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선을 통과한 블루치퍼와 프라비앙 프랏 기수. 사진=한국마사회
이미지 확대보기'블루치퍼'가 기어이 일을 냈다. 지난 9월 국내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최초로 한국에 우승을 안긴 블루치퍼가 이번에는 먼 이국 땅 미국에서 브리더스컵 3위를 차지하며 국내외 경마팬들의 가슴을 달군 것이다. 이는 동시에 앞선 국제대회 코리아스프린트에서의 우승이 우연이 아님을 확실히 증명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마사회에 따르면 블루치퍼는 지난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산타아니타 경마장에서 열린 제36회 브리더스컵 더트마일에 출전, 세계최고의 경주마들과 경합을 벌여 세 번째로 결승선을 끊었다. 그 순간 국내는 물론 해외관계자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블루치퍼가 강자이기는 하나 생애 첫 해외원정 경주인데다 더트주로 출전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게이트 운마저 없었다. 총 10두가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블루치퍼는 8번 외곽게이트를 부여받았다. 자연히 배당은 10두 중 8위로, 현지에서도 그다지 우승마로서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여러모로 부담이 많은 경주였지만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그런 우려를 날려버리듯 블루치퍼는 특유의 선행능력을 뽐내며 외곽에서 빠르게 선두그룹에 합류, 2위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로도 경쟁마들의 거센 추격을 잘 따돌렸지만 직선주로에 접어들어 오마하비치(3세)에게 끝내 준우승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거리는 불과 1과 1/4마신차. 오마하비치가 산타아니타 스프린트 챔피언십(G1)을 포함해 4개의 굵직한 대회에서 연승 중이던 우승 후보마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그 사이 우승은 스펀투런(3세)에게 돌아갔다. 직전 펜실베이니아 더비(G1)에서 5위를 차지하며 이번 대회에서는 우승마로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이변을 일으키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블루치퍼와 호흡을 맞춘 프랑스 출신의 프라비앙 프랏(Flavien Prat) 기수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2019년 켄터키더비 우승 기수인 그는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었다”며 입상소감을 전했다.
반면, 먼 거리를 블루치퍼와 동행한 최병부 마주는 입상순간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국경마를 대표하여 미국 브리더스컵에 도전한 중압감을 떨쳐버리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경마팬들의 기대를 안고 먼 길을 오느라 고생이 많았을 텐데 좋은 성적까지 거둬 기특하다”며 “앞으로도 블루치퍼와 세계무대에 도전하며 한국경마를 알리겠다”고 기쁨을 전했다.
블루치퍼는 이번 경주로 상금 9만 달러(한화 약 1억 원)를 획득하게 됐다. 하지만 이를 통해 한국경마가 얻는 파급효과는 훨씬 크다. 한국 경주마의 국제적인 활약은 한국경마의 수준을 판단하는 객관적인 근거가 되어 한국의 경마승격은 물론, 국산마와 경주중계 수출 등 해외사업에 주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을 참관한 한국마사회 김낙순 회장은 “한국경주마가 브리더스컵과 같은 큰 무대에 출전하는 것은 한국경마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커다란 성취”라면서, “이런 대회에 한국경주마의 출전이 당연시되는 날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를 위해 “앞으로도 한국 경주마의 세계무대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을 더했다.
한편, 브리더스컵은 세계 최고수준(PART1)의 경마시행국으로 분류되는 미국에서도 경마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대형 이벤트로 세계 각국에서 최상급 경주마들이 모인다. 2일간 14개의 경주를 시행하며 1개 경주를 제외하면 모두 G1급으로 열린다. 지난해에는 케이닉스 선발마 닉스고가 쥬버나일 경주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의 경주마 선발기술을 알린바 있으나,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자라고 훈련된 경주마가 입상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루치퍼는 이번 성과를 발판삼아 12월부터 진행되는 두바이월드컵에도 원정을 나설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