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이노베이션 지용진 팀장
이미지 확대보기그의 발언에 뉴욕, 워싱턴 등 주요 도시들은 쌍수를 들고 반기고 있다. 아마존이 도시에 들어오면,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통계가 있다. 제 2 본사에는 향후 5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들에게 지급 될 급여가 곧 도시에 투자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참고로, 아마존 임직원 38만 명 중 약 4만 명이 시애틀에서 근무하는데, 이들에게 지급된 급여(2010~2016)가 257억 달러(약 29조원)에 달한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그 일자리는 경제를 돌게 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여기어때도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기어때 R&D 센터는 올해 말까지 현재 직원의 3배까지 늘릴 예정이다. 여기어때가 기술로 종합숙박O2O 산업을 ‘혁신’하는 스테이테크(staytech)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데이터 과학자, 데이터 엔지니어 등을 고루 채용해 ‘21세기 원유’로 각광 받고 있는 빅데이터 분야에서 독보적인 아성을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즉, R&D 센터 인력 강화를 통해 종합숙박 O2O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여기어때는 지난해 9월 일자리 성장성과 복리후생 등을 인정 받아 서울시 일자리 우수 강소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그런데 일자리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일터의 품격(Workplace Dignity)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의 호드슨 교수는 일을 통해 자신의 가치와 존엄을 확인하는 것에서 일터의 품격이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호드슨 교수에 따르면, 품격 있는 일터는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업무에 몰두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진행한 업무가 성과로 이어져 자존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단, 여기서 말하는 일터의 품격이란 단지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처우를 향상하는 것만으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외부의 환경을 바꾸면 그 변화는 일시적이지만, 직원들의 인식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면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기어때는 지난 4월부터 월요일 1시 출근(주 35시간 근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직원들의 ‘월요병 해소’라는 1차적인 목표가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근무시간을 단축해도 업무 생산성(매출 등)은 향상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물론 근무시간을 줄인다고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주말 여행을 다녀와도 월요일 출근이 부담되지 않는다. 덕분에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월요일 오전에 업무 관련 학원에 다니며 자기 개발의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이 업무를 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 “월요일 오전만큼은 여유 있게 아이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데려 다 준다.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등 하나같이 긍정적인 반응이다. 여기어때의 일터의 품격이 점진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감지되는 반응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고, 일터의 품격을 만드는 것도 역시 기업이다. 그래서 기업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일터의 품격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업무에 대한 주인의식은 일터의 품격을 만드는 밑바탕이 된다. 주인의식은 적극적인 참여와 원활한 정보의 공유를 통해 이뤄진다.
물론 구성원 모두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조직의 힘을 극대화 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음식점 체인인 징거맨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참여와 공유는 주인의식의 전제라는 점은 명백하다. 징거맨스는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 등 유명인사가 자주 찾는 곳으로 유명한데, 구성원들과 적극적인 정보 공유와 참여 유도로 잘 알려져 있다. 이른바 ‘오픈 북 경영(Open Book Management)라는 방식의 정보 공유다. 이 회사의 모든 회의에 전 구성원이 참여해 재무 정보는 물론 투자 의사 결정 등 중요한 현안을 공유하고 토론하는데,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회사의 상황을 깊숙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지금 절실한 문제다. 여러 암울한 통계가 확인해 주듯 일자리 확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일자리 확대만큼 일터의 품격도 함께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퇴사’가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된 지금, 회사를 박차고 나가는 게 너무도 익숙해진 시대에, 우리는 더욱 더 ‘일터의 품격’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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