주장했고, 특히 상설특검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반대토론을 신청했으나 무산되자 보도자료를 통해 반대의견을 강하게 밝히며 반발했다.

서 의원은 “어떻게 국민의 대변자인 국회의 의결과 법무부장관의 개인적인 판단을 동등한 위치로 올려놓을 수 있다는 말이냐”고 따져 물으며, “법무부장관의 임명권자는 대통령인데, 상정된 법안대로라면 대통령의 사람이 특별검사의 수사 대상을 정할 수 있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무슨 말이냐. 국회는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에 대해 특검을 실시하는데, 반면 법무부장관은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에 특검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쉽게 정리하면 야당이 특검을 추진하려해도 새누리당의 찬성이 없으면 상설특검이라도 할 수 없는 반면, 법무부장관은 국회 동의 없이 마음대로 특검을 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에 서기호 의원은 “이는 상설특검제도의 근본취지의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기에, 과거 특검법에 비해 개악됐다”고 맹비난했다.

▣ 박영선 “법무부가 체면 세워 달라했다”…법무장관 특검 발동 요건 삽입 배경?

사실 상설특검법안 심사를 맡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영선 위원장의 따끔한 지적도 있었다. 그런데 법안이 진통을 겪던 지난 28일 법사위 오전 전체회의에서 박영선 위원장으로부터 눈길을 끄는 발언이 나왔다.

▲박영선위원장은28일착잡한심경을대변하려는듯법사위전체회의에서있었던심각한표정의사진을홈페이지에올렸다.

▲박영선위원장은28일착잡한심경을대변하려는듯법사위전체회의에서있었던심각한표정의사진을홈페이지에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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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위원장은 먼저 “서기호 의원의 ‘법무부 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건’에 대한 지적도 있었지만, 사실 이 조항은 제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그런데 어제 소위(법안심사소위원회)가 끝나고 ‘소위에서 왜 문제 지적에 관해 진척이 없었느냐’라고 물어보니까, ‘법무부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 이것을 넣어 달라’는 법무부의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고 뜻밖의 발언을 했다.

정리하면 법무부의 체면을 세워 달라는 법무부의 요청으로 상설특검법의 특별검사 수사 대상에 “법무부 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건”을 포함시켰다는 얘기다. 때문에 서기호 의원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야합’이라고 맹비난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박영선 위원장은 “특검이라는 것에, 법무부장관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새누리당 권성동 간사하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 부분에 대해서 국회에 똑같이 과반의결이 필요하다는 조항 정도는 들어가야 되는 것 아니냐”며 법사위원들에게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신중한 판단을 당부했다.

다시 말해 “법무부 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건”을 포함시킨 것도 문제지만, 설령 이런 장관의 특검 발동 요건을 넣더라도, 국회에서 과반의결을 거치도록 제동장치와 같은 단서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위원장은 또 “특히 제2조 2항에 ‘법무부 장관은 제1항 제2호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는데, 이것은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어떤 전횡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렇게 되면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빌미를 줄 수 있는 부분”이라며 “냉정한 생각이 필요하지 않으냐”고 법사위원들을 환기시켰다.

하지만 결론은 서기호 의원은 물론 박영선 법사위원장의 지적과 비판은 반영되지 않고, 전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대로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 박영선 법사위원장 “법무부장관에 굉장히 실망” 왜?

한편, 박영선 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호되게 질타했다.

박 위원장은 “법무부에서 낸 특별검사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초안을 법무부장관과 법무부에 있는 분들(초안을 마련한 검사들)의 시각에 대해서 굉장히 실망했다”며 “법무부도 객관적인 시각에서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모든 것을 법무부장관이 다하게 만들어 놨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거듭 “대한민국의 법무부가 아니냐. 법무부가 국회에 초안을 낼 때는 어느 정도 객관성을 가지고 법을 내야지, 특검법 초안을 보면 모든 권한이 법무부장관한테 있다. 그것은 잘못됐다. 굉장히 실망했다”며 “앞으로 일할 때 ‘법무부가 대한민국의 법무부다’라는 시각에서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 서기호 “특별검사 추천부터 임명까지 모두 대통령과 여당의 입맛대로”

이와 함께 이번 상설특검법에서 크게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제3조 “특별검사의 수사가 결정된 경우 대통령은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 지체없이 2명의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고 추천을 받은 날부터 3일 내에 추천된 후보자 중에서 1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한다”는 부분이다.

판사 출신 서기호 법사위원은 “국회에서 2명을 추천한다면 여야 각 1명씩 추천하게 될 것이고, 대통령은 당연히 여당 측 후보를 임명하게 될 것”이라며 “겉으로는 여야가 합의해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통령과 여당이 원하는 후보가 특별검사로 임명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더구나 추천위원회 위원의 구성도 문제”라며 “추천위원회 위원으로 법무부 차관 등을 포함시켜 대통령과 여당에 가까운 사람들이 추천위원회 위원의 과반수를 넘고 있는데, 특별검사의 추천부터 임명까지 모두 대통령과 여당의 입맛대로 이루어질 여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포함에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위원은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기타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국회에서 추천한 4명 등이다. 이들은 국회의장이 임명하거나 위촉한다고 상설특검법 제5조에 규정했다.

서기호 의원은 이번 상설특검법안에 대해 “여당 특검”, “개악 특검”, “불능 특검”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서 의원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특검법안을 통과시켰으나, 본회의 토론과정에서 정의당과 통합진보당이 특검법안에 대한 반대토론을 신청했으나 강창희 국회의장은 정의당의 반대토론 요구를 묵살했다”며 “이에 반대의견을 지면으로나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 변호사들은 혹평

이번 특검법안에 대해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는 트위터에 “상설특검법안, 한마디로 ‘누더기 법안’이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변호사는 “독립된 기구특검이 아니고,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찬성 또는, 법무부장관 요청으로 특검 발동하도록 한 것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리수사가 불가능한 허울뿐인 ‘쓰레기 법안’이다”라고 혹평했다.

조수연 변호사(법무법인 청리)도 페이스북에 “특검? 특별감찰관? 특별이란 말이 아까울 정도다. 국회의원, 판검사는 감찰대상에서 빼놓고, 특검도 매번 사안마다 특검할지를 여야가 합의해야 가능하다”며 “지금과 바뀐 것이 뭐지? 어처구니가 없다”고 어이없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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