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던 생후 9개월 몽골 아기가 한국에서 건강을 회복했다. 이대서울병원 서동만 흉부외과 교수팀은 지난 11일 폐동맥판막협착증 진단을 받은 에르켐세힌 남아가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해 퇴원, 이달 말 고국인 몽골로 돌아간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수술은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된 가운데 진행돼 의미가 크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이대서울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에르켐세힌은 몽골에서 출생 직후 받은 초음파 검사 결과 심장에 2개 구멍이 발견돼 6개월 후 재검사를 진행한 결과, 여러 개의 심방중격결손증과 폐동맥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에르켐세힌의 아버지는 "몽골에서는 관련 수술을 진행할 수 없다는 의료진의 답변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수술을 받아야 했다"며 "글로벌사랑나눔재단을 통해 한국의 서동만 교수와 연결돼 수술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꼽히는 몽골에서 감염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에서 아기의 수술을 받겠다고 결정한 것은 소아심장 수술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서동만 교수의 이력 때문이라는 것이 수술을 추천했던 글로벌사랑나눔재단 측의 설명이다. 재단 측에서는 “에르켐세힌 가족들이 서 교수의 이력을 듣고 한국에서 수술에 동의했다”고 귀뜸했다.
하지만 에르켐세힌의 한국 입국은 순탄치 않았다. 당초 12월 초 방한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돼 몽골정부가 셧다운 조치를 내려 비행기가 결행돼 애를 태우다가 12월 25일 가까스로 한국에 입국했다.
악조건을 극복하고 부모와 함께 한국에 도착했지만 코로나 장벽이 가로막았다. 에르켐세힌은 입국 후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 지난 8일 이대서울병원에 입원, 11일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대성공. 에르켐세힌은 수술 다음날인 12일 중환아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져 회복기간을 거쳐 지난 19일 퇴원했다. 에르켐세힌은 이달 말 고국인 몽골로 돌아간다.
에르켐세힌의 부모는 “서동만 교수를 비롯한 이대서울병원 의료진에게 에르켐세힌을 새로운 심장을 가진 아기로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에르켐세힌이 성인이 되어서도 한국의 온정을 잊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수술을 집도한 서동만 교수는 “현재 코로나19로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기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에르켐세힌이 몽골과 우리나라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수술을 받고 완치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