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전상현 교수. 사진=인천성모병원
이미지 확대보기해마다 이맘때 주의해야 할 질환이 있다. 바로 고관절 골절이다. 그나마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외부 활동이 많이 줄면서 발생빈도가 많이 떨어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고관절 골절은 한 번 발생하면 일상생활까지 힘들어지는 무서운 질병이다. 고관절 골절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1년 안에 사망할 확률은 25%, 2년 안에는 70%나 된다. 고관절 수술을 진행한 환자의 1년 내 사망률이 14.7%인 것과 차이가 있다.
전상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겨울철에는 노인성 고관절 골절이 많이 발생하는데, 고관절이 부러지면 치료가 힘들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예방이 최선이다”고 했다.
고관절(엉덩이관절)은 넓적다리뼈와 골반뼈가 만나는 곳이다. 척추와 더불어 체중을 지탱하는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한다. 공처럼 둥글게 생긴 넓적다리뼈의 머리 부분(대퇴골두)과 이 부분을 감싸는 절구 모양의 골반골인 비구로 구성된다.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하나씩 있다. 고관절은 항상 체중의 1.5~3배에 해당하는 강한 힘을 견뎌야 한다. 최대 10배의 하중이 가해질 때도 있다.
고관절은 크고 단단한 뼈로 구성돼 있어 건강한 젊은 성인의 경우 골절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고령, 골다공증 등의 이유로 뼈 건강이 악화한 상태에서는 골절의 발생빈도가 높아진다. 노인성 고관절 골절의 주요 원인은 급성 외상이다. 주로 넘어질 때 고관절 주변을 부딪치면서 골절이 발생한다.
노인성 고관절 골절은 연중 꾸준히 발생하지만 겨울철에 좀 더 발생빈도가 높다. 다른 계절에 비해 잘 넘어질 수 있는 환경, 즉 빙판길이 많이 생기고 일조량이 적어 비타민 D 합성이 적을 뿐 아니라 추운 날씨에서 오는 근육 강직으로 균형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눈이나 비가 내린 뒤 길 위에 남아 있던 습기가 햇볕에 채 마르기 전에 얼어붙어 생긴 이른바 ‘블랙아이스’는 낙상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고관절이 골절되면 사타구니와 골반 옆에 통증이 생겨 걷기가 어려워진다. 낙상은 빙판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일어난다. 물기가 많은 욕실 또는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도 쉽게 발생한다.
전상현 교수는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게 되면 심한 통증과 함께 다친 다리가 바깥쪽으로 돌아가거나 골절된 다리가 반대쪽 다리에 비해 짧아지기도 한다. 심한 통증으로 인한 관절의 운동 제한으로 장기간 침상 생활을 할 수도 있다”며 “특히 폐렴이나 각종 순환기 질환, 욕창 등의 2차 합병증이 함께 발생하면서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기 쉬운 만큼 최대한 빨리 치료받고 재활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노인성 고관절 골절이 발생해 병원을 찾게 되면 먼저 X선 촬영과 CT(컴퓨터단층촬영)를 시행한다. 대다수 노인성 고관절 골절은 단순 X선 사진으로 진단할 수 있지만, CT를 통해 골절 양상을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좀 더 정밀한 검사가 필요할 때는 MRI(자기공명영상)를 추가로 촬영한다.
치료는 골절 위치와 형태, 나이, 수상(受傷) 전 활동 정도, 골다공증 유무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대부분의 고관절 골절은 다른 부위처럼 석고 고정을 할 수 없고, 장기적인 침상 생활로 2차 합병증이 나타날 우려가 높다. 수술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이유다. 골절 부위의 치유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부러진 부위를 맞추고 고정하는 내고정술을 시행한다. 만일 골절 부위의 치유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인공관절치환술’을 시행한다. 부러지거나 이상이 있는 고관절 일부 혹은 전체를 인체공학적으로 제작된 기구로 대치해 관절의 운동 기능을 회복시키고 통증을 완화한다.
전상현 교수는 “고관절이 골절됐다면 수술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골절 발생 후 24~48시간 이내에 수술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노인성 고관절 골절은 수술을 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한 번 골절이 발생하면 재골절 위험이 3배 이상 증가한다. 수술 전 상태로 회복될 확률은 50~70%에 불과하다.
고관절 환자의 약 70%는 여성이다. 폐경 후 호르몬 변화로 뼈 건강이 급속하게 나빠지기 때문이다. 골다공증 등 기저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은 일상생활 중 넘어지거나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한다.
고관절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골다공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골밀도를 높이는 음식을 고루 섭취한다. 칼슘이 많이 함유된 우유, 플레인 요구르트, 콩, 두부, 김, 다시마, 멸치, 건새우 등이 좋다. 꾸준하고 규칙적인 근력 강화 운동 역시 중요하다. 수중운동이나 자전거 타기 등 하중을 최소화하면서 많이 움직이는 운동이 좋다. 비타민 D도 보충해야 한다. 햇볕이나 음식을 통한 보충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경우 약물을 통해 보충하도록 한다. 반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게 하는 커피, 담배, 술은 줄여야 한다. 편식도 고관절 건강엔 좋지 않다.
전상현 교수는 “뼈 건강을 위해 영양 섭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운동이다. 운동은 체내 칼슘의 흡수 능력을 높이고 골밀도를 유지하도록 돕는다”면서도 “너무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신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규칙적으로 해 뼈 건강과 근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