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9기 박지은
이미지 확대보기법제처의 업무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한 문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은 정책은 좋은 법에 담길 때 비로소 국민들의 손에 닿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그릇에 담기지 않고서는 먹을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그 정책의도가 올바르게 제도화되지 않는다면 그 정책이 우리의 삶 속에서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좋은 정책을 만들고 싶다.’는 제 신념이 법을 통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어떤 법이 정책을 잘 담을 수 있는 그릇인지, 법조인으로서 입법과정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이러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안고 법제처 실무수습에 지원하였습니다.
법제처에서의 실무수습은 이론 강의와 현장 실습이 병행하여 이루어졌습니다. 1주차 수습과정에서는 전반적인 법령체계와 입법절차에 관한 학습을 시작으로 하여 법제처의 주요 업무인 법령심사, 법령해석 및 자치법제지원에 관한 이론 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이를 통하여 법령심사 및 해석의 기준을 개관하여 이해하고, 각 업무의 목적과 성격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론 강의는 이후 배정된 현장 실습과정에서 과제를 수행하는데 기초가 되어주었습니다.
이후 이루어진 1주차 현장 실습에서 저는 사회문화법제국에 배치되어 과제를 수행하였습니다. 최근까지 심사가 진행되었던 정부 법안 초안을 직접 검토해보고, 이후 실제 법제처에서 심사 완료된 법안과 비교해볼 수 있었습니다. 해당 법령이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과정이었는데, 법령 체계에 따라 갖춰야 할 형식뿐만 아니라 용어의 적절한 사용, 문법적 오류 등 국어학적 측면까지도 꼼꼼히 살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단어 하나로 한 시간 넘게 열정적으로 회의를 하시는 모습을 보며 법전 속 하나의 법령이 만들어져 공포·시행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토론이 수반되는지를 현장에서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입법(立法)과정에서 공포되기 전의 법령을 심사해보는 것은 기존 로스쿨에서 배웠던 사법(司法)적 관점에서 법령을 바라보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수업을 통해 배우는 법은 그 자체로서 수용되고 해석의 대상이 되는 객체로서의 성격이 짙었습니다. 반면, 하나의 법이 태동하여 그것이 차츰 다듬어지고 우리가 아는 법령의 모습으로 만들어지기까지 그 입법과정을 보면서, 능동적으로 법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길러주었습니다.
법은 활자로 책 속에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법 또한 누군가 만들고 다듬어 낸 결과물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앞으로 공부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법령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놓여있는지를 떠올린다면 보다 입체적이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통적으로 법의 역할이라 함은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었을 때 이를 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법령심사 업무를 경험하면서 느낀 것은 논리적 모순이 있거나 다의적 해석의 여지가 있는 등 불완전한 법령으로 인해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사전적으로 올바른 법을 만들고 꼼꼼히 검토하는 것 역시 근본적으로 국민의 권리 침해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또한 사법적인 관점에서 법을 해석하는데 익숙한 법조인들이 입법의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 어떠한 법리적 오류로 인해 주로 사법적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지에 대하여 비판적 사고와 문제의식을 가졌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법조인들이 이러한 사고를 토대로 하여 입법과정에서부터 그 문제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시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배 변호사의 대화 시간’을 통해 한 가지 느낀 것은 법제처 근무자들의 직무만족도와 자부심이 높다는 것입니다. 법제처의 선배들이 여러 법령을 자신이 직접 다듬으면서 자부심을 느꼈다는 모습에, 저도 저의 법률지식이 언젠가 좋은 정책과 법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주차 실무수습은 법제교류협력담당관실로 배치 받았습니다. 법제교류협력담당관실에서 남북 법제교류 및 법제연구 업무도 담당하고 있었는데, 저는 최근의 판문점 선언에 따른 후속조치를 구체화하기 위한 법령 조사 작업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낯선 제도와 정책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과제를 수행하면서 느낀 것은 법조문의 한 단어에도 여러 이해관계가 기저에 존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의견을 검토하고 협의하여 정책의도가 올바르게 조문에 규정되기까지 두루 경험하면서, 법제처는 국가의 법치(法治)를 가능케 하는 현장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실무수습은 법조인으로서 입법영역에서의 활동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정책과 사업을 기획하는 것 못지않게 그 내용을 법조문으로 규정하고 다듬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법제처의 의의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하여 법제와 입법 영역에 이바지할 수 있는 법조인으로서의 사명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9기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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