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진가영 기자] 동료의 의자를 갑자기 뒤로 빼, 자리에 앉으려던 동료가 엉덩방아를 찧게 만든 60대에게 폭행죄유죄가 선고됐다. 또한 동급생에게 ‘의자 빼기’ 장난을 쳐서 동급생의 꼬리뼈를 다치게 만들고 약한 뇌진탕 증상을 보이도록 한 중학생 역시 폭행의 의도가 인정되어 폭행치상 혐의로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됐다. 가해 중학생은 소년법상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형사처벌 개신 보호처분을 받게 되겠으나 그 동안 동료, 동급생 사이에 드물지 않게 발생했던 ‘의자빼기’ 장난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앤파트너스 부산 김범한 변호사는 “폭행죄라 하면 서로 주먹질을 하는 등 과격한 신체적 접촉이 발생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법적으로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유형력을 행사할 때 인정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구타를 가하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해를 끼칠 의도가 분명히 드러날 경우 폭행죄로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자빼기’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입장도 이러한 관점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의자빼기’ 행위를 한 60대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재판부가 “피의자가 피해자를 바닥에 넘어지게 할 의사로 일부러 피해자 몰래 의자를 치웠다면 폭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상대방을 크게 다치게 할 수도 있는 위험한 행위”라고 하며 이러한 행위를 단순한 장난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피해자의 몸에 직접 손을 대지 않고서도 폭행죄가 인정되는 사건이 다양해지고 있다. 커피가 담겨 있는 잔을 쳐서 안에 들어 있던 커피가 상대방의 몸에 튀어버린 사건, 화초를 들고 말다툼을 하던 중 위협적은 행위로 인해 화초에 묻은 흙이 상대방에게 묻은 사건, 컵에 담긴 물을 상대방의 얼굴에 뿌린 사건, 물건을 상대방 근처에 집어 던진 사건 등에서도 폭행죄가 인정됐다.

이에 대해 부산 김범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누구나 우발적으로 저지를 수 있는 행위지만 폭행죄의 인정 범위가 매우 폭넓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폭행죄는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못하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만일 폭행죄에 연루되었다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피해자와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범한 부산형사전문변호사는 “쌍방이 서로 유형력을 행사했어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폭행죄, 상해죄, 폭행치상, 특수상해 등 다양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서로 치고 받은 상황이라 해도 어떠한 행위를 했느냐에 따라 더욱 무거운 범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으므로 섣불리 상황을 판단하지 말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충분한 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