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회장 한택근)은 이날 ‘패킷감청에 대해 심판종료선언으로 응답한 헌재를 규탄한다’는 논평을 통해서다.
민변은 “심판절차 종료 선언은 청구인이 사망했거나 청구를 취하했을 때 내리는 결정을 말하는 것인데, 헌재는 전직 교사인 고(故) 김형근 씨가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요건과 그에 따른 절차를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7호, 제5조2항, 제6조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사건 심판절차 종료를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위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2011년 3월 29일 제기된 것인데, 헌재가 아무 결정을 하지 않고 있던 중 2015년 9월 28일 청구인인 김형근 교사가 간암으로 사망했다. 헌재는 2016년 2월 11일 청구인 사망사실을 전북 김제시 진봉면장이 발신한 사실조회를 통해 공식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만 5년 동안 헌법적으로 중요한 쟁점을 담고 있는 패킷감청의 위헌 여부에 관해 침묵을 지키다가 청구인이 사망하자 부랴부랴 심판종료선언이라는 지극히 형식적인 결정을 짓고 절차를 종료하고 만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헌재의 이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법 제38조(헌법재판소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의 규정을 들이밀며 비판할 생각은 없다. 헌재에 집적되어 있는 사건의 규모나 그 성질에 비추어 접수일로부터 180일 내에 종국선고를 기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5년은 너무하지 않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법언에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현대의 복잡다단한 위험사회에서 5년이면 청구인에게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다. 생물학적 자연사도 있을 터이고, 병사도 있을 수 있다. 교통사고도 있고, 여행 중 돌발사고도 있을 수 있다”며 “그렇다면 헌재는 신속한 심리와 결정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이 점에서 5년간이나 결정을 미루었다면, 헌재가 사실상 이 결정에 관해 헌법적 소임을 방기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본다”며 “게다가 이번 패킷감청 사건은 당사자의 권리구제도 중요한 요점이지만, 과연 패킷감청이 헌법적 원리에 부합하는가 하는 중요한 쟁점을 담고 있는 것이므로 예외적으로 본안 판단을 할 수 있는 사안이고, 또한 본안판단을 해야 마땅한 사안인데도 그 판단을 회피한 점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지금 점증하는 패킷감청의 사례 가운데 적정한 사례를 선택해 조만간 패킷감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할 것”이라며 “부디 헌재는 이번에 심리된 내용들에 터 잡아 헌법의 원리와 기본권의 최대존중이라는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결정을 신속하게 내려줄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