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사법시험 합격자들의 69%는 만일 사법시험이 없고 로스쿨만이 있었다면 경제적 이유로 로스쿨 진학은 포기했을 것이고, 포기하겠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94%는 월 평균 소득 500만원 이하였다”는 자료가 제시됐다.
또한 “정치인, 고위관료, 대기업 임원 등 소위 사회적 지위와 배경이 있는 집안과 무관한 사법시험 합격자들이 97%였다”며 “사회적 계층 이동 통로로서의 사법시험의 역할은 더욱 분명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대 법과대학 이호선 교수는 한국법정책학회가 2015년 12월 발간한 ‘법과 정책연구’에 <한국 로스쿨 체제, 과연 사법시험의 대안인가?>라는 제목의 논문 발표를 통해서다. 이호선 교수는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1기를 수료했다.
이호선 교수는 “대한민국의 법조인 양성 체제를 놓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체제로 일원화할 것인지, 아니면 사법시험을 존치해 병행토록 할 것인지를 놓고 매우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논의가 건설적이며 합리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두 제도의 장단점과 속성, 그 제도를 통해 배출된 법조인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호선 교수는 이재협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조사 대상으로 삼은 사법연수원 40~43기 3519명은 물론 2015년 사법연수원에 재학 중인 연수원 46기까지를 상대로 2015년 10월 24일~27일 사이에 <2009년 이후 사법연수원 출신 법조인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고 한다.
방식은 연수원 46기까지 총 4621명에게 개인별로 이메일을 보내 희망자를 온라인설문전문사이트로 초대해 그곳에서 설문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비율은 총 4621명 중 27.8%에 해당하는 1286명이 응답했다.
이호선 교수는 “이재협 교수 등의 선행 연구가 제시하는 바는 로스쿨은 사법시험의 대안이 될 수 없으나, 그렇다고 사법시험이 로스쿨과 비교할 때 더 나은 제도라고도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 결론이 의도하는 바는 양자 간에 우열의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사법시험은 예정대로 2017년 폐지돼야 하고, 로스쿨로 일원화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표본을 3배 이상 확대해 동일한 집단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와 기존 이재협 등의 로스쿨 쪽의 분석을 종합하면 로스쿨은 사법시험의 대안이 결코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이호선 교수는 “학벌의 경우 서울대 로스쿨, 스카이(SKY-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 로스쿨, 서울 소재 로스쿨에서의 서울대와 스카이 비율은 사법시험 하에서 보다 훨씬 더 쏠림 현상을 보였고, 비로스쿨들의 경우 소위 ‘인 서울’로 힘든 인위적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는 사실이 실증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로스쿨 입학에서의 학부 다양성은 로스쿨 입학 전형의 불투명성과 불공정성을 반증하는 사례에 더 가깝고, 검사를 배출하는 대학들은 사법시험 시절보다 되레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호선 교수는 “사법시험 합격자들의 가구당 소득은 로스쿨 입학생 평균 1/3 수준으로 전국 가구당 월 평균 소득과 일치하며, 합격자들의 98% 가량이 수험비용으로 월 39만원 가량을 지출하고, 79%는 5년 이내에 합격했다”며 “사법시험 준비도 로스쿨만큼이나 돈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불합리한 것인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합격자들의 69%는 만일 사법시험이 없고 로스쿨만이 있었다면 경제적 이유로 로스쿨 진학은 포기했을 것이라고 하며, 포기하겠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94%는 월 평균 소득 500만원 이하였다”고 밝혔다.
이호선 교수는 “로스쿨이 중산층의 사각지대라는 사실은 로스쿨협의회에서 작성한 장학금 수급 현황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바, 가장 많은 장학금을 가져가는 층은 소득 1분위와 소득 10분위로 로스쿨 재학생들의 소득분포는 양 극점에서 가파르게 한 가운데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경제적 측면에서 로스쿨은 결코 이 사회의 허리를 구성하는 중산층에게 사법시험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 계층 이동 통로로서의 사법시험의 역할은 더욱 분명해 2009~2015년 사이 사법시험합격자들 중 부모가 법조인인 비율은 2.2%. 법대 교수인 비율은 1.2%에 불과했고, 정치인, 고위관료, 대기업 임원 등 소위 사회적 지위와 배경이 있는 집안과 무관한 합격자들이 97%였다”며 “이재협 교수 등의 선행연구에서 로스쿨 출신의 집안 배경과 대조하면 사법시험은 확실한 이 사회의 계층이동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예컨대, 정치인 집안의 경우 2009~2015년 합격자들 중 응답자 1286명 중 3명만이 전ㆍ현직 국회의원 집안 출신이라고 했으나, 2015년 현재 로스쿨의 경우 언론에 노출된 사례만 하더라도 19명”이라며 “사회적 계층 이동의 기능 측면에서도 로스쿨은 사법시험의 대안은커녕 우리 사회에 유리천정과 불평등을 고착화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를 더해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호선 교수는 “제도에 대한 신뢰와 공정성의 측면에서 로스쿨의 경우 별도로 조사하지는 못했으나 일단 사법시험만을 놓고 보면 판사ㆍ검사 공직 임용 기준에 있어 응답자 1190명 중 임용되지 못한 사람들이 94%에 달함에도 10점 만점에 평균 8점 가량을 부여하고, 8점 이상을 준 비율이 70%에 달하는 등 승복과 사회통합 기제로서 사법시험의 존재 가치가 잘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한국 로스쿨 제도, 과연 사법시험의 대안인가? 사법시험을 역사 저 편으로 보내는 것이 맞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답은 단연코 아니다! 오히려 현재 19대 국회에 계류 중인 사법시험 존치 법안들을 심의해 사법시험을 존치해야만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끝으로 “2017년까지 사법시험 제도를 두기로 했던 것을 ‘폐지’에 방점이 아닌, 성급한 로스쿨 도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경과를 지켜보기로 한 병행, 임상시험의 기간으로 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