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간 합의에 대해 이날 오전 인권법학자인 박찬운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간교한 외교적 술책에 놀아난 외교참사”라며 “이런 합의를 이끈 박근혜 정부를 엄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혹평했다.
▲박찬운한양대로스쿨교수
이미지 확대보기그는 “보도에 의하면 이번 한일 외교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합의한 뒤 공식 합의문을 만들지 않았고, 그것은 한국 측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링크하면서다.
변호사로 20년 활동하고 현재 한양대 로스쿨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박찬운 교수는 “법률가의 입장에선 한국 정부가 이런 요구를 했다면, 그것은 우리 헌법상의 장애를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교수는 “우리 헌법은 제60조 제1항에서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에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되어 있다”며 “이 조문 중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이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조약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볼 때 이번에 한일 외교장관이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관해 합의를 한 후 이를 합의문 형식으로 정리했다면 그것은 헌법상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며 “왜냐하면 이 합의로 인해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일본국에 대한 책임추궁(국제법적 책임인정 및 배상책임)이 종결될 수 있고, 이것은 국민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물론 이에 대해 나는 이번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개인적 배상청구권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일본 정부는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고 주장할 것이므로 영향을 끼치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박찬운 교수는 “따라서 우리 정부가 일본 측에 합의문을 만들지 말자고 했다면, 위의 헌법 문제를 우회해 합의하길 원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만일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이것은 우리 국회의 조약에 관한 동의권을 사실상 침해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나는 처음부터 이런 합의를 외교장관 혹은 그를 지휘ㆍ감독하는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정부가 합의를 한다고 해도 그것은 조약의 형식을 취해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맞다고 보았다”며 “그럼에도 이번 절차는 어떠했는가? 법적으론 매우 이상한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는가?”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박찬운 교수는 “따라서 한국 정부는 다음의 점을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한일 양국 정부의 외교부장관이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했음에도 왜 합의문을 만들지 않고, 단지 양국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을 통한 입장표명으로 대신했는가? 그 저의는 무엇이었는가? 우리 헌법상의 문제를 의식해 국회 논의를 배제하기 위해 그리했던 것은 아니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