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여성 건강 위협하는 '질염' 예방법

기사입력:2020-08-14 08:59:33
[로이슈 편도욱 기자]
장마로 인해 습한 날씨가 지속되는 요즘, 여성이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 있다. 바로 ‘여성의 감기’라고 불리는 질염이 그것이다. 고온 다습한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고 세균 번식이 쉬워 질염의 발생 위험이 커질 뿐만 아니라, 여름휴가로 즐겨 찾는 수영장이나 해수욕장 등을 통해서도 감염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여성이 질염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방치하고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만성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질염이 의심된다면 진단을 받아봐야 하며, 평소 질염의 원인이 될 만한 생활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질염은 원인에 따라 크게 칸디다 질염, 세균성 질염, 트리코모나스 질염으로 구분된다. 그 중 가장 흔히 발생하는 것은 칸디다 질염으로 여성의 50~75%가 평생 적어도 한 번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상 여성의 질에는 질 내의 산도를 유지하며 병원균을 막아주는 젖산균이 많은데, 이러한 질 내 환경이 깨질 경우 칸디다 질염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질염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균은 ‘칸디다 알비칸스(Candida albicans)’라는 진균으로 칸디다 질염의 85~90%를 차지한다. 칸디다 질염은 장기간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나 임산부, 당뇨병 환자에게 자주 발생하며, 증상은 덩어리진 흰 치즈 질감의 질 분비물, 외음부 및 질 입구의 가려움과 쓰라림, 성교통, 배뇨통 등이 있다.

세균성 질염은 정상적으로 질 내에 살면서 질을 산성으로 유지하는 ‘락토바실리(Lactobacilli)’라는 유산균이 줄어들고 혐기성 세균이 증식하면서 발생한다. 락토바실리 유산균이 없어지는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산균이 살 수 있는 질 내의 산성 환경이 없어지는 상황, 즉 잦은 성교나 과도한 뒷물, 자궁경부가 헐어서 생기는 과다한 점액분비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락토바실리 유산균은 한 번 없어지고 나면 다시 서식하기 어려워 재발하기 쉬우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세균성 질염에 걸리면 흰색․회색을 띠면서 비린내가 아주 심한 질 분비물이 나오는데, 특히 생리 전후 또는 성관계 후에 증상이 심해진다.

마지막으로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일종의 기생충인 ‘질트리코모나스(Trichomonas vaginalis)’라는 원충에 의해 감염되는 질염이다. 칸디다 질염이나 세균성 질염과 달리 성관계로 전파되기 때문에 성매개 질환 범주에 포함되며, 반드시 남녀가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전염성이 매우 높아서 남성이 트리코모나스에 감염된 여성과 단 한번만 성접촉을 가져도 약 70%가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리코모나스는 질 내의 정상적인 산성 환경을 변화시키므로 세균성 질염 등 다른 종류의 질염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 질염의 증상은 국소적인 염증반응의 정도와 원인균의 수에 따라 다양한데, 심한 악취가 나는 고름 모양의 질 분비물이 흐르고 간혹 외음부 쪽의 가려움증도 동반될 수 있다. 그러나 균의 수가 적은 경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질염은 제때 치료하지 않아 증상이 심해지면 방광염, 골반염으로 발전할 수 있고, 더 심해질 경우 불임이나 자궁 외 임신, 만성적인 골반 통증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예방해야 하며,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 진단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

질염은 일반적으로 그 원인균에 따라 적절한 항생제를 처방하여 치료하는데, 과거에는 분비물이나 증상에 따라 항생제를 쓰고 효과가 없을 때 바꾸는 식으로 치료하는 방식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소변이나 질 도말(Swab)로 여러가지 균 검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STD(Sexually transmitted disease)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균을 먼저 파악하여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됐다. STD 검사는 성병검사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임질, 헤르페스, 매독 등 소위 성병이라고 불리는 성매개 질환뿐만 아니라 질염, 자궁경부염 등 여성질환 원인균까지 한번에 진단할 수 있어 관련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지난 2019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GC녹십자의료재단의 STD 검사 양성율 통계에 따르면 세균성 질염의 가장 큰 원인균인 ‘가드네렐라 바지날리스(Gardnerella vaginalis)’가 60%, 칸디다 질염의 가장 큰 원인균인 ‘칸디다 알비칸스(Candida albicans)’가 18.5%, 트리코모나스 질염의 원인균인 ‘질트리코모나스(Trichomonas vaginalis)’가 0.6%로 집계됐다.

질염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건강한 질 내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질 내부의 산도가 약산성으로 유지되어야 하므로, 알칼리성 비누나 바디샴푸보다는 약산성의 여성청결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여성청결제도 너무 자주 사용하면 질 내 유익균까지 감소해 방어 기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 2회 이하 사용을 권장하며, 샤워 후에는 외음부의 습기를 잘 말려줘야 한다. 또한 통풍이 안 되는 환경은 균이 자라나기 좋으므로 평소에 몸을 조이는 속옷이나 옷을 자제하고, 합성섬유 소재보다는 통기가 잘 되는 면 속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뿐만 아니라 신체의 면역력이 낮아지면 질염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충분한 수면과 휴식, 규칙적인 생활습관 등 기본적인 건강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GC녹십자의료재단 전유라 전문의는 "여성에게 질염은 흔하게 찾아오는 질환인 반면, 청소년이나 미혼 여성 등은 부끄러움으로 인해 산부인과 방문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며 “질염을 방치하면 더욱 심각한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의심증상이 있다면 바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며, 나아가 평소에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사전에 예방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편도욱 로이슈 기자 toy1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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