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성폭행 임신ㆍ출산 숨기고 결혼…‘혼인취소’ 사유 아냐

“성폭행 출산 경위는 개인의 명예ㆍ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해 알리지 않아도 돼” 기사입력:2016-02-22 16:59:48
[로이슈=신종철 기자] 여성이 결혼하면서 출산 사실을 숨겼더라도, 성폭행 피해를 당해 임신하고 출산한 것이라면 이런 경위는 개인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해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그것이 국제결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법원에 따르면 한국인 A씨는 국제결혼중개업소의 소개로 베트남 국적의 H(여)씨를 알게 돼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올린 후, 2012년 4월 김제시 자신의 거주지에 혼인신고를 마쳤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15세.

그런데 H씨는 한국에 입국해 A씨와 혼인생활을 하던 2013년 1월 2회에 걸쳐 A씨의 계부 B씨로부터 강간을 당했다. 이에 H씨는 B씨(A씨 계부)를 형사고소하면서 집을 나왔다.

B씨는 전주지방법원에 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죄 등으로 기소돼 징역 7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 중이던 2013년 8월 A씨는 처(H)가 자신과 결혼하기 전에 베트남에서 다른 남자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고, 그 남자와 사이에서 자녀를 출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A씨는 2013년 8월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A씨와 어머니는 H씨에게 여러 차례 결혼 및 출산 전력이 있는지 물었는데, H씨는 이를 강하게 부인하다가 혼인무효 소송 계속 중에야 비로소 인정했다.

한편, H씨는 만 13세이던 2003년 10월 베트남에서 납치돼 강간을 당해 임신을 하게 됐고, 2004년 8월 출산한 아들은 그 남성이 데려갔다고 주장했다.

1심인 전주지방법원은 2014년 6월 “A와 H씨 사이의 혼인신고를 취소한다. 피고(H)는 원고(A)에게 위자료 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A)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사실혼 전력과 출산 전력 등은 원고가 혼인의사를 결정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피고는 이에 대해 원고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원고가 이러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피고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는 민법 제816조 제3호 소정의 혼인취소 사유인 ‘사기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해당된다”며 “따라서 원고의 혼인취소 청구는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위자료에 대해 “피고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혼인관계가 취소됨으로써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해 줄 의무가 있다”며 “원고와 피고의 나이, 피고의 기망행위의 내용과 정도, 혼인생활과 유지 기간 및 혼인취소의 경위,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이 파탄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참작해 보면,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 액수는 800만원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H씨는 “남편의 계부가 나를 성추행하는데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으며, 급기야 남편의 계부로부터 강간을 당하기까지 했음에도 남편과 시어머니는 내가 받은 충격이나 상처를 위로하고 다독여주기는커녕 내가 계부를 유혹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나를 유기하다시피 했고, 이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혼 및 위자료 지급을 구하는 반소를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혼인취소 사유가 인정된다”는 전제에서 “혼인관계 해소를 구하는 피고의 반소 이혼 및 위자료 청구는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항소심은 2015년 1월 A씨의 혼인취소와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인 반면, 베트남 국적여성 H씨의 이혼청구와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다만 H씨가 A씨에게 지급할 위자료 액수는 300만원으로 낮췄다.

재판부는 “결혼중개업자는 혼인 전 원고에게 피고의 출산경력에 관한 사실을 고지해 원고가 혼인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자신의 과거 출산경력에 대해 알리지 않았고 베트남 현지 결혼중개업자도 원고에게 이를 알리지 않음으로써 원고를 기망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초혼인 원고가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베트남 국적의 피고를 만나 피고도 초혼인 것으로 알고 혼인을 하게 된 사정 및 통상 혼인 당사자 일방의 출산경력은 타방 당사자의 혼인에 관한 의사결정에 있어서 중대한 고려요소에 해당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피고의 출산경력을 알았더라면 혼인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원고는 민법 제816조 제3호가 정한 혼인취소 사유인 ‘사기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한국인 40대 남성 A씨가 베트남 국적의 20대 중반 처(H)를 상대로 낸 혼인무효 등 청구소송 상고심(2015므654)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전주지법 합의부로 파기환송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사자가 성장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아동성폭력범죄 등의 피해를 당해 임신하고 출산까지 했으나 이후 그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양육이나 교류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라면, 이러한 출산의 경력이나 경위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 사회통념상 당사자나 제3자에게 그에 대한 고지를 기대할 수 있다거나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이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라고 단정할 수도 없으므로, 단순히 출산의 경력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것이 곧바로 민법 제816조 제3호 소정의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며 “이는 국제결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H씨는 “만 13세 무렵이던 2013년 10월 베트남에서 납치돼 강간을 당하고 임신을 했는데, 그 남성이 자주 피고에게 폭력을 행사해 피고는 2004년 6월 이를 피해 친정집으로 돌아왔고, 2004년 8월 아들을 출산했는데 위 남성이 아들을 데리고 가버렸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만약 위 주장과 같이 피고가 아동성폭력범죄의 피해를 당해 임신하고 출산을 했으나 곧바로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이후 8년 동안 양육이나 교류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러한 출산 경력을 단순히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이 곧바로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민법의 혼인취소사유가 존재한다고 쉽게 단정해 원고의 혼인취소청구와 위자료청구의 일부를 인용하고, 피고의 이혼청구와 위자료청구는 이유 없다며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했다”며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혼인취소사유와 혼인취소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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