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최영록 기자]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송현동 부지 공원화를 중단해 줄 것을 강력히 호소했다.

대한항공은 12일 “송현동 부지의 문화공원화의 문제점 등에 대한 권익위에서 조사와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인 만큼 일방적으로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서울시의 일방적 도시계획결정절차를 보류하도록 권고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했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대한항공 소유의 송현동 부지 일원을 문화공원화 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이달 말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상정, 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자 이 같은 조치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통과시킬 경우 강제 수용절차를 통해 송현동 부지를 취득하겠다는 의사를 확정짓는 것으로, 사실상 대한항공의 연내 매각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은 기존에 송현동 부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던 결정을 폐지하고, 그 자리에 문화공원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0년 1월 송현동 부지를 ‘미대사관직원숙소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용도나 높이 등을 완화하는 등 송현동 부지의 개발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특별계획구역이란 ‘특별한 건축적 프로그램을 만들어 복합적 개발이 필요하거나 우수설계안을 반영하여 현상설계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 지정되는데, 부지가 큰 곳에서 대규모로 복합적인 개발을 하는 곳을 대상으로 지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대규모 쇼핑단지나 전시장, 터미널 등은 물론 초고층 주상복합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 개발되는데 도곡동 타워팰리스, 코엑스, 롯데월드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일방적인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통해 송현동 부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던 기존 결정을 바꿔 급작스럽게 입장을 번복했다는 게 대한항공의 주장이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할 경우 서울시는 도시계획시설사업의 방식을 택해야 한다”며 “이 경우 관계법상 송현동 부지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실시계획인가를 받아야 하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로부터 공익성 인정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의 내용을 보면 서울시조차 ‘어떠한 내용’의 문화공원을 조성할지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구상해 실시계획인가를 받기까지 수 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이번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이 통과될 경우 대한항공으로서는 서울시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워 강제 수용에 나설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얘기다. 더욱이 강제수용이 이뤄질 경우 ▲수용재결 ▲이의재결 ▲소송 등의 절차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아 향후 대한항공이 보상금을 확정, 지급받기까지 후속절차만 몇 년이 소요될지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서울시의 이번 강행처리 의사를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이 통과되면 강제 수용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은 물론 수용 절차로 이어질 경우 송현동 부지의 정당한 가치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강제 수용 절차로 이어지더라도 서울시가 연내에 송현동 부지를 취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지구단위계획변경안 통과 이후 다른 민간 매수의향자들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 대한항공으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이를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권익위에서 송현동 문화공원 지정 절차의 위법성과 관련해 절차가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문화공원 지정을 강행하는 것은 권익위를 무시하는 처사다”며 “권익위는 서울시가 독단적으로 관련 절차를 강행하지 않도록 잠정적인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최영록 로이슈(lawissue) 기자 rok@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